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멈춘 것 같은 답답함에 늦은 오후 목적지 없이 고속도로에 올랐다. 자동차에 앉아 바라볼 수 있는 절집을 떠올리니 간월암이 첫 번째였다. 섬이 된 간월은 눈을 소복하게 덮고 푸른 바다 위에 앉아 있을 것 같았다. 

간월암이 보이는 언덕엔 아무도 없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간월은 가로등처럼 켜진 보름달 아래 상상했던 그 모습 그대로 낮은 지붕 위에 눈을 이고 앉아 있었다. 푸른밤에 뜬 달은 그리운 것들을 한 가득 떠올리게 만들었다. 

새벽이 되어 섬이 육지가 되었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밝아진 길을 걸어 절집에 올라 부처님 앞에 엎드렸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2021년에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길 바랐다. 

글ㆍ그림=배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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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3642호/2021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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