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불교신문 공동주최…최효분 불자 수상

통도사는 코로나 19 예방차원에서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법회 내용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화엄산림대법회를 봉행했다. 초기에는 제한된 일부 불자들이 동참하였지만 2.5단계로 방역수칙이 강화된 12월 22일부터는 대중스님만 동참하여 법회를 봉행했다. 이천운 경남지사장
통도사는 코로나 19 예방차원에서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법회 내용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화엄산림대법회를 봉행했다. 초기에는 제한된 일부 불자들이 동참하였지만 2.5단계로 방역수칙이 강화된 12월 22일부터는 대중스님만 동참하여 법회를 봉행했다. 이천운 경남지사장

백지 같은 ‘믿음 도화지’에 그리는 ‘화엄의 그림’

또르르~~똑! 또르르~~똑! “원아진생무별념 아미타불독상수~ 관구서방아미타 나무 서방대교주 무량수여래불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온 사방이 고요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녁예불을 마치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소란스러움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법주스님의 장엄염불과 맑은 목탁소리와 힘찬 북소리가 어우러지고, 학인스님들께서 쥐어주신 흰색 천을 어깨에 걸치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법당을 돌기 시작했다. 법주스님의 장엄염불에 “나무아미타불”하며 큰 소리로 후렴을 맞춰야하는데, 가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참회와 그리움에 목이 메어 소리는 나오질 않았고, 붉게 충혈된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걸치고 있는 이 줄은 무슨 의미일까? 세상 모든 것들과 이어져있다는 뜻인가? 스님들은 왜 이 토록 즐거워하며 바라춤도 추시고, 지장보살님과 마왕 파순으로 변장하셔서 우스움을 연출하시고, 사후세계로 안내하는 반야용선도 춤을 추는 이 의식이 분명 즐겁고 행복한 의식임에 틀림없는데 왜 나는 이토록 가슴 시리고 슬픈 느낌이 드는 건지…. 저토록 많은 영가들마다 간직하고 있는 사연들이 궁금했었던 첫 법성게 때의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나와 통도사와의 인연은 30여 년 전쯤으로 돌아간다. 20대 초반 지인들과 함께 영축산을 등반하고 내려와 우연히 참여하게 된 저녁예불. 정갈한 법당 뒤편에 앉아 왠지 모를 경이로움과 장엄함에 전율을 느꼈던 생각이 난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나지막하면서도 절제된 힘이 느껴지는 스님들의 목소리에 끌려 시간이 허락될 때마다 주말이면 통도사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었다.

스님들의 화엄경 설법 듣고
선망인연 위패 앞에서 기도
부처님 말씀 가슴에 새기며
바른불자 살아가는 힘 얻어

그저 부처님이 좋았고 산문에 들어서면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분리된 듯,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따뜻한 오후의 햇살을 맞으며 무풍한솔길을 걸어 들어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나면 새로운 한 주를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위로를 받고 돌아 올 수 있었던 통도사. 30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단단하게 나를 이끌어 주고 있음이었다 .

여고시절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불보살님들과 친근해졌고, 항상 절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지,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 궁금해 하셨던 아버지와 당신의 딸이 불자가 되어가는 것을 기특하고 뿌듯해하셨던 나의 부모님. 일상 속에서 늘 관세음보살님을 찾으셨던 어머니와 무심하신 듯 하시면서도 부처님 앞에서는 진지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란 우리 형제들의 삶 속에는 불보살님들께서 항상 함께하시고 계셨다.

왜 불교를 믿느냐는 물음에 선뜻 대답을 못했던 시절, 내가 누구인지, 또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물음조차 생각이 없었던 지난 날. 통도사불교대학에 토요반도 있더라는 정보를 듣고 시작된 불교대학 생활. 부처님 뵈러 가는 토요일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사찰예절과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배우고 나면 저녁예불을 보기 전까지 각 전각을 돌며 불보살님들께 인사를 드렸고, 저녁공양을 마치고 나면 시끌벅적하고 부산스러웠던 도량에는 썰물 빠지듯 기분 좋은 정적이 흐르면서 어둠이 찾아드는 명부전 지장보살님의 발아래 엎드려 어떤 때는 감사하다 고맙다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왜 그러냐고 따지고 원망도 하면서 대화를 주고 받다보면 어느새 원망하고 미워하며 자책하는 마음들이 사라지고 또다시 열심히 잘 살아보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면서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다시금 느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각단 예불을 마치고 설법전에 앉아 눈을 감고 마음을 챙기고 있자면 어느새 자리하신 스님들과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오는 법고소리와 때 맞춰 울리는 목탁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예불시간은 부처님과 함께하는 환희로운 시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처음 화엄산림법회를 만났던 그 해의 겨울.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내 삶에 빛과 같은 전환점이 찾아왔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인연이 된 보살님들과 스님들을 통해 아무런 노력 없이 대가만 바래왔던 부끄러운 마음에 그들을 따라 일상생활 속에서의 기도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고 조금씩 부처님 가피에 대한 확신도 생겨나던 차에 참여하게 된 화엄산림법회.

