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하게 기다리는 포교 아닌
새로운 길 찾으려 ‘고군분투’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마스크 때문에 숨쉬기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평범했던 일상을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는 만남을 힘들게 하고 낯설게 만들어 버렸다. 살아오면서 이처럼 만남이 자유롭지 못한 적이 있었던가 싶다. 

만남이 불안한 상황이다 보니 연초에 계획했던 교내 교화활동들은 상당 부분 축소하거나 포기해야만 했다. 봉축행사도 최소한으로 진행하고, 법회도 소규모로 나누어서 하거나 비대면으로 해야만 했으며, 수련회도 결국 계획을 접어야만 했다. 학생과 교직원들, 학부모님께 불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광동학원 이사장 일면스님이 학생들에게 오계를 설하는 모습.
광동학원 이사장 일면스님이 학생들에게 오계를 설하는 모습.

코로나는 교화활동을 가로막는 엄청난 벽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가 끝나야만 만남이 이루어지고 제대로 교화활동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임을 주변의 법사님들을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첫째, 살생을 멀리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라. 자비심으로 중생을 사랑하라. 이것이 우바새 우바이의 계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지키겠느냐?” “지키겠습니다”

광동학원 이사장이신 두산일면 대종사님께서 화면을 통해 학생들에게 오계를 설하신다. 지키겠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경건하다. 수계식이라면 으레 합동수계식을 생각하게 되어, 코로나 상황에서는 어렵지 않겠냐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광동고등학교의 법사님들은 달랐다. 큰스님께 간청하여 상황을 말씀드리고, 수계식에 필요한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했다. 수계식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한 번에 하던 것을 여러 번 반복했다. 비록 번거롭고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해도 수계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불교와의 깊은 만남을 갖도록 만들어 줄 수 있어서 보람이 있었다고 한다.

작년 연말에는 전국불교종립학교 불교학생회 임원수련회가 있었다. 교법사님들의 의견을 모아 온택트수련회를 했다. 줌을 통해 법사님들과 임원들이 입재식에 참여하여 함께하고, 개별 프로그램들은 학교별로 활동하여 결과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온라인을 통해 불교리더십을 익히고, 학교별로 보석만다라를 만들어 불전에 올려 기도하는가 하면 함께 주제에 맞는 동영상을 촬영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탑재함으로써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비록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untact) 언제라도 온라인을 통해 만날 수 있는(ontact) 수련회였다.

법사님들의 교화활동을 보며 벽은 꼭 넘어야만 하는 것도, 부셔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벽에 기댈 수도 있고, 걸터앉을 수도 있다. 벽을 보고 참선할 수도 있고, 벽에 멋진 그림을 그릴 수도 있지 않은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올라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 주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재료들을 두루 준비해 주면 벽은 더 이상 막힘의 공간이 아니라 쉼과 놀이의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했다.

‘백척간두진일보’ 더 이상 길이 없어 보이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모르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코로나라는 큰 장벽 앞에서 무력하게 기다리지만 말고 새로운 포교의 길을 찾고 방법과 기술들을 익힌다면 벽은 더 이상 벽이 아니라 오히려 불교와 항상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디딤돌이 되리라 생각한다. 

[불교신문3645호/2021년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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