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지나며

홍사성 지음/ 책만드는집
홍사성 지음/ 책만드는집

“김천 직지사는 중창불사를 하면서/ 부처님 법문 들을 때 올라가는 황학루를/ 약간 비껴 지었다고 합니다/ 하필 누각 지을 자리에/ 못생긴 개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 나무를 살리려고 그랬다 합니다/ 개살구나무를 베어내자는 사람 여럿이었으나/ 주지 스님이 고집을 부려 할 수 없이/ 비뚜름하게 지었다 합니다.” (홍사성 시인의 시 ‘불사(佛事)’)

불교신문 주필을 비롯해 불교방송과 불교TV 등 신문과 방송을 아우른 불교언론인이자 2007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인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이 새 시집 <터널을 지나며>를 최근 펴냈다.

현재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분홍 고마리’라는 제목의 서시를 통해 “봄이며 여름이며/ 그 향기롭던 시절 다 보내고// 응달 한쪽에 쪼그려/ 장미 백합 꽃 피는 구경 하다// 바람 불고 서리 내려/ 산도 들도 수굿수굿할 무렵// 부끄럽게 얼굴 내민/ 겨우 핀 꽃이여. 나의 시여”라며 시집 출간에 따른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번 시집에는 ‘불사의 본원을 ’살림‘의 마음으로 해석한 불교시 ’불사‘와 ’어느 가을밤‘, ’진신사리‘, 한 말씀’ 등 불교시와 표제시 ‘터널을 지나며’ 등 본심(本心)을 전하는 시 100여 점이 수록됐다.

문학평론가 정효구 충북대 교수는 시집 해설에서 “홍사성 시인은 우리 시단의 많은 다른 시인들과 구별되게 본심을 시 쓰기의 본처에 두고 있는 드문 시인”이라며 “특히 시의 일이야말로 언어와 기교의 차원이 아니라 무엇보다 정신의 일이고 의식의 일이며 영혼의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본심을 심중에 두고 시를 쓰는 시인은 시의 본질에 남보다 먼저 깊이 다가가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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