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5년 신년 특집’ 특별인터뷰
조계종 전계대화상 무관스님


코로나19 사태는 ‘인과’
인간의 욕심이 부른 재앙
원인 따른 결과 믿지 않아
조화롭지 못한 세상이 돼

‘오계’ 지키고 이웃사랑 실천
“불자들 먼저 나서야 할 일”
나를 정확히 알고 실천하면
“코로나19 극복할 수 있다”

조계종 대종사 무관스님은 지난해 11월 원로회의로부터 신임 전계대화상으로 만장일치 추천됐다.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의 위촉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전계대화상 추천을 받으면 그 다음해 종정예하 신년하례에서 위촉장을 수여하는 관례에 따라 무관스님은 사실상 전계대화상으로서 위의를 갖췄다. 무봉 성우 대종사의 임기만료로 12월15일부터 전계대화상으로서 임기를 시작한 무관스님은 앞으로 3년간 종단의 계단(戒壇) 설치와 운영, 수계식 등을 관장한다. 또 계단위원장으로서 계단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계단위원을 위촉할 수 있는 소임도 맡는다. 

조계종 전계대화상 무관스님은 코로나19 사태를 인과를 믿지 않는 인간에게 닥친 재앙이라고 진단하고 인과를 믿고 근검절약하는 실천행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전계대화상 무관스님은 코로나19 사태를 인과를 믿지 않는 인간에게 닥친 재앙이라고 진단하고 인과를 믿고 근검절약하는 실천행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임 전계대화상 무관스님을 찾아간 12월14일은 2020년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무관스님이 주석하는 해인총림 해인사는 남쪽에 위치해 덜 추울 줄 알았지만 매서운 바람은 몸을 움츠러들게 하기 충분했다. 추위에 한껏 좁아진 어깨는 무관스님의 따뜻한 미소를 마주하자 한결 풀어졌다. 따뜻한 미소와 차 한 잔. 무관스님이 선사한 봄날과 같은 선물이었다. 

그럼에도 무관스님과 독대를 하면서 쓰고 있던 마스크는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코로나19의 습격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세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새해에도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여전히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백신을 개발해 접종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그 긴 터널의 끝은 오리무중이다. 수많은 시간을 수행에 전념한 스님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이 난국을 타개할 지혜는 없을까. 인사하자마자 무례함을 무릅쓰고 바쁘게 질문을 올렸다. 그만큼 급하고 급한 문제이기도 했다. 

무관스님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씀을 풀어갔다. 코로나19에 대한 스님의 진단은 ‘인과응보’다. 결국 인간의 욕심이 코로나19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제가 보기에 코로나19는 인과(因果)입니다. 과학을 맹신하고 인간적인 존엄성을 무시하면서 초래한 일이라는 거죠. 과학을 무조건 맹신하고 과소비를 벌이고 있는 인간이 일으킨 재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스님의 진단은 인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재난이라는 것이다. 인과를 믿지 않고 불교를 믿지 않아서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말이다. 환경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사람들이 고기 먹는 걸 좋아하다보니 소와 돼지를 지나치게 많이 기른다. 너무 많이 생산하면 값이 떨어질 수밖에. 그러면 낙농업자를 도와야 한다고 정부 재정이 투여된다. 소비를 줄이고 고기 먹는 걸 줄이면 될 일이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악순환이 반복되니 세상은 조화롭지 못하게 된다. 이런 원인들이 쌓이고 쌓여 결과가 드러난다. 코로나19도 그 결과 중 하나다. 

무관스님은 환경문제에 천착했다. 환경이 조화롭지 못하자 세상 또한 변하고 인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한라산에 침엽수림이 말라죽고 있다고 합니다. 부산 쪽에 소나무도 마찬가지 신세라고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대구가 사과로 유명했는데, 이제는 강원도 평창에서도 사과를 재배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당연하게 여겼던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스님에게 지혜를 청했다. 전 지구적인 재앙을 벗어나 희망적인 미래를 맞이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과를 믿어라.” 스님의 해답은 간단했다. 하지만 심오했다. “인과를 믿고 근검절약 하세요. 그러면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고 현재 세계에서 일어나는 악순환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스님은 그 예로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떠올렸다. ‘상월선원’에서 정진한 아홉 스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출간한 <상월선원>을 읽었다는 무관스님은 “회주 자승스님이 그 안에서 공양을 점차 줄이고 나중에는 과일 조금만 먹고 수행했다고 하더라”며 “수행이 철저하면 자기 몸을 조절하며 공부가 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인과를 믿는 근검절약하는 삶은 “불자(佛者)라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자세”다. 불자로서 받게 되는 ‘오계(五戒)’는 근검절약하는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계의 근본은 “다른 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내가 살기 힘들다”는 뜻이라고 무관스님은 풀이했다.

