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해

도정스님 지음/ 담앤북스
도정스님 지음/ 담앤북스

시 짓는 수행자 도정스님
불교신문으로 소통한 글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

“연꽃의 향기 머금은 그대
어떻게 살고 계시는가?”

“너와 내가 모습이 다르고 사는 방법이 달라도 배척함 없이 한데 어울려 화엄세상이었으니 나만 잘났다고 할 것 없고, 너는 왜 그 모양이냐고 힐문할 것도 없었다. 농부는 농사짓는 데 달인이요, 음악가는 음악 만들고 노래 부르는 데 추종을 불허하고, 작가는 글을 쓰는 데 나름의 일가를 이루며, 화가나 사진작가는 자신만의 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나다.”

불교신문에서 ‘도정스님의 향수해(香水海)’를 연재했던 시 짓는 수행자 도정스님이 최근 경전 한 구절과 삶 속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향수해'를 출간했다.
불교신문에서 ‘도정스님의 향수해(香水海)’를 연재했던 시 짓는 수행자 도정스님이 최근 경전 한 구절과 삶 속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향수해'를 출간했다.

불교신문에서 ‘도정스님의 향수해(香水海)’를 연재했던 시 짓는 수행자 도정스님이 산문집 <향수해>로 사부대중 앞에 나섰다. 인터넷 메신저와 SNS로 소통하는 시대에 편지글을 담은 산문집을 택했던 스님은 전작 <사랑하는 벗에게>를 낸 후 3년간 불자들의 소통 창구인 불교신문에 이 독백과 같은 글을 쏟아냈다.

책 제목 ‘향수해’는 <화엄경>에 나오는 ‘연꽃 피는 향기로운 바다’를 뜻하는 말이다. 즉 연꽃은 우주를 하나의 꽃으로 상징화시킨 것이며 모든 존재가 가진 각자의 고유한 세상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스님은 “온갖 고통과 즐거움, 슬픔과 행복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화엄의 바다에 핀 그대의 연꽃은 어떤 향기를 머금고 계시는가?”라고 묻는다.

도정스님은 시를 짓는 시인이며 부처님 말씀에 기대어 사는 수행자다. 등단으로 여러 권 시집을 내기도 했고, 산문집과 경전 해설서를 내기도 했다. 글로써 마음을 내비치는 스님이자 시인으로 살아가는 스님은 경전 한 구절과 삶 속 이야기로 책을 엮었다.

불교 경전 구절이 드러나는 내용이나 독자에게 불교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듯하지만, 스님은 “강요보다는 자연스러운 믿음을 갖기를 바라며, 그럴듯하게 꾸민 말 대신 진리로서 타인은 더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도정스님은 전작 <사랑하는 벗에게>를 마무리할 때쯤, 불교신문에서 향수해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글이라면 차고 넘치게 써 봤지만, 경전에 빗댄 삶을 녹여내려니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수행자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그 고민은 책에서 ‘기쁨’, ‘위로’, ‘사랑’, ‘외로움’, ‘신심’으로 각각 나눴다. 1장에서 5장까지 갈래는 5개지만 불자로서, 아니면 일반 독자로서 모두가 생각해봄 직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부처님께 복을 빌지언정 부처님께 복을 빌어주는 이는 얼마나 될까. 한 할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어린 손녀를 데리고 새해에 가까운 절을 찾아 부처님을 참배하였다. 할머니는 가족들이 올 한 해 모두 건강하기를 발원하고 자식이 하고자 하는 일이 모두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기도하였다. 그런데 어린 손녀는 할머니를 따라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면서 각 단에 돌아가며 절을 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스님은 우리가 당연시해 왔던 행동에서 기쁨과 위로, 신심을 느끼고 깨닫는다.

“어떤 사회학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생존의 본능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이런 말들은 가뜩이나 팍팍한 우리네 삶을 더욱더 슬프게 만든다. 짓밟아야 높아지고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성공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무자비한 행태인가. 오히려 ‘모든 사람이 내 자식 같다’는 부처님 말씀이 특별할 것 없는 세상이면 참 좋겠다.” 그러면서도 스님은 허무감이나 부질없음을 뛰어넘어 일상이 순간이 소중한, 그저 특별할 거 없는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도정스님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늙고 죽는 일이 허무하거나 부질없음을 뛰어넘어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순간의 연속이었음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쌍계사에서 원정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도정스님은 통도사에서 고산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시 ‘뜨겁고 싶었네’로 등단했으며, 시집 <누워서 피는 꽃>외 산문집 <사랑하는 벗에게> 등과 경전 번역 해설서인 <보리행경>, <연기경>도 펴냈다. <월간 해인> 편집장을 역임하고 현재 불교신문에서 ‘80화엄 변상도로 보는 부처님 세상’을 연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