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우리에게 2020년은 기억에서도 기록에서도 지우고 싶을 만큼 힘든 한 해였습니다. 그래도 그 어려운 날들을 잘 견디고 새해 첫 날 축복처럼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며 새해 소망으로 서로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 눈에 우리의 걱정과 불안이 다 덮여서 어느 날 ‘짠‘하고 아주 평범한(너무 평범해서 재미없게도 느껴지는) 하루가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아이 같은 상상도 해봅니다.

항상 어르신들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하고 마감했었는데, 며칠 전 우리 지역에 갑자기 확진자가 많아지며 부분적으로나마 운영하던 것도 중단돼 새해 인사도 유선과 문자로 대신해야했습니다. 지역적인 불안함과 때마침 찾아 온 한파가 세밑의 쓸쓸함을 더한 연말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을 해야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아우내은빛복지관 복지사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을 해야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아우내은빛복지관 복지사들.

하지만 우리 어르신들의 그 불안과 쓸쓸함이 오래지 않을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 모두 새해엔 좀 더 많은 어르신들을 뵙기 위해, 좀 더 많은 웃음과 활력을 드리기 위해 벌써부터 고민하고 계획하고 있으니까요. 그 만남이 꼭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맞대는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지난해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해주신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함께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 있는 기회를 올해는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복지사들이 어르신들의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해 준비한 다양한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들고 올해는 더 많은 어르신 댁을 찾아갈 거고요. 

그래도 어르신들이 천국이라고 이름 붙여주신 복지관을 가가호호 배달해드릴 수는 없으니 복지관 내에서도 지난해 몫의 사랑과 정성까지 더해 어르신들 맞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찾아가고, 맞이할 설렘으로 새해를 시작합니다.

사실 아직 세상은 시끄럽고 어둡습니다. 하지만 올라야 할 산이 높을수록 정상에서의 기쁨이 크다는 걸 우린 알기에 오늘도 잘 견디며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산이 가파르다 해서 꽃이 피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겠습니까? 힘들면 잠시 산바람에 땀을 식히고, 꽃구경도 하며 오르다 보면 정상에 닿겠지요. 생각해보면 우리 2020년 산행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니 꼭 기억에서, 기록에서 지울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이제 우리는 정상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왔습니다. 우리는 어르신들의 셰르파가 되어 어르신들이 무사히 정상에 오르실 수 있도록 응원하며 안내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상에서 고비고비 힘들었던 순간을 서로 위로하고, 휴식의 달콤함을 이야기할 겁니다. 지금도 우리와 발맞추며 잘 오르고 계신 어르신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불교신문3646호/2021년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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