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습니다

인간이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첫 번째 단초이다. 어느 시인께서는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였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다”라는 절창의 시구를 내놓았다. 

붓을 들고 쓰려면 부끄러워 쓰여 지지 않는 것은 내가 너무 부족한 삶을 살았다는 것에 크게 참회한다. 지금의 나의 모습, 나의 공부, 나의 인격 모든 것이 내가 만든 나의 창조품이니 어찌 할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도 10대 참회 진언에서 어느 하나 놓치지 말아야하면 잘못된 일을 다시 저지르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죄악이라 꾸짖고 계신다. 읽을때마다 새기지만 돌아서면 잊고 사는 것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가장 큰 잘못은 지각없이 저지르고 부끄러워 할 줄도 반성도 없는 그르친 한 사람의 생이 자신은 물론 세상까지 파멸로 초래하는 일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잔악한 언론의 보도에 경악한다. 

인간을 지탱하는 축은 부끄러움과 창피를 아는 것이다. 나를 잡아두는 영약이며 2011년 전시회 주제는 법희선열에서 차용하여 ‘묵희선열(墨喜禪悅)’이었지만 작은 주제는 ‘부끄럽습니다’였다. 평생을 수행 겸 목석처럼 안고 살아온 서예 공부도 부족해서 부끄러웠고, 300여 평 꽉 채운 작품들마다 생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자신의 시원을 찾는 큰마음이 부끄러움이며 맹자께서도 부끄러운 마음이 없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한다 하셨다. 가장 으뜸가는 장엄이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이라 하셨으니, 사람의 평생 말하고 듣고 먹고 배설하는 일 외에 무엇이 있을까?

부끄러워 할 치(恥) 자의 한자는 귀이(耳)에 마음심(心)을 더한 글자이며, 귀로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부끄러워 할 일이 줄어든다. 빤히 턱밑에서 쳐다보면 창피하다는 형상문자이며 명함에도 쓰고 있다. 공부하면 할수록 부끄러움을 안다는 사실, 공부가 무섭다. 서예수행을 하면 할수록 글씨에 대한 허점을 살 필수 있어 부끄럽기는 하지만 기쁜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원고 쓰기는 더 부끄럽다. 그저 고개 숙인다. 

[불교신문3644호/2021년1월13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