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 실생활에서 가까이에 두고
활용 가능토록 단행본으로 펴내
생애주기 전반 다룬 일생의례
실제 생활서 쓰이는 일상의례 정리

포교원장 스님 “종단 차원 첫 발간…
​​​​​​​전법 현장서 수행증진 도움 되길" 기대

조계종 포교원은 재가신도를 위한 의례문인 <불자생활의례>를 최근 발간했다. 책에는 영유아 마정의례, 백일 및 첫돌의례, 성년의례 등 생애주기에 따른 의례문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일상의례문이 폭넓게 실렸다. 사진은 조계사에서 열린 영유아 수기법회. 

“저희들이 만행의 꽃과 보리의 과일, 향적의 쌀을 공양 올리오니 이 공덕으로 몸과 마음 두루 평온하고 집안에 우환 없고 재앙 사라져 태중 아기 출생토록 안녕하여지이다.…이제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는 태아를 지키는 관세음보살입니다. 또 남편은 아내를 수호하고, 아내는 남편을 수호하는 관세음보살입니다. 나 스스로 관세음되어 마음 쓰고 말하고 행동하여 오탁악세를 벗어난 연꽃의 보배로 빛나게 하는 진언을 지니십시오.” (불자생활의례 안태의례 中)

조계종 포교원(원장 지홍스님)이 재가 불자들을 위한 우리말 의례집을 최근 펴냈다. 재가 불자들이 실생활에서 가까이에 두고 활용할 수 있는 <불자생활의례>를 단행본으로 내놓은 것. 이번 책은 재가신도들을 위해 종단 차원에서 내놓은 생활의례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현 시대에 맞게 배우고 신행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재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포교콘텐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포교원에 따르면, <불자생활의례>는 일상과 가정에서 불교 의식에 따라 생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의례문이 필요하다는 사부대중의 요구를 반영해 제작하게 됐다. 사찰에서 사용하는 의례문은 법회 의식용이어서 재가신도들이 생활에서 사용하기에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종교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교리와 수행은 물론, 여법한 의례를 갖추어야만 하는데 그동안 사용돼온 의례문들은 전통적인 의례를 계승하는데 중점을 둬,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생활과 밀접한 의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글화 되어 있지 않은 의식과 의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불자 개개인도 불교를 생활화 하지 못하고, 대중화에도 한계가 있어왔다.

포교원은 이러한 미흡했던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 앞으로 종단 의례위원회와 협력하고,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종단본 의례집>도 펴낸다는 계획이다.

이 책은 사람의 생애주기 전반을 다룬 일생의례와 실제 생활에서 맞춤형으로 활용 가능한 일상의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일생의례는 태중의 아기가 건강하고 소중한 생명으로 자라나도록 기원하는 의례인 ‘안태의례’를 시작으로, 영·유아들이 부처님 가피로 존엄하고 행복한 불자가 되도록 소중한 인연을 맺어주는 ‘영유아 마정의례’, 아기가 태어난 지 백일 및 첫돌을 맞아 이를 축하하는 ‘백일 및 첫돌의례’,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떡이나 케이크, 선물을 준비한 상태에서 목탁과 함께 진행하는 ‘생일축하 의례’, 남녀가 만 19세가 되면 성인이 되었음을 부처님께 알리며 불자의 의미를 수행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성년의례’, 선남선녀가 만나 결혼을 통해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 나가는 ‘혼인의례’, 사망을 앞둔 환자 상황이 많아 나빠져 의식이 사라져 갈 때 행하는 ‘임종의례’까지 정리했다.

일상의례 부분에는, 불자들이 아침저녁으로 가정에서 불보살님께 예를 올리는 의식을 뜻하는 ‘일상예경의례’와 공양을 하기 전 합장하고 의례문을 독송한 뒤 음식을 먹는 ‘공양의례’, 환자를 문병할 때 환자 상태를 살펴 인원과 문병시간, 요령과 목탁 등의 법구 사용 여부를 판단해 시행하는 ‘문병의례’, 상주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의 명목을 빌어주는 의식인 ‘문상의례’, 새해를 맞아 가정이 화목하고 마음속에 바라는 일이 원만하게 이루기를 발원하며 기도하는 ‘새해맞이 안택의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말미에 실은 ‘임직원이 모두 건강하고 화합하며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고 모든 재난 소멸하기를 발원’하는 사업성취 기원의례와 차량의 무사고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차량안전운행 기원의례문도 담았다.
 

불자생활의례

의례문 마다 맨 앞 페이지에 안내 글을 실어 각각의 상황에 맞게 의식을 행할 수 있도록 도운 점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백일 및 첫돌의례의 경우, 사찰이나 사찰 밖 축하연 공간 어디서든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의식 순서를 알려주고 있다. 불단 혹은 잔칫상에 여러 공양물을 올려놓은 뒤, 아기 인원만큼 다완(찻잔)에 청정수를 담아 불단에 올려두고, 의식 중간에 물을 내려 손끝이나 깨끗한 거즈 천으로 물을 찍어 아기 이마를 관정하고, 모든 의례를 마치고 적당한 장소에서 축하 잔치를 하라고 설명했다.

포교원은 이번 의례문들이 기본적으로 스님과 함께하는 의례로 구성했지만, 상황에 따라 가정이나 각자의 공간에서 불자 스스로 기도할 수 있도록 우리말 의식을 기본으로 집필했다고 밝혔다.

포교원장 지홍스님은 발간사에서 “현대 불교의례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언어이다. 이제 우리는 한자보다 한글이 익숙한 상황”이라며 “의례의 한글화 작업은 불자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이기에 머리에 붙은 불을 끄는 것처럼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책은 종단 차원에서 처음 발간하는 우리말 <불자생활의례>”라며 “불자들 생활 속에서, 전법의 현장에서 기도와 수행 증진에 도움이 되고, 사회생활에서도 불자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매일 기도하고 수행하는 불자로서 삼보의 가피가 늘 충만하길 축원한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643호/2021년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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