쉽게 말해 내가 음식을 먹으려면 농부, 어부, 제빵사 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거쳐야 한다는 것. 나만 모든 것과 동떨어져 잘 살 수 없다. 남을 배려하고 아끼는 일도 근검절약에 포함된다. 그 범위가 사람에서 동물과 식물로 확대돼 모두를 사랑하게 되면 질병을 비롯한 전 지구적인 문제의 해법이 보인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근검절약’이란 무엇일까. 부지런하고 검소하고 재물을 아낀다는 사전적 의미 정도로 보면 되는 것일까. 무관스님은 근검절약을 “첫째, 자기 자신의 한계와 범위와 능력을 아는 것. 둘째,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일상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하고,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알면 이를 벗어나서 원하지 않게 된다. 즉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생각은 생각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실천행이 담보돼야 한다. 습관을 들이는 일이다. 부처의 습관을 들이면 중생도 부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스님은 근검절약에 대해 절대적인 기준을 갖고 고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지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겨울에 내의를 한 겹만 입었는데, 올해부터는 좀 더 두터운 내의를 입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 근검절약도 때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얇은 내의만 입겠다고 고집 부리면 결국 병이 나서 약값이 더 들고 옆 사람이 고생하게 된다.”

근검절약하는 삶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고도 남는 것이 있으면 베풀면 됩니다. 그리고 내 가족도 함께 근검절약을 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포교를 잘 하는 것입니다.”

원인이 있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는 ‘인과’를 믿고, 나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알고 이에 걸맞는 삶을 실천하는 ‘근검절약’하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이 맑고 향기로워진다는 것이 무관스님이 우리에게 베푼 지혜다. 조계종 전계대화상 무관스님은 마지막으로 불자들에게 당부했다.

“요즘 바깥으로 돌아다니기 어려운 시기입니다. 절에 못가서 답답한 마음을 가진 불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의 빈 벽을 향해 기도하고 108배를 해보십시오. 부처님은 어디든 계십니다. 바깥 출타를 조금 자제하고 열심히 기도하면 코로나19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조게종 전계대화상 무관스님
조계종 전계대화상 무관스님

◼ 전계대화상 무관스님은…

무관(無觀)스님은 1959년 평창 월정사에서 희섭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4년 예산 향천사에서 보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72년 양산 통도사에서 월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지관스님의 전강제자로서 승가교육 발전에 전념해왔다. 2004년 자운·지관스님으로 이어지는 계맥을 전해받기도 했다. 또한 무관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장, 해인사 율원장, 제8·10대 중앙종회의원, 행자교육원 유나, 교육원 교재편찬위원장, 총무원 총무부장 등을 역임했다. 

조계종 의제실무위원장, 계단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법계위원장 소임을 맡고 있다. 2018년 대구 동화사에서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법호는 태허(太虛).

승가교육 발전과 계율 정립을 위해 헌신해온 스님은 사미‧사미니 수계교육에 ‘삼보일배’가 정착할 당시에 그 과정을 함께 했다. 원래는 벌칙의 개념으로 500배 등 절하는 규정이 삼보일배로 발전됐다는 것.

“승가는 곧 화합이죠. 스님 한 분만 잘못해도 승가 전체가 욕을 먹습니다. 그래서 승가는 화합이 중요합니다. 화합의 근본은 양보입니다. 하심(下心)하는 것이고, 가장 좋은 하심의 방법은 ‘절’입니다. 발에 비해 머리는 위에 있어 귀하게 여깁니다. 절을 하려면 머리를 아래로 수그려 땅에 맞닿아야 합니다. 삼보일배는 수행자로서 화합하고 양보하고 하심하는 근본을 배우는 중요한 첫 걸음인 것입니다.”

해인사=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불교신문3642호/2021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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