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

전현수 지음/ 불광출판사
전현수 지음/ 불광출판사

30년 동안 경전 공부한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보편적 진리 ‘불교이야기’

“욕망 채우고 싶은 사람은
올바른 방법으로 채워라”

현재 세계의 불교를 사분하고 있는 종파나 교리는 티베트불교, 선불교, 정토불교, 테라와다(남방)불교다. 이 가운데 테라와다불교는 주 무대인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일찍이 유럽에도 전해져 서구인들에게도 가장 친숙한 불교다. 전 세계 수많은 구도자들이 이 가르침을 체험하기 위해 지난 50여 년 동안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로 몰려들었다. 테라와다 불교의 교리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바로 ‘초기불교’다. 티베트불교, 선불교, 정토불교가 모두 ‘대승’ 불교라는 가지에서 뻗어 나온 것에 비해 테라와다 불교는 초기 붓다와 제자들의 가르침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수행 방법 역시 이미 대승으로 넘어와 안착된 방법이 아니라 부처님 당시의 수행법과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선불교의 영향력이 강했던 우리나라에는 오히려 서구는 물론 일본, 대만 등에 비해서도 뒤늦게 본격 소개됐다. 빨리어 경전과 논서가 한국어로 번역 소개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직관을 중시하는 선불교에 비해 호흡을 중시하며 자애심 증장에 초점을 둔 수행 방법 역시 선불교를 접했던 이들에게는 낯설었다.

정신과전문의인 전현수 박사가 2년에 걸쳐 불교TV방송에서 진행한 '전현수 박사의 마음테라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을 최근 출간했다.
정신과전문의인 전현수 박사가 2년에 걸쳐 불교TV방송에서 진행한 '전현수 박사의 마음테라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을 최근 출간했다.

이런 가운데 30년 동안 경전을 읽고 수행한 정신과전문의인 전현수 박사가 2년에 걸쳐 불교TV에서 진행한 '전현수 박사의 마음테라피‘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초기불교 32강>을 최근 선보였다. 이 책은 초기불교를 주제로 했지만 초기불교 특유의 수학공식 같은 난해한 이론은 등장하지 않는다. 초기불교가 한 축이기도 하지만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저자가 환자들을 돌보면서 경험하고 터득한 ‘인간의 지혜’에 관한 내용도 한 축이기 때문이다.

당시 종교의 각축장이었던 인도 지역에서 브라만교, 육사외도와의 경쟁에서 오롯이 환한 빛을 발하며 교단을 확장해 갔던 시대를 배경으로 빨리어 경전에서 핵심인 삼법인, 팔정도, 12연기 등을 끌어내 독자들에게 보여주지만 교리를 위한 교리를 굳이 고집하지 않는다. 저자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번뇌’, ‘욕망’, ‘죽음’ 등 우리 앞에 벌어지는 고통에 대한 것이다. 독자들에게 체험을 강조하지만 그 체험이 일상의 것으로부터 시작되기를 바란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모두 출가 수행자처럼 ‘무소유’와 ‘무욕’을 가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부처님은 “욕망을 꼭 채우고 싶은 사람은 올바른 방법으로 채워라”라고 이야기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그것이 감각적이거나 집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책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사유를 가라앉힘 경’은 부처님께서 수행자들이 삼매를 닦을 때 마음이 불건전한 상태로 가면 그것을 수습하고 삼매에 들어가게 하는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해탈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 일상에서 범부가 번뇌와 욕구를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점을 변경해 설명한다. 1단계는 대상을 옮기는 것이다. 욕심이나 화나 무지한 생각이 자꾸 자신에게 일어나면 그 대상을 옮겨보라고 충고한다. 그래도 안 되면 2단계다. 2단계는 그것이 나한테 해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어 3단계는 그걸 아예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4단계는 떠오르는 힘을 없애는 것이다. 마음에서 놓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5단계는 최후의 수단이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보다 더 강한 힘으로, 죽기 살기 제압하는 것이다. 경전에는 수행을 하는 단계에 맞춰 어떻게 마음이 일어나고 어떻게 조복해야 하는지 수행자들을 위해 설했지만 저자는 이렇게 일반인들도 5단계를 외우고 조금씩 실천해 가면서 번뇌와 분노를 조절해 보라고 권유한다. 저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위대한 진리라고 확신한 깨달은 제자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뛰어난 아라한 제자 500분이 결집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암송했다”면서 “이후 600여 년 동안 암송한 형태로 전해지던 부처님의 가르침은 마침내 문자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이어 “문자로 기록된 내용을 독자들과 같이 살펴보면서 새기는 시간을 갖게 돼 기쁘기도 하고 영광”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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