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크리킨디 벌새 이야기
[수미산정] 크리킨디 벌새 이야기
  • 고광록 논설위원·법무법인 율곡 대표변호사·제4교구신도회장
  • 승인 2021.01.20 16:07
  • 호수 3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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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발명 150년, 무분별한 남용
분해 500년 걸리니 첫 제품도 그대로
환경 보호 운동가와 생활인 구분 없어
익숙했던 습관 버리고 불편 감수해야
환경 보호에 공동체 지혜 절실한 새해
고광록
고광록

카톡 프로필을 보면 사람들 사는 모습이 일기처럼 보인다. 초연결 시대 라는 게 실감난다. 얼마 전 친구 ‘프사’에서 플라스틱방앗간 참새클럽이라는 동영상을 보았다. 탁구공 비슷한 것을 입에 물고 있는 참새 모습이었다. 재활용 과정에서 누락되는 조그만 플라스틱을 모아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참새는 참가자를 부르는 이름이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지도 150년이 됐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 도구였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보니 플라스틱이 홍수를 이뤘다. 지금도 1분에 트럭 한 대 분량이 바다로 버려진다고 한다. 썩는데 500년이 걸린다고 하니 최초의 플라스틱조차 분해되지 않은 채 땅 속에 묻히고, 거대한 섬처럼 어딘가를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생활 속에서 지구를 살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겁다고 생각하는 순간 손을 놓게 되고, 지나치게 번거로우면 외면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남아프리카 원주민 사이에 전해지는 크리킨디라는 벌새 이야기가 있다. 밀림에 불이 나 모두 도망가는데 혼자 작은 부리로 물을 머금고 와 불을 끄려고 한다. 다른 동물들이 ‘그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라고 비웃자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야’라고 대답한다.

그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는 것은 어떨까. 플라스틱 용기나 유리병 안에 있는 내용물을 버리고 배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페트병에 붙은 라벨을 떼어내고 재활용품으로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트에서 카드로 물건을 사고 ‘영수증은 스마트폰으로 받을께요’라고 말하는 것으로도 환경을 살릴 수 있다. 종이영수증 발급 건수가 하루에 4000만 건에 이르지만 즉석에서 버려지는 것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운동가와 생활의 영역이 따로 있지 않다. 개인 컵과 텀블러는 이미 많이 가지고 다닌다. 각종 공과금 청구서와 고지서를 메일이나 모바일로 받겠다는 신청도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익숙했던 습관들을 멀리하고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좋은 가치를 성취할 수 있다. 

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처럼 플라스틱방앗간을 드나드는 참새가 많아진다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좀 더 건강해질 것이다. 큰일을 작은 일처럼 해내고, 작은 일을 큰일로 만드는 공동체의 지혜가 2021년 새해에는 더 절실히 요구된다.

※ 필자는 현 제4교구 신도회장, 강릉고 고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 현재 법무법인 율곡 대표변호사. 강릉을 중심으로 지역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 많은 활동을 펼치며 국무총리상 등을 받았다. 용연사를 재적사찰로 신행활동과 수행에 매진한다. 

[불교신문3646호/2021년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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