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불교 성립론

김호성 지음/ 조계종출판사
김호성 지음/ 조계종출판사

김호성 동국대 교수
정토신앙의 논리, 윤리
정토불교 종합 ‘학술서’

“정토불교란 무엇이며,
어떻게 성립 가능한가”

“아미타불의 본원을 믿고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한다면 곧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

정토신앙이란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면 내세에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불교 내에서 정토신앙의 자리는 아직 명확히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과학의 발달로 근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성에 의해서 납득 가능한 합리적인 것만 믿으려고 하는 시대사조로 인해 대승불교의 한 신앙인 정토신앙은 점차 그 성립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왕생의 전제 조건인 극락의 존재에 대한 회의 때문에 “만약 극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염불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비판을 불러온 것이다.

김호성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가 정토신앙의 논리와 윤리를 정리한 학술서 '정토불교 성립론'을 최근 펴냈다. 사진은 일본 가마쿠라시대에 정토염불이 성행하면서 등장한 정토계 불화인 ‘아미타성중내영도’.
김호성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가 정토신앙의 논리와 윤리를 정리한 학술서 '정토불교 성립론'을 최근 펴냈다. 사진은 일본 가마쿠라시대에 정토염불이 성행하면서 등장한 정토계 불화인 ‘아미타성중내영도’.

불교는 수행과 실천의 측면에서 자력문(自力門)과 타력문(他力門), 난행도(難行道)와 이행도(易行道), 성도문(聖道門)과 정토문(淨土門)으로 나뉜다. 자력문, 난행도, 성도문의 대표로 ‘선’을 타력문, 이행도, 정토문의 대표로 ‘염불’을 꼽는다. 본래부처인 자기 마음을 깨치려는 선은 수행자의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 근대적 현실성 위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졌으나, 수행자의 현실 안에서 증험할 수 없는 염불에 대해선 “이제 누가 극락을 믿는가? 누가 극락왕생을 말하면서 염불하는가?”라고 의심한다.

때문에 김호성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는 최근 펴낸 <정토불교 성립론>을 통해 정토신앙을 멀리하는 현실을 정면에서 문제 삼고, 실제로 정토신앙의 역사에서 그 문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신앙상의 경지가 있음을 학문적으로 고찰하며 반론을 펼친다. 그러면서 “정토신앙 역시 불교”이며, 어쩌면 “정토신앙이야말로 대승불교의 꽃”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학문적·신앙적으로 정토로 회향하기를 결정했다”는 저자는 일본의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걸작 <나무아미타불>을 십여 년에 걸쳐 우리말로 옮겨 2017년 선보였다. 이후 써 내려간 이 책에서는 ‘나무아미타불’ 제17장을 중심으로 ‘출가, 재가, 그리고 비승비속’에 대해 고찰한다. 그리고 정토신앙이 비판받는 현실에서 정토불교의 성립 가능성을 텍스트의 차원에서 뒷받침하기도 한다. “대승경전은 불교가 아니다”라는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론의 논의를 “대승경전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치환한 뒤, 초기 경전인 아함경과 대승 경전인 <무량수경>의 양립 가능성을 살핀다. 또 만해스님의 ‘염불당의 폐지’에 나타난 염불 비판의 논리에 대해 반비판의 논리를 펼치고, 구라타 햐쿠조가 쓴 희곡 ‘스님과 그 제자’에서 재창조된 ‘회의하는 신란’, ‘인간 신란’에 대해 탐구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신라시대 고승 광덕스님이 지은 정토시 원왕생가(願往生歌)의 재해석을 통해 정토신앙의 핵심을 아미타불 법장보살의 본원(本願)에서 찾고, 그러한 본원을 믿음에 의해 중생들이 얻을 수 있는 안심의 세계가 정토신앙의 세계임을 밝힌다.

이밖에도 저자는 신라시대 화엄종의 조사 의상스님의 저서 <백화도량발원문>을 통해 극락의 존재 여부에 대한 난문에 나름의 새로운 해답을 모색한다. 중생과 아미타불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자력과 타력이 둘이 아닌 세계(不二法門)를 그리면서 이원 대립을 넘어섬과 동시에 극락의 존재 여부라는 문제 제기를 해소한다. 저자는 “정년 이전에 10권 정도의 학술서를 펴내는 것으로 원력을 삼아 정진해 왔다”면서 “이번이 8번째 책이고, 9번째 책은 <원효의 삶과 정토사상>(가제)이 될 것이고 2, 3년 안에 몇 편의 논문을 더 발표해 책의 내실을 채워가려고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어 “아름다운 회향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러 정토신앙을 만나 굴곡진 인생을 정리할 수 있었고, 아미타불로부터 구제를 받는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한 기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는 만큼 이러한 마음이 독자들께는 회향의 마음이 된다면 더욱 좋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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