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의 의미 하루라 생각해
1년 365평을 사계절로 나눠
하고 싶은 일들 경작해보길

이소영
이소영

만약 새해 첫날에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작년을 돌이켜 보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부동산임에도 불구하고, 한 평의 의미가 자산 단위가 아닌 삶의 터전에서 빚어내는 하루라는 삶의 단위로 생각해 보라는 새해의 계시로 받아들이고 싶은 건 나만의 희망사항은 아닐 것이다.

특히 2021년은 소띠 해인만큼 경작의 의미가 더욱 크기에. 우선 일 년 365평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하고 싶은 일들을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적 경작지와 공동 경작지로 나눠졌다. 

먼저 봄의 땅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둔 일을 찾아서 싹을 틔워 보자. 배움의 싹도 좋고 봉사의 싹도 좋고 이해의 싹도 좋겠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목공이나 발레를 배우거나 코로나로 돌봄이 필요한 우리 단지 내 맞벌이 부부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 주기처럼 공동체 함께 즐기기를 통해 이웃 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씨앗을 뿌려 보자. 

반면에 쨍한 여름에는 오히려 정중동(靜中動)을 실천해보자. 태양과 떠난 여행지에서 그 지역 특산물로 캠핑요리를 즐겨 보거나 숲 해설가인 친구를 초빙해 숲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과 함께 숲에 들어 피톤치드를 마시며 숲과 나무, 야생화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더위는 가고 상쾌한 사색이 올 것이다.

봄과 여름의 시간을 반추하며 수확물을 바라보는 가을. 뜻을 같이 하는 지인들과 함께 태풍이나 장마로 상품성이 떨어진 과일들을 사서 잼이나 절임을 만든 뒤 노동의 산물을 나누거나 베란다에서 잘 기른 허브로 차를 마시며 수확의 의미를 곱씹어 보자. 

드디어 겨울엔 일 년 동안 365평을 가꾸며 힘들 땐 다독이고 기쁠 땐 크게 웃으며 활기차게 보낸 ‘나’와 서로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 준 누군가를 위해 소박하지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보자. 배운 목공 실력을 발휘해서 아담한 스툴을 만들어 내게 선물하거나 그동안 돌봄에서 책읽기로 만난 친구들과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 각자 엄마, 아빠에게 선물하기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이처럼 ‘열심히’ 보다는 ‘즐겁게’ 할 수 있는 계획으로 365평을 가득 채울 때 그동안 머리로만 이해했기에 보지 못했던 ‘나’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마음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공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지난해는 코로나에 더해 정치도 교육도 경제도 편 가르기에 급급하다 보니 우울함은 기본이고 그 위에 마음의 생채기가 많이 생긴 게 사실이다.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개인의 행복보다는 공동체에서의 보람과 즐거움을 통해 얻는 공감이리라. 때로는 나만의 개성으로, 때로는 공동체의 의지로 가꾼 365평에서 공감을 배웠기에 2021년은 인생이라는 앨범에 소중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더욱이 정직한 하루, 건강한 하루가 모여서 이룬 것이기에. 새해는 어떤 사진들로 인생앨범을 채울 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건 아직도 경작 에너지가 넘친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렇듯 하루를 한 평 삼아 경작한다는 것은, 사찰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에 비유해 그린 심우도(尋牛圖)에 나오는 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365평을 은근과 끈기로 여유롭게 가꿔보자, 소처럼.

[불교신문3646호/2021년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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