이른 아침 기분 좋게 싸~한 차가움과 함께 들어선 설법전에 먼저와 자리 잡은 대중들 틈에서 잠시 숨 돌리며 바라본 법당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넓은 법당 사면의 벽도 모자라 중간 중간 칸막이에도 가득 붙여진 영가 위패들. 그 위패 앞에서 정성어린 절과 공양물을 올리고 경전을 읽으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처음 올려드린 우리 선망 조상님들과 인연들에게 미안함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까지의 맹목적인 기복으로부터 벋어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믿음의 신행으로 변화가 절실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조상님 위패 보시던 아버지
이제는 다시 만날수 없지만
‘화엄산림법회’ 영단에 모셔
눈물로 참회 극락왕생 발원

주말 큰스님들의 주옥같은 화엄경 설법을 듣고 틈틈이 지난 설법들을 찾아듣기도 하면서 백지 같았던 나의 믿음 도화지에 조금씩 화엄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주말법회와 법성게, 천도재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스님들과 보살님들의 모습을 하나씩 따라하면서 그렇게 하는 의미를 배우게 됨에 따라 화엄산림법회의 의미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선망 조상님들과 선망인연들의 위패 앞에서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조용히 고여 흐르는 눈물의 참회와 극락왕생을 기원할 수 있었다.

항상 나의 신행생활을 대견하고 궁금해 하셨던 부모님께서도 법성게 의식에 참여하시게 되셨고, 상상하셨던 모습을 직접 보시고는 “과연 최고다”라 감탄하시면서, 많은 대중들 틈에서 혹시라도 다치실까봐 노심초사했던 자식의 염려도 아랑곳없이 여든 후반의 아버지는 장엄염불과 함께 한 발 한 발, 한 바퀴, 두 바퀴 장엄염불이 끝나고 의식이 마무리 될 때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줄을 부여잡은 손으로 합장하시며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셨다.

힘든지도 모르고 생전처음 해보셨다며 좋아하셨던 아버지. 그 후로도 부모님의 법성게 참여는 계속되었고 영가 위패 앞에서 옛 이야기로 추억을 더듬어보시기도 하시면서 고마워하시기도 하셨다. 2018년 화엄산림법회에는 영단 앞에서 선망조상님의 위패를 올려다보셨던 아버지의 위패가 붙어졌고, 그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머니와 자식들의 기도는 더 길어지고 깊어져갔다. 아버지는 설법전의 백연등으로 당신의 딸을 지켜보시며 항상 함께하시기에 화엄산림법회는 나에게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될 수 있었다.

가급적이면 아버지와 가까운 곳에 자리잡기위해 이른 아침 열심히 달려갔던 통도사. 화엄산림법회가 여법하게 마무리되고 나면 한 달 동안 큰 스님들께서 그렇게도 열심히 말법 중생들을 위해 깨우쳐주시려했던 부처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가벼워지는 삶의 무게와 벅찬 마음 가득안고 바른 불자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통도사와의 인연도 깊어지고 나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바른 길을 찾으려 동분서주하는 내게 고맙고 아름다운 인연들이 생겨났고, 나의 무지를 이해 쉽게 설명해주시는 스님들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가족들과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많이 편해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역지사지의 마음과 모든 갈등의 원인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으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항상 불보살님들과 함께 하려 노력하다 보니, 현재의 내 삶은 내가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항상 내 인생의 든든한 ‘뒷 빽’이신 불보살님들과 함께 할 것이기에 더 이상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초조함 없이 항상 불법승 삼보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가 불교를 믿는 목적인 육도윤회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지인들은 내게 절에 왜 그리 열심히 다니냐고 물어본다. “황금 옷을 입은 멋진 사나이들과 데이트하러 간다고, 또 현생의 내 삶을 투자하러 간다고, 이 보다 더 확실하고 과학적인 투자처는 없다고” 확실하게 대답해준다. 또 다시 화엄산림법회의 계절이 다가왔다.

코로나 19라는 무서운 마구니에 부딪혀 예년의 뜨거운 열기와 마음들이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항상 그러했듯이 기분 좋은 이른 아침 차갑고 상쾌한 통도사의 기운을 받으며 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들이 활기차며 모든 영가님들의 극락왕생을 간절히 빌어 본다. 나무아미타불.
 

금강계단상을 수상한 최효분 불자.
금강계단상을 수상한 최효분 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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