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현스님의 초기불교에서 禪까지] <92> 유식의 수행론 - 십지경의 수행론⑥ 이구지(離垢地, Nirmala Bhūmi)의 수행1

이구지 보살은 지계바라밀을 닦는다. 지계바라밀을 닦으면 감각적 번뇌가 다스려진다. 악행을 멀리하고 선행을 하게 된다. 이것이 행복을 가져오고 천상에 태어나는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이구지 보살은 지계바라밀에 통달하는 것이다. 

어째서 이구지(離垢地, nirmala), 즉 더러움이 없다고 하는가? 부도덕한 법(mala)에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nir)이다. 십지경은 악법과 선법을 실천하는 강약에 의해 육도 세계가 벌어진다고 한다. 심한 악행의 결과는 지옥중생이고, 중간 악행의 결과는 아귀이며, 작은 악행의 결과는 축생이다. 작은 선행의 결과는 인간이며, 중간 선행의 결과는 아수라이고, 큰 선행의 결과는 천상이다. 이때 이구지 보살이 벗어나야만 하는 악행이란 세 가지 신업, 네 가지 구업, 세 가지 의업, 모두 열 가지이다.

세 가지 신업이란 살생, 투도, 사음이다. 살생이란 탐진치의 번뇌와 함께 살아있는 중생을 스스로 죽이거나 또는 남을 시켜 죽이는 것을 말한다. 그가 행한 살생의 정도에 따라 삼악도 중 하나에 태어나는데, 전생에 살생을 많이 한 사람은 금생에도 살생하는 습관을 갖게 되고, 그 과보에 의해 수명이 짧거나 자주 아프게 된다. 

투도란 다른 사람의 물건임을 알면서 탐진치 중 하나의 번뇌와 함께 스스로 훔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 훔치고서 그런 행위를 기뻐하는 것이다. 그가 훔친 물건의 가격과 가치에 따라 삼악도 중 하나에 환생하게 된다. 전생에 도둑질하던 사람은 그 습관에 의해서 금생에도 도둑질하는 습관을 갖게 되고, 그 과보로 가난한 삶을 살게 되거나 혹은 재물을 모아도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고 엉뚱한 일로 소모된다. 

사음은 성행위를 하려는 의도로 배우자나 애인이 아닌 사람과 성행위를 즐기는 것이다. 그가 저지른 잘못된 성행위의 정도에 따라 삼악도에 환생하게 되며, 전생에서 잘못된 성행위의 습관을 가진 사람은 금생에도 그런 습관을 가질 수 있으며 그 과보로 주변 사람들이나 친구, 배우자에게서 신뢰를 얻지 못한다. 

네 가지 구업은 거짓말, 양설, 악구, 기어이다. 거짓말은 거짓말하려는 의도로 말이나 몸짓으로 타인을 속이는 것이다. 전생에 거짓말의 습관을 가진 사람은 금생에도 거짓말하기 쉽고, 그 과보로 비난받고, 고소당하고, 사기당하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또한 그가 한 거짓말의 정도에 따라 삼악도 중 하나에 환생하게 된다. 

양설은 친한 사이를 갈라놓거나 계속 서로를 떨어뜨려 놓을 의도로 탐진치와 함께 사실 또는 거짓말로 이간질하는 것이다. 전생에서 이간질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금생에도 이간질하는 성향을 띄게 된다. 이간질의 과보로 추종자나 친구가 곁을 떠나거나 나쁜 친구나 이웃을 만나게 된다. 그가 한 이간질의 정도에 따라 삼악도 중 한 곳에 환생한다. 

악구는 불쾌한 말이다. 욕설하려는 의도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타인에게 탐진치와 함께 욕설하는 것이다. 전생에 욕설의 습관을 가진 사람은 금생에도 욕설하는 습관을 갖게 되며, 한 욕설의 정도에 따라 삼악도 중 하나에 환생하게 된다. 욕설한 과보로 타인에게서 불쾌한 말을 자주 듣게 되거나, 말할 때마다 남과 불필요한 언쟁을 하게 된다. 

기어란 의미 없는 대화나 잡담을 말한다. 무언가를 얻으려는 의도로 다른 사람을 칭찬하거나, 노래하거나, 드라마 대사를 말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을 읽어주는 것을 말한다. 그가 한 기어의 정도에 따라 삼악도에 환생하게 되며, 전생에 기어의 습관을 가진 사람은 금생에도 무의식적으로 기어를 하게 되며, 그가 하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거나 스스로도 불신하게 된다.

[불교신문3645호/2021년1월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