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 배워야할 소중한 가르침
이웃 도와주려는 마음과 그 실천

‘내가 누구입네’라는 아상 버리고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는 것이
복 짓는 마음

윤재웅
윤재웅

해가 새로 바뀌면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곤 한다. 보통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쓰지만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도 한다. 복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거라는 뜻이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느닷없이 복권에 당첨된다면 이는 복의 참뜻이 아니다. 그것은 복이라기보다 요행수일 가능성이 많다. 

복 지으라는 덕담은 복 바라는 마음이 요행수여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말이기도 하다. 좋은 일이 내게 오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다른 이에게 좋은 일을 먼저 하라는 권유인 셈인데, 이는 부처님 가르침의 요체이기도 하다. “나쁜 일일랑 하지 말고, 좋은 일이라면 기꺼이 하며, 스스로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한문 번역본에 ‘중선봉행(衆善奉行)’으로 나오는 표현이 바로 ‘좋은 일이라면 기꺼이 하라’는 가르침이다. 새해 덕담 식으로 바꾸면 ‘복 많이 지으세요’다.

부처님께서 이르시되, “이 세상의 힘 중에서 복의 힘이 으뜸이니, 그 복의 힘으로 불도를 성취한다”(증일아함 역품)고 하셨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행이 복 짓는 일이요, 복을 지으면 곧 스스로 복을 많이 받게 되니 이것이 곧 자리(自利)로 귀결된다.

불교 실천윤리에 우선순위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깨달음을 얻은 후에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上求菩提下化衆生)’는 것은 부처님의 성도와 교화를 시간 순차적으로 압축한 상징적인 슬로건이다. 이것을 대승불교의 수행 목표로 바꾸면 ‘자리이타’가 되는 것이다. 먼저 깨우친 후에 사람들을 돕는다는 교육방법론이다. 스스로 복을 받고 난 다음에 복을 지으라는 이야기와 같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상구보리가 안 된다고 하화중생을 포기할 순 없다. 오히려 하화중생을 열심히 하는 가운데 상구보리를 닦아나가는 방법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행자가 아닌 재가불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불교가 일상의 친근한 불교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에게 공감을 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오온도, 공도, 사념처도, 십이연기도 공감이 쉽지 않다. 무엇이 불교인가? 누구나 쉽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보시행이다. 베푸는 삶이며, 복 짓는 일이다. 

수행을 너무 열심히 하다가 눈이 멀어버린 제자를 위해 부처님께서 옷 깁는 바느질을 손수 해주시자 제자는 감복해서 말한다. “여래께서는 이미 생사의 바다를 건너셨는데 더 지어야 할 복이 어디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시되, “삼악도에 떨어질 중생들을 위해 복을 지어야 한다.” 우리가 역사적 붓다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이웃을 도와주려는 마음과 그 실천이다. 복 짓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누구입네’라는 아상을 버리고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는 것이다. 제자의 옷을 기워주는 스승을 보라. 
 

※ 필자 윤재웅은 현 동국대 사범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인간과 미래연구소장, 장애와문학학회장, 국어교육과 교수. <유럽 인문산책>(2020)외 저서 다수. <서정주 ‘질마재 신화’에 미친 ‘삼국유사’의 영향에 대하여>(2020) <서정주 문학에 나타나는 생태 에너지의 순환과 윤회전생 사유의 유사성에 대한 고찰>(2018) 외 논문 다수가 있다.

[불교신문3644호/2021년1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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