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스님
현종스님

분노가 세상 끝까지 폭발하는 최악의 뉴스였다. 어린 정인이가 양부모에게 맞아 죽었다. 갓 돌 지난 정인이가 양부모의 온갖 학대로 고통 속에서 죽어간 비극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온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단다. 심지어 여리디 여린 뱃속 내장까지 찢어지고 파열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강하게 때리고 압박하고 던지고 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치가 떨리고 그 아픔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마의 짓이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다. 더욱 기가 차는 것은 사랑을 생명처럼 여기는 종교인이다. 입만 열면 사랑을 입에 달고 사는 교인이 그랬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정인이를 입양한 양부모는 목사의 자녀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동물도 종을 떠나 자비심이 있어 새끼들을 돌봐주고 위험으로 부터 지켜 주고 심지어 먹을 것을 나누어 주는 것을 책이나 방송에서 보았다. 그러니 그들은 사랑이나 자비 연민이 전혀 없는 사람의 탈을 쓴 악마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맞아서 찢어진 상처를 그냥 구내염이라고 진단을 한 소아과 의사, 아이가 맞아서 죽을 만큼 아프고 온 몸이 상처 투성이였는데도 별것 아니라며 사건을 종결한 경찰, 진즉 정인이의 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도는 입양 주선기관 홀트아동복지회도 명백한 가해자다. 이들 중 어느 한 사람, 한 기관이라도 제 정신 갖고 아이를 보았다면 말도 못하는 16개월 아이가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가해자고 죄인이다. 정인이가 억울하게 죽은 지 석 달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살아 있을 때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봤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피지도 못하고 창자가 찢어지는 고통 속에 죽어간 정인이의 억울한 넋을 위해 부처님 전에 진심어린 참회의 절을 올렸다. 

[불교신문3646호/2021년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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