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살은 어디서 오셨는가’
깨달음은 결국 중생에게 회향해야


개인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중생의 안락으로 귀결돼야
‘완전한 깨달음’ 될 수 있어

“단 한 명의 중생이라도 깨달음을 이루지 아니하면 나는 성불하지 않길 원하옵니다.”

<지장보살본원경(地裝菩薩本願經)>에서 설하신 석가모니부처님의 말씀에 의하면 지장보살님은 헤아릴 수 없는 수억 겁 전의 전생에 이 큰 서원을 몸을 바꾸어 날 때마다 네 번이나 거듭 세웠다.

그 세 번째 서원의 인연은 과거 말할 수도 없는 오랜 겁 전에 일체지성취여래 부처님이 계셨는데, 이 부처님께서 아직 출가하시기 전에 작은 나라의 왕으로서 이웃 나라 왕과 더불어 벗을 삼고 함께 십선(十善)을 행하면서 중생을 이롭게 다스렸다.

그 중 이웃 나라 백성들이 악한 짓을 하자 방편을 베풀며 왕이 서원하기를, “만약 이 죄 많은 중생들을 먼저 제도하여 안락하게 하고 보리를 이루지 못하게 하면 나는 끝내 부처가 되기를 바라지 않노라”라고 발원했는데 그 왕이 바로 지장보살이다.
 

삽화=손정은
삽화=손정은

또한 네 번째 서원의 인연에 대해 부처님은 이렇게 설하셨다. 

“또 과거 한량없는 아승지겁에 청정연화목여래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부처님의 수명은 사십 겁이셨느니라. 그 부처님의 상법 시대에 한 나한이 광목이라는 한 여인을 만났는데, 나쁜 곳에 떨어져 모진 고통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천도해드리면서 통곡하고 울며 허공을 향하여 사뢰어 말했다.

“바라옵건대, 저의 어머니가 지옥에서 영영 벗어나 열세 살을 마치고 나서도 무거운 죄보가 없도록 하여 주시고, 다시는 악도에 거치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시여! 저를 가엾이 보시어 제가 어머니를 위하여 발하는 이 광대한 서원을 들어주소서. 만약 저의 어머니가 삼악도와 이 미천한 신분과 여인의 몸까지도 영원히 여의고, 영겁토록 그러한 업보를 다시 받지 않게 된다면, 원컨대 제가 청정연화목여래의 상 앞에서 이후로 백천만억 겁 동안, 모든 세계에 있는 지옥과 삼악도에서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을 구원하여 그들로 하여금 지옥, 아귀, 축생의 몸을 영원히 여의게 하고, 이러한 죄보의 무리들을 모두 다 성불케 한 연후에 비로소 제가 정각(正覺)을 이룰 것을 서원하겠나이다’ 하고 발원했다.”

지장보살은 이처럼 헤아릴 수 없는 억겁의 전생 동안 몸을 바꾸어 태어날 때마다 스스로 지은 악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거듭 업보를 받는 중생들을 대자비심과 연민심으로 살피시고 해탈하도록 인도하신다. 

지장보살님의 생각은 확고하다. ‘중생도진(衆生度盡) 방증보리(方證菩提)-중생을 모두 제도하는 것이 깨달음의 완성’이니, ‘지옥미공(地獄未空) 서불성불(誓不成佛)- 지옥이 텅 비기 전에는 결코 성불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깨달음에 대한 정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대서원이기도 하다. 깨달음은 결국 중생에게 회향해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깨달음이 한 개인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모든 중생의 안락으로 귀결되어야만 완전한 깨달음이란 말씀이다. 깊이 새겨야 할 말씀이다. 

[불교신문3643호/2021년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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