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림이야기

영담스님 지음/ 영담한지미술관
영담스님 지음/ 영담한지미술관

“할머니 기억 속에서 처녀시절 동네 총각 오빠야가 꺾어 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 가지가 있답니다. 갑순이와 갑돌이처럼 둘은 아닌 척 시집 장가를 달리 갔대요.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그 탐스런 감나무 가지는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붉은 윤기를 흐르고 있대요,”(<추억 그림이야기> ‘92세 허연자 할머니’ 이야기 중에서)

경북 청도 산골 마을의 어르신들의 추억을 그려 한지에 담고 이야기를 덧붙여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추억 그림이야기>가 최근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청도 영담한지미술관 관장 영담스님은 경상북도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의 일환인 ‘청도 반시골 어르신들의 한지에 추억그리기’ 사업을 원만히 회향하고 그 결과물을 단행본 <추억 그림이야기>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청도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60~90대 어르신 50명이 각자 자신의 마음에 간직한 장면을 표현한 그림과 영담스님이 그에 맞는 스토리텔링으로 소중하게 써내려간 글이 담겨 있다.

청도 영담한지미술관 관장 영담스님이 경북 청도 산골 마을의 어르신들의 추억을 한지에 그리고 이야기를 덧붙여 책으로 엮은 '추억 그림이야기'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92세 허연자 할머니 그림.
청도 영담한지미술관 관장 영담스님이 경북 청도 산골 마을의 어르신들의 추억을 한지에 그리고 이야기를 덧붙여 책으로 엮은 '추억 그림이야기'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92세 허연자 할머니 그림.

영담스님은 “인구비례 60대 이상 노령인구의 거주 비율이 높은 청도지역은 60, 70대는 마치 청년처럼 일하러 논밭에 나가고 집안에는 80대 이상의 고령의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그분들을 찾아다니며 친밀도를 높이고 마음의 문을 열어 그림을 그리게 하는 데는 진심의 소통이 필요했다”면서 “어르신들이 손에 붓과 색연필을 쥐기까지 정말 선의의 실랑이가 많았으나 막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재미있게 풀어 가시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어르신들이 옛날 문종이라고 반기시면 한지의 질감을 손으로 느끼면서 그림을 그려 가시는 모습은 정말 감명 깊었다”면서 “기관의 후원과 경제적 여력이 부족해 우선 1차로 500부를 간행했고, 앞으로 십시일반 후원이 있다면 2차 500부를 재발해 널리 펼치고자 한다”고 의미를 밝혔다.

운문사 승가대학 중강을 지냈으며, 전주한지축제와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특별초대전으로 대중과 만나기 시작한 영담스님이 2007년 경북 청도에 설립한 영담한지미술관은 지난 국내에서 유일한 한지(韓紙) 전용 미술관이다. 관장 영담스님의 재현종이 40여 종, 2만여 장과 한지미술작품 4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연중 기획전과 특별초대전, 상설전시 등 전시는 물론 신진작가 발굴 및 육성 등 각종 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전통 한지의 아름다움과 대중성을 널리 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