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 불교신문 공동주최…강헌정 불자 수상

자장율사가 창건한 영축총림 통도사는 현대들어서 매년 20여만 명 이상이 동참해 화엄경의 진수를 듣는 화엄산림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통도사는 1920년대 초에 지금의 화엄산림에 해당하는 ‘화엄대경’을 봉행하기도 했다. 사진은 2019년에 열린 화엄산림대법회 모습. 사진제공 = 월간 통도
자장율사가 창건한 영축총림 통도사는 현대들어서 매년 20여만 명 이상이 동참해 화엄경의 진수를 듣는 화엄산림 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통도사는 1920년대 초에 지금의 화엄산림에 해당하는 ‘화엄대경’을 봉행하기도 했다. 사진은 2019년에 열린 화엄산림대법회 모습. 사진제공 = 월간 통도

자기 버리고 중생 위하는 행원 가득찬 보살꽃

해마다 동짓달이면 통도사에는 화엄꽃이 피어난다.

자기는 아주 버리고 오직 중생만을 위하는 행원으로 가득찬 보살꽃이 피어난다.

어느 추운 겨울날 우연히 들리게 된 통도사에는 월하 방장스님의 법문이 들리고 있었다.

선재동자가 또 다음의 선지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법문에 끌려 들어갔고 그 다음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다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다.

이런 인연으로 내가 화엄산림을 살게 되었고 동짓달 한 달을 통도사에서 보내게 되었다.

첫날 문수전에 짐을 풀고 보니 내 옆자리에 영주에서 오신 보살님이 계셨는데 영가를 88분을 모시고 와서 올린다기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새벽 3시에 올리는 새벽 예불에 보살님들은 1시만 되면 일어나 소란을 피우고 도량석 돌기 전에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해도 대웅전 문 열면 1등으로 들어가겠다며 법당 앞에 모여 있었다.

예불이 끝나고 아침을 먹은 뒤에 모여 앉아 간식들을 먹는데 과일을 깎고 껍질을 갖다 버린 곳에 노보살님의 틀니가 들어가 버려 법석이 나기도 했다.

화엄산림을 살게되며 알게 된 건 산림의 뜻은 파인아산(破人我山)의 산으로 ‘나다’, ‘내가 잘났다’는 마음의 산을 무너뜨리고, 양공덕림(養功德林)의 림은 공덕의 숲을 길러나간다는 뜻이다.

하루는 주지스님이신 태응스님께서 오셔서 “마당에도 사람이 항거고(가득하다) 법당에도 사람이 항거다”며 만족스러워 하셨다.

매년 동짓달이면 피는 화엄꽃
‘나다’는 마음의 산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길러나가는 ‘산림’
화엄산림 10번 동참 원력 정진

그 뒤 정우스님께서 주지로 부임하시자 한 달간 하던 산림법회가 53일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가서 법을 물었으니 화엄산림도 그렇게 53분의 선지식을 모셔다가 법문을 들어야 한다며 그렇게 법이 정해졌는데 그 덕분에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이 나라의 모든 대덕스님들이 총출동하시어 화엄경을 설하시는 잔치 같은 법석이 날마다 이루어졌다.

그뿐인가!

신정, 구정을 모두 우리나라 최고 도량인 통도사에서 쇠게 되었고, 구정날 새벽에는 사중의 어른 스님들을 모두 모셔놓고 한자리에서 세배를 올리는 홍복을 누리게 되었다.

그런 한편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하루는 잠을 자고 있는데 수런수런 소리가 나길래 깨어보니 스님들께서 와 계셨고 들어보니 어느 보살님이 “방이 뜨거워서 잠을 잘 수 없으니 불을 좀 낮춰 달라”고 주지스님께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지스님께서 스님들 몇 분을 깨워서 우리가 자는 방에 까지 오신 것이었다.

스님들께서 바쁘신 업무 가운데서 주무시지도 못하게 만든 게 너무 죄송하고 우리를 염려해서 밤중에 까지 신경을 쓰시게 해드린 게 더욱 송구스러웠다.

스님들께서 가신 뒤 “똑똑도 하제! 주지스님 방에 전화 할 줄은 우찌 알았노?” “주지스님 방 전화번호를 아무나 아는기가”

잠을 깬 보살님들이 한마디씩 하는 것이었다.

화엄경은 불교 최고의 경전이며 법계(온 우주) 전체가 화엄 아닌 것이 없다해서 나는 이 법회에 열 번을 참석하기로 원을 세웠다.(10년 공부)

선재동자가 찾아 다닌 선지식은 훌륭한 뱃사공도 있었고, 외도도 있었고, 심지어 기생까지도 있었다.

