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묵이 먹고 싶다.
달빛 같은 메밀향이 그립다.
어수룩하고 구수한 맛이 그립다.
메밀가루를 물대중하여
서서히 저어 굳힌 메밀묵,
은근히 당기는 맛이 좋다.
없어도 있는 듯한
말랑말랑하고 야들야들한 맛, 
달빛 다듬이소리처럼
아련한 그리움이 스민 메밀묵,
눈 내리는 밤 온돌방에서 
눈물 많은 친구를 만나 겸상해
메밀묵을 먹고 싶다.

- 권달웅 시 ‘겸상’ 전문
 


권달웅 시인은 등단을 한 후 45년 동안 12권의 시집을 펴낸 한국시단의 원로이다. 시인은 최근에 “은은히 서정이 드러나는 달빛 같은 시를 쓰겠다”고 앞으로의 시작(詩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시에서도 시인의 고요하고 투명한 시심을 느낄 수 있다. 메밀묵의 향과 맛을 따뜻하고 고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새해에는 메밀묵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내심에 달빛의 향이 있고, 은은하며, 보드라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과 따뜻한 방에 상을 가운데에 두고 마주 앉고 싶다. 겨울밤이라 밤은 더욱 길어서 생각을 터놓고 거리낌이나 숨김이 없이 나눌 얘기도 많을 것이다. 

[불교신문3643호/2021년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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