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법, 계율에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계율연구기관
창건주 ‘자장율사’ 정신 계승
“인간다우려면 계율 지켜야”
‘소욕지족’이 최고의 방역수칙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반복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국민들의 불안감과 피로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방역수칙이란 단어가 흔한 보통명사처럼 일상화된 지 오래다. 알고 보면 불교의 계율(戒律)이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방역수칙이다.

참다운 행복을 얻으려면 개인과 집단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를 세세하고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27일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계율연구기관인 영축총림 통도사 율학승가대학원을 찾았다. 스스로 부처님과 똑같이 사는 동시에 부처님 당시의 승가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여러 학인 스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주목되는 공부다.
 

12월7일 통도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덕문스님이 연구원 과정 스님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다.
12월7일 통도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덕문스님이 연구원 과정 스님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다.

율원(律院)은 종단의 전문교육기관이다. 기본 교육과정을 이수한 비구 비구니 스님들이 율장(律藏)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율원 2(석사)과정과 연구원(박사) 3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통도사 율학승가대학원에선 현재 17명의 학인 스님들이 수학하고 있다.

제일 높은 어른인 율주(律主) 혜남스님 아래로 율원장 덕문스님을 비롯해 4명의 교수사 스님들이 가르치고 있다. 학인들의 숫자로 보나, 교육시설 등의 여건으로 보나, 현재 종단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율원이다. 무엇보다 계율의 화신이었던 창건주의 위신력 덕분일 것이다.

서기 643년 경남 양산에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慈藏律師)계를 지키며 단 하루를 살지언정 파계한 몸으로 100년을 살지 않겠다는 명언을 남긴 인물이다. 특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설치해 전국의 모든 승려들이 통도사에서 계를 받게 했다. 다이아몬드처럼 굳건하게 계를 지키겠다는 서원의 공간이다.

통도사는 처음부터 계율근본도량이었던 셈이다. 영축총림 통도사 율원은 부처님의 유훈을 이어받아 자장율사의 남산율맥을 계승했다. 남산율종의 개조(開祖)로서 대승불교의 계율체계를 완성한 중국 도선율사를 집중 연구하는 것이 통도사 율원만의 가풍이다.

1950년대 조계종단 최초의 율원인 천화(千華)율원이 자운율사 등에 의해 통도사에서 출발했다. 근현대 대율사인 만하승림, 해담, 회당, 월하, 청하, 현산에 이어 현재 율주인 혜남스님까지 율맥이 선연하게 전해지고 있다. 2005429일 종단 전문교육기관으로 개원해 오늘에 이른다. ‘지계제일(持戒第一)’, ‘지계청정(持戒淸淨)’, ‘지계섭화(持戒攝化)’라는 원훈에는 계율을 목숨처럼 여기겠다는 스님들의 뜨거운 신념이 나타난다.

그 삶들은 누구보다 모범적이다. 율원의 일상은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이때 기상해 440분 대중예불에 참여하고 다시 함께 모여 계본(戒本)을 독송한다. 비구 250계를 한 조목 한 조목 읽으며 스님으로서 한 치의 오차도 게으름도 없는 삶을 매일같이 다짐한다. 아침공양을 마치면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된다.

1학년은 <사미율의>를 배우며 부처님 당시의 계율을 집대성한 <사분율>의 바라제목차를 연찬한다. 2학년은 사분율장 건도부를 중심으로 율장에 보다 세부적으로 접근한다. 율원을 졸업한 스님들의 연구과정(3)은 심화학습이다. 학문적으로 실천적으로 율사(律師)로서의 소양을 완벽히 갖춰 기본 및 전문교육기관 교수사로서의 길을 걷는다.

한편 오전 강의는 전날 저녁에 했던 논강(論講)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종의 예습 성격으로 치열한 발제와 토론이 한밤중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108대참회를 끝으로, 완벽한 인격을 이루기 위한 하루는 그렇게 마무리된다.
 

통도사 대흥루의 율원 강의실에는 통도사의 상징과도 같은 금강계단 사진이 걸려 있다.
통도사 대흥루의 율원 강의실에는 통도사의 상징과도 같은 금강계단 사진이 걸려 있다.

127일 아침 통도사를 방문했을 때 연구과정 스님들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의 강의 주제는 ()의 체성(體性)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계율의 궁극적 본질에 관한 율원장 덕문스님의 설명을 학인 스님들이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알다시피 계율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로 가득하다. 일반 불자들의 기본적 계율인 오계부터 십선계, 비구 250, 비구니 348계까지숱한 금지와 통제의 조항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기죽게 한다.

그러나 종교의 핵심은 초극(超克)이다. 부처님이 남들 먹는 것 다 먹고 남들 놀 때 같이 놀았다면, 역사에 부처님이란 이름을 남겼을 리 만무하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하지 않았기에 불교가 지금껏 이 땅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깨달음이란 지성보다는 인내의 문제다.

덕문스님은 말했다.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에서 보듯, 계율은 깨달음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깨달음 그 자체다. 참다운 선정에 들고 진짜 지혜를 얻고 싶다면 계율부터 지켜야 한다.

계율은 개인윤리인 계()와 집단윤리인 율()로 나뉜다. 곧 혼자 있을 때나 함께 어울려 지낼 때나 가장 건강하고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부처님은 “4인 이상이 모여 수계(受戒)하고 안거(安居)하고 포살(布薩)하고 자자(自恣)하는 것이 승가라고 정의했다. 인간답게 살겠다는 다짐으로(수계) 끊임없이 정진하고(안거) 그 정진이 정말 바른 것인지 스스로 점검하고(포살) 대중에게 자신의 진실성을 내보이는(자자) 사람이 바로 스님이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들이 많이 존재하는 세상이 바로 불국정토이고 하늘나라일 것이다.

덕문스님은 수업 중에 계율의 연집성(緣集性)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계율과의 인연을 맺는 것이 중요하며 설령 지키지 못하게 되더라도 마음에 심은 그 씨앗은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계율은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계율을 지키겠다는 각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작지만 끊어지지 않는 각오와 각오들이 모여 정신은 끝내 성숙한다. 불자라면 기회 닿을 때마다 수계법회에 참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앉아서 계를 받았다가 일어서서 곧장 계를 파하게 되더라도 계는 꾸준히 받아야 한다는 중국 당나라 영명연수 선사의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계율을 항상 생각하며 조금씩 습관을 들이는 것. 그것이 진짜 불자, 꼭 불자가 아니더라도 괜찮은 인간이 될 수 있는 해법이다.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난리 통이다. 그러나 불교계는 자랑스럽게도 방역의 최선봉에 서 있다. 적어도 전통사찰이나 대형사찰에선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덕문스님은 불교적인 삶에서 원인을 짚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견뎌 나갈 방법은 계율에 다 들어있다.

합장(合掌)은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인사법입니다. 또한 말을 아끼면 비말이 튈 일이 적지요. 일정한 기간 동안 바깥출입을 금한 채 안거를 하고 참선을 하면서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는 일도 효과적인 방역입니다.”

궁극적으로 계율은 소욕지족(少慾知足)’을 위해 존재한다. 남보다 더 많이 먹고 더 크게 떠들려는 그 입으로, 더 많은 바이러스가 들어오게 마련이다.

통도사=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불교신문3642호/2021년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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