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로 살 뿐

원제스님 지음/ 수오서재
원제스님 지음/ 수오서재

5대륙 45개국 순례 여정
깨달음의 기록 담아낸
수좌 원제스님의 ‘수행기’

“세계 도처 불교 수행자
만나 교류해본 기회였다”

“이 책은 세계 일주의 기록입니다. 또한 눈앞의 허공을 도량 삼아 살아가는 원제라는 한 수행자의 조금은 특별한 수행기이자,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서강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하며 수행하던 중 ‘여기에 뭔가가 있다’, ‘이 사람(부처님)은 진짜를 말하고 있다’라는 확신으로 출가를 결심하고 2006년 해인사에서 법전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선원 수좌 원제스님. 현재 김천 수도암에서 정진 중인 스님이 스스로를 점검하기 위해 떠난 2년간의 세계 만행을 책으로 엮은 <다만 나로 살 뿐>이 최근 출간됐다.

원제스님은 하안거, 동안거에 들어가면 1년의 절반은 새벽3시에 일어나 예불을 올리고, 하루 10시간의 좌선 수행을 하고, 수행 사이사이에 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밭일을 하는 수좌의 삶을 살아 왔다. 스님은 이렇게 제방 선원에서 20여 안거를 지냈다. 단순하고 소박하면서도 규칙적인 삶을 좋아하는 스님이 2012년 9월 어느 날 산문 밖을 나가 2년여 시간 동안 5대륙 45개국을 다니는 세계일주를 완수했다. 스님은 이를 두고 스스로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말한다. 그동안 해오던 수행을 세계 도처에서 점검해야겠다는 결의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한국불교와 선 수행을 알리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이러한 원력을 세우고 세계를 누빈 원제스님의 여행의 순간, 깨달음의 기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김천 수도암에서 정진 중인 수좌 원제스님이 스스로를 점검하기 위해 떠난 2년간의 세계 만행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다만 나로 살 뿐'이 최근 출간됐다.
김천 수도암에서 정진 중인 수좌 원제스님이 스스로를 점검하기 위해 떠난 2년간의 세계 만행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다만 나로 살 뿐'이 최근 출간됐다.

스님은 커다란 배낭에 침낭과 모기장, 가사와 승복, 카메라와 노트북, 트레킹화와 샌들, 비상약과 자물쇠를 넣었다. <108 참회문>과 성철스님이 쓰신 ‘불기자심(不欺自心)’ 명함판도 챙겼다. 절 밖에서도 매일 108 참회문을 하겠다는 결심의 준비물, 세계 각지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건넬 성철스님의 경구였다. 이렇게 27kg 무게의 가방을 메고 산문 밖을 나섰다. 수행이 진척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걷는 듯한 답답함이 가장 큰 이유였다.

수좌의 여행은 어떤 특별한 것이 있었을까. 원제스님은 여행 기간 동안 고집스레 삿갓을 쓰고 두루마기 승복을 입고 손에는 염주를 들었다. 가난한 배낭여행자이기에 좋은 숙소, 음식은 애당초 거리가 멀었다. 여행하는 도시의 현지인 집에 머물 수 있는 카우치서핑(Couch Surfing)을 통해 식비와 숙박비를 절약했다. 비용 절감도 중요했지만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한국불교를 알리고 선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스님만의 여행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스님은 “카우치서핑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재능 기부인데, 나는 선 수행이 전문 분야였기에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만나려 했던 것”이라며 “다행히 불교와 수행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고루 있었고, 세계 도처에 있는 불교 수행자를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누며 교류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티베트 카일라스를 시작으로 한 스님의 만행은 중국, 네팔, 인도를 거쳐 유럽, 남미, 미국으로 이어졌다. 여행의 길목에서 그는 선 수행을 실천하는 중국인, 출가를 준비하는 인도인, 숭산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관음선종 센터를 운영하는 이스라엘인을 만났다. 불교와 명상, 선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가 누구라도 스님은 미리 챙겨 간 한국불교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함께 보며 한국의 선 수행 문화를 설명하고 안내했다. 수행 농장을 일구는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외국인들을 위한 법문을 펼치고, 영국의 한 교회에서 낯선 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예배를 보았다. ‘인연 따라 자연스럽게 살자’, ‘우리 삶은 변화와 흐름의 연속’이라는 원제스님의 삶의 신조는 여행길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스님은 “좋든 안 좋든 그 수많은 상황을 접하며 낱낱의 경험들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비움으로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그 모든 경험을 치러냄이 모두 훌륭한 수행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세계 일주가 끝난 뒤에야 알게 됐다”면서 “세계 일주를 하던 당시에는 그런 여러 경험의 수행을 치러내느라 바빠서, 또 그렇게 비움으로 제대로 돌이킬 만한 사색의 여유가 없어서, 도리어 그것이 수행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그때도 연습 중이었고, 지금도 연습 중”이라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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