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2월8일은 불교 4대 명절 성도절이다. 올해는 양력 1월20일이 성도절이다. 부처님께서 진리를 깨달은 날이다. 육신이 태어나신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8일), 진리를 찾아 길을 떠나신 출가절(음력 2월8일), 육신을 벗은 열반절(음력 2월15일), 그리고 성도절은 불자들이 가장 기리고 찬탄하는 4대 명절이다.

성도절에는 일주일 전부터 전국 사찰에서 신도들이 철야기도하고 참선하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명절답게 공연을 펼치거나 부처님 제자인 수행자를 공양하는 날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성도절을 차분하게 보내게 됐다. 안타깝지만 함께 모여 법회 보고 기도하던 예년의 성도절 행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해도 성도절 의미를 새기고 실천하려는 의지마저 약해져서는 안된다. 불교 가르침에 비춰보면 육신의 나고 사라짐 보다 성도가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남은 ‘완벽한 인간’을 구현하는 시작이지 그 자체로 완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진리를 체득하고 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며 그 안내자가 부처님, 부처님의 가르침,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다. 불교의 세가지 보물(三寶)이 부처님 성도를 통해 이뤄졌고 이를통해 인류의 진리를 찾는 거룩한 순례가 시작되었으니 인류가 이를 명절로 삼아 기리는 이유다.

부처님께서 깨달은 핵심 진리는 무엇인가? 경전은 성도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 때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한다. ‘무엇으로 인해 늙음과 죽음이라는 것이 있을까. 도대체 무엇을 원인으로 늙음과 죽음이 있단 말인가. 태어남을 원인으로 해서 늙음과 죽음이 있다. 그러면 무엇으로 인해 태어날까. 생존(有)으로 말미암아 태어난다….” 

부처님은 이런 식으로 인간 고뇌의 원인을 차례차례 거슬러 살핀 결과 모든 것의 근원에는 ‘무명’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로 연기(緣起)다. 불교가 인도의 기존 사상 종교와 결정적으로 다른 핵심 교리다. 연기관으로 인해 인간은 주체적이며 절대적 존재임을 알게 됐다. 부처님 성도 이전 인간은 태어난 가문, 부모의 신분과 경제적 지위에 따라, 혹은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좌우되는 수동적 존재로 취급당했다.

종교는 진리 전달 보다 제사와 의례에 치우치며 운명론과 절대자를 정당화 하는데 앞장섰다. 연기로 인해 인간은 평등하며 누구든 태어남이 아니라 행위에 따라 결과를 받는 공정하고 평등한 존재임을 알게 됐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첫발을 딛는 거룩하며 역사적 순간이었다. 인류가 부처님 성도를 찬탄하고 명절로 삼아 크고 성대하게 기리는 이유다.

오늘 우리는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금강석처럼 믿고 실천하는가? 괴로움의 원인이 갈애에 있음을 알고 이를 해소하는데 노력하는 삶을 사는가? 나의 행위에 따라 결정 난다는 인과설을 믿는가? 탐욕을 버리고 자비로 이웃을 대하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가? 성도절을 맞아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물어야할 질문이다. 

[불교신문3645호/2021년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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