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다른 아이들도 함께하는 모습에 보람느껴요”

파라미타 활동 입시와 연계
자소서 작성하는데도 도움
임원 학생 서울대 입학 성공

종교 달라도 반 전체 가입
함께 소풍갔던 일 잊지 못해

전국 파라미타 중 가장 많은
회원 보유하기까지 헌신한
회장 지낸 금곡스님에 감사

1월7일 만난 강릉 문성고 파라미타 지도자 박인순 교사는 3학년 부장으로 입시지도의 최일선에 있으면서도 주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부처님께서 자신에게 준 가피의 마음을 아이들도 닮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1월7일 만난 강릉 문성고 파라미타 지도자 박인순 교사는 3학년 부장으로 입시지도의 최일선에 있으면서도 주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부처님께서 자신에게 준 가피의 마음을 아이들도 닮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피라미드요? 피라미타?” 박인순 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인 강릉 문성고에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나왔던 반응이다. 일반 사립고에 용어도 생경한 불교 청소년 단체를 설립하고 정착시켜 나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박 교사는 종립학교가 단 한 곳도 없는 강원도를 일컬어 “불교 불모지나 다름없었다”고 회상했다. 내부에서부터 특정 종교 활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창립 자체가 무산될 뻔 했다.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는다는 이유로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들을 임의로 탈퇴시키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가 먼저 파라미타 지도자 연수를 받아보고, 도움 되는 활동을 추려오겠습니다. 앞으로 단 한 건의 민원이라도 나온다면 그 즉시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겠습니다”라는 확답을 내놓은 끝에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그때가 2010년이다. 1월7일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박인순 교사를 만났다.

16년 교편을 잡고 있는 동안 절반 이상의 시간을 파라미타와 함께했다. 인성교육에 부처님 가르침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말처럼, 자기 스스로 더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전국연합캠프와 학생지도자 간부수련회 등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하나씩 만들어 갔다. 강릉문화원 산사체험, 오죽헌 지킴이, 범일국사 문화축전, 강릉문화재야행 홍보지킴이, 고교연합 포교당 주말법회 및 무료급식 봉사, 노인요양센터 효잔치 등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만 셀 수 없이 많다. 파라미타 전국캠프와 낙산사 템플스테이, 리더십 캠프 등 강원파라미타 연합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자비를 들여 간식을 사 먹이고 아이들의 높은 참여율에 스스로 신이나 활동했다. 가입 숫자도 하나 둘 늘어, 지금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100여 명 이상 활동 중이다.

특히 학생들 큰 관심분야가 대학진학인 만큼 파라미타 활동이 성공적인 입시 준비로 연계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대학입학을 위해서도 비교과활동이 필요하다는 학생들 요청이 많았고 자발적 참여율이 높아 여러 번 행사를 기획할 수 있었다.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진로를 조사하고, 희망 학과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정해 이색적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거의 매년 비슷한 활동을 반복하는 여느 동아리와 달리 매년 새로운 테마를 정해 프로그램을 꾸렸다. 단순 참여를 지양하고 개개인의 특기와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1월7일 만난 강릉 문성고 파라미타 지도자 박인순 교사는 3학년 부장으로 입시지도의 최일선에 있으면서도 주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부처님께서 자신에게 준 가피의 마음을 아이들도 닮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018년 불복장 테마전을 관람하고 서울 조계사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예를 들어 월정사성보박물관과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해외로 유출돼 지금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문화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영어교육이나 국제통역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겐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우리 문화재를 소개하면 좋을지에 대한 원고를, 영상분야 관심 학생들에게도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도했다.

소감문 하나를 작성하더라도 관심 분야에 맞춰 글을 써 보리고 해, 자기소개서 작성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 응시과목이 되면서,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사회와 함께 해 온 불교를 보다 자연스럽게 알려나가는 활동에도 힘을 기울였다. 종교 관점이 아닌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이해시키자 종교가 다른 아이들도 편향된 생각을 버리고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우리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불교를 알아가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종교가 다른 학생들도 거부감 없이 참여해왔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한 지도 덕분이다. 주말에도 지역의 강릉 포교당에서 고교연합행사로 법회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입시에 성공한 사례도 많다. 이날도 반가운 소식을 들려줬다. 1학년 때 동아리 대표로 활동하고 강원파라미타 부회장 소임도 보았던 한 학생이 올해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3학년 때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정도로 불교문화 활동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도 많이 쌓았다. 2018년 고2 담임을 맡았을 때 반 아이들이 모두 파라미타에 가입해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그때 마침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붓다의 탄생 불복장’ 전시가 있었는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어 여기로 향했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 소식에 아이들도 모두 따라나섰다고 한다.

마침 독실한 교회 신자였던 한 학생이 안으로 안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자, 반 친구들이 ‘지금을 놓치면 평생 절에 가 볼 일이 없을 수도 있다. 유럽에 가면 종교와 관계없이 그 나라 문화인 성당에 가보려고 줄을 선다. 불교도 마찬가지다’며 설득해 모든 참가자가 무사히 관람을 마치기도 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체험학습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서도, 강릉 문성고는 철저한 방역 수칙 아래 사찰탐방 등을 이어갔다. 아이들의 간곡한 요청도 작용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에도, 한명도 빠짐없이 약속 장소인 박물관 앞에 모인 일도 잊지 못한다.

지나친 입시경쟁으로 일부 동아리에선 학생들 간에 마음을 다치는 일이 종종 발생하지만, 박 교사가 지도교사로 있는 동안은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좋은 스펙을 쌓을 수 있는 활동을 독점하려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서로 간의 감정이 상하기도 하는데, 박 교사는 모든 골고루 체험하게끔 했다. 누구 혼자의 공으로 돌리기보다 모두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조별 활동을 제시하고, 각 조는 전 학년을 골고루 편성해 선후배가 서로 배려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처음에는 친한 같은 학년끼리 활동을 원했던 아이들도 1년이 마무리가 되어갈 때쯤엔 서로의 멘토, 멘티가 되어 돈독한 불심으로 묶인 한 가족 구성원처럼 뭉치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 교사는 “포교라는 것은 긴 기다림”이라는 것을 강원파라미타 회장을 지낸 금곡스님(총무원 총무부장)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강릉 문성고가 속한 강원파라미타는 도내 초중고 38개교 936명이 회원으로 있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회원 학교와 회원 수를 보유한 곳이다. 금곡스님의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가 크게 작용했다.

“금곡스님의 아낌없는 후원 덕분에 저희들도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어요. 포교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파라미타를 통해 부처님 가르침에 호감을 갖고 자라서도 불교를 가까이 한다면 이것만큼 좋은 포교는 없다고 봐요. 파라미타는 부처님 가피 속에 청소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원력을 지닌 가장 좋은 청소년 단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파라미타가 보다 튼실한 단체가 성장하기 위해서 보완해야 할 점으로는 “대학교에 가서도 활동과 참여가 이어지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고 답했다. 고교 활동 이후엔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타 단체들은 성인이 되어 포교 활동의 주축이 되는데 반해, 불교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사찰도 본사가 있듯 대학생이 된 파라미타 회원들을 위한 거점 사찰이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사에게 입시지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긴 시간 동안 변함없는 애정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제 마음을 이끄는 원동력은 부처님께서 저에게 주는 가피의 마음”이라고 답했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는 그는 “타인이 곧 나”라는 마음으로 타인을 존중하는 미래 인재 양성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

강릉=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3645호/2021년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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