선재동자는 사람을 분별하지 않고 모두에게서 배웠고 그들이 자기만이 통달한 이치를 모두 받아들였다.

열 번의 화엄산림을 살던 중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법회가 있었다.

총무원장이신 지관스님께서 회향 법회에 오셔서 “내가 총무원장에 나갈려고 하니 통도사에서 도와 달라”고 통도사에 와서 부탁을 했더니 주지스님께서 “도와 드릴테니 화엄산림에 오셔서 법문을 해주십시오”하시는 바람에 약속이 되어 버려서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것이라고 운을 떼신 후 회향법문인 보현행원품을 설해 나가셨다.

화엄경의 핵심부분을 대학자 스님이신 총무원장께서 직접 설법하시니 내 마음은 기쁘고 행복했다.

회향법회는 축제였고 법문이 설해지는 설법전, 그 아래에 있는 문수전, 관음전 그리고 공양간, 절마당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모두 다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보현보살의 열 가지 원(십대원)에 귀를 모으고 있었다.

총무원장께서는 자신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어 해마다 회향법문을 해주셨는데 그 중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맨 처음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을 만났을 때 “그대는 이미 보리심을 내었으니 온갖 지혜를 성취하려거든 선지식을 찾으라. 여기서부터 남방으로 가면서 여러 선지식을 방문하고 보살행을 닦으라.”

우리나라 최고 대덕스님 ‘총출동’
화엄경 설하시는 잔치 같은 법석
통도사에서 완전한 불법 들어가
대자비로 중생 살피는 보살 귀의

이렇게 시작된 선재동자의 구법 행각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가는 가운데 그들의 가르침에 절대적으로 순종하고 받들어 가면서 법계로 한발 한발 들어가게 된다.

미륵보살을 찾아 갔을 때 미륵보살은 오른쪽 손가락을 허공에 튕긴다(탄지)

선재동자는 삼세인연을 터득하게 되고 불망념지(잊어버리지 않은 기억)을 얻는다.

미륵보살이 손가락을 튕기어 비로자나 장엄장 큰 수각의 문을 열자 선재동자가 그 누각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것은 곧 큰 삼매에 깊이 들어가서 미륵보살의 모든 수행공덕을 다 보고, 다 듣고, 다 알았다는 뜻이다.

미륵보살이 신통력을 거두고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자 선재동자는 삼매에서 깨어난다.

미륵보살은 문수보살에게 갈 것을 지시하지만 선재동자는 맨 처음에 만난 그에게 다시 가는 일을 싫어하지 않는다.

모든 선지식이 일러주는 대로 쉬지 않고 정진해 온 것 같이 다시 문수보살을 만나러 떠난다.

문수사리는 선재동자가 오는 것을 보고 멀리서 오른손을 펴서 선재동자의 이마를 만지면서 인가하고, 증명하고,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만약 믿음의 뿌리를 여의었던들 모든 공덕과 깨달음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설한 후 선재동자로 하여금 아승지 법문을 성취하게 하고 한량없는 큰 지혜의 광명을 구족하게 하였다.

이렇게 부처님 지혜에 들어간 선재동자의 순례가 어느 화엄산림에서 미륵보살 부분이 설해지지 않고 말았다.

지관스님께서 회향법문을 시작하시는데 나는 이 법회가 완전히 되어지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다른 때는 그러지 않으셨는데 스님께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미륵보살을 언급하셨고 미륵보살의 탄지로 선재동자가 삼매에 들었고 문수보살에게서 공부가 성취되었음을 인가 받는 대목이 분명하게 설명되었다.

나는 모든 불보살님들이 이 법회에 감응하시고 옹호하고 계심을 확인하고 있었다.

원만하게 되어진 화엄산림법회.
우리는 통도사에 와서 완전한 법을 듣고 불법으로 들어간다.
동짓달 마지막 날.
통도사에는 보살들이 출현한다.
오소서 문수보살님!
당신의 다함 없는 지혜를 찬탄합니다.
오소서 보현보살님!
나를 버리고 중생만을 생각하는 귀한 행원을 찬미합니다.
오소서 관음보살님!
대자비로 중생을 보살피시는 거룩한 모습에 고개 숙여 절합니다.

영축총림상을 수상한 강헌정 불자.
영축총림상을 수상한 강헌정 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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