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문점승 춘천예현병원 사회복지사

IMF겪으며 인생의 바닥 경험
알코올중독으로 노숙생활도 
노숙인위한 인문학학교 다니며
술을 끊고 재활하겠다 결심

힘들 때마다 불교에 의지
불교대학 다니며 공부 이어가
재활에 성공한 환자들 볼 때면
복지사로 활동하는 보람느껴

문점승 춘천예현병원 사회복지사는 알코올중독을 극복하고 재활에 성공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중독 환자들을 돕고 있다. 문점승 복지사는 “중독 환자들이 술을 끊고 재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항상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삶을 위해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문점승 춘천예현병원 사회복지사는 알코올중독을 극복하고 재활에 성공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중독 환자들을 돕고 있다. 문점승 복지사는 “중독 환자들이 술을 끊고 재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항상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삶을 위해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곡절 없는 인생 없다’는 말이 있다. 인생살이를 노래한 수많은 유행가 가사들처럼 인생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평탄한 인생을 두고 재미없고 지루한 인생이라 말하지만 모두들 평탄한 인생을 꿈꾸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네 인생은 바람과는 달리 우여곡절이 많다. 때로는 쓰디 쓴 실패를 맛보기도 하고 크나 큰 좌절에 주저앉기도 한다. 춘천예현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문점승(63세) 씨의 인생 역시 곡절 많은 인생이었다. 술로 인해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술을 끊고 재활에 성공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되어 도움이 필요한 이들 곁을 지키며 활동하고 있다.

한국사회를 덮친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소시민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이름난 기업들도 불어 닥친 IMF 광풍을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도산했다. 직장을 잃은 수많은 실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스스로 한 많은 생을 등지는 이들도 많았다. 문점승 씨 역시 IMF의 매서운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힘들었던 시기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역시 술에 의존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정신이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아졌다. 지친 가족들도 그를 등졌고 홀로 남은 그는 결국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술을 벗 삼아 지내던 날들, 술에 의지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문점승 씨의 몸과 마음은 점점 망가져갔다. 알코올중독자가 돼 정신과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술 때문에 입원한 정신과병원에서 문점승 씨는 재활을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병원에서 나와 알코올중독자 재활시설에서 공동체생활을 하던 중 이웃종교계에서 운영하는 노숙인들을 위한 인문학 학교에 대해 알게 됐다. 문점승 씨는 인문학 학교에서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게 됐다.

“IMF를 겪으면서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갔었죠. 그러다가 보니 문득 ‘이렇게 내 인생은 마지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의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시 한 번 살아봐야겠다는 절심함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굳게 마음을 잡았습니다.”

항상 입에 달고 살았던 술도 끊었다. 술을 끊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견디고 또 견뎠다. 힘든 재활에 성공한 후 자신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아겠다는 원을 세웠다. 인문학 학교를 마치고 요양보호사, 중독치료 전문가 자격증에 도전했다. 요양보호사, 중독치료 전문가 자격증을 따고 난 뒤, 사이버대학을 다니면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무엇이라도 계속 해야겠다는 심정이었다. 도전은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4전5기 끝에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 던 일이었다.

문점승 씨는 “당시에는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이었다. 무엇이든지 해야만 했다”며 “사회복지라는 분야가 내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아픔과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받은 보상을 조금이나마 돌려줄 수 있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사회복지사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활에 성공하고 가족들도 다시 만났다. 알코올중독을 극복하고 재활해 성공한 만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중독, 정신과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춘천예현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됐다. 재활에 성공해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그 중에서도 문점승 씨는 술을 끊고 재활에 성공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 역시 알코올중독을 겪었기에 환자들을 대하는 것이 더욱 각별하기 때문이다.

문 씨는 “정신병원은 중독과 관련과 정신과 질환을 가진 환우들이 치료받는 곳이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알코올중독에 관심이 많다”며 “많은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잔을 내려놓고 단주를 하면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들을 볼 때면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보람을 느끼곤 한다”고 밝혔다.

불교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힘들 때마다 불교는 든든한 의지처가 됐다. 혈기 왕성했던 젊은 시절 접했던 불교와의 인연은 재활에 성공한 이후 운명처럼 다시 찾아왔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불교공부를 이어나갔다.

“불교 집안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불교와 인연이 있었습니다. 20대 후반 조계사 주변 동산반야회 신행단체인 불교교리반을 다니면서 불교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당시 무진장스님으로부터 봉정이라는 법명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남산에 있는 대원정사에서 운영하는 불교대학을 다녔습니다. 1년 동안 다녔는데 2학년을 마치지 못했죠. 동산불교대학에도 원서만 접수하고 다니지 못했습니다. 춘천에 내려와서 불교공부를 하려고 알아보니 불교대학이 있더라고요. 춘천 삼운사에서 2년 동안 불교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다시 청평사 불교대학에 입학해 2020년 졸업하게 됐습니다.”
 

불교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문점승 복지사는 “언제나 절이 있어 스님을 법문을 들을 수 있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수행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불교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문점승 복지사는 “언제나 절이 있어 스님을 법문을 들을 수 있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수행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문점승 씨는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절을 찾는다. 많은 불자들이 그렇듯이 그 역시 절을 찾아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는 한다. 문점승 씨는 “언제나 절이 있어 스님을 법문을 들을 수 있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수행할 수 있어 좋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도반이 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청평사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공부했던 <금강경> 구절을 이제는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만약 형상으로 나를 보거나(若以色見我) 음성으로써 나를 구한다면(以音聲求我)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하는 자라(是人行邪道) 여래를 볼 수 없느니라(不能見如來)’는 구절이다. ‘형상에 집착하면 그것은 삿된 길에 접어들게 되어 진리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 가르침으로, 항상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짐하기 위해 이 구절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 문 씨는 “좌우명이라는 것이 언제나 바뀌는 것 같다. 불교대학 2학년 1학기 때 금강경을 공부하면서 접한 구절인데 내용이 좋아서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문점승 씨의 목표는 앞으로도 “배우고 공부하는 것”이다. 술과 함께 보냈던 시간, 실수로 허비했던 시간을 배움으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술을 끊고 나서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고 항상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삶을 위해 계속해서 공부를 이어가고 싶다는 것. 2021년 신축년 새해 불자들을 위한 인사도 덧붙였다.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지만 이제는 나이가 있어 2선, 3선으로 물러나야 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재활하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던 것처럼 젊은 분들과 함께 하려면 계속 배우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제가 불자 여러분들에게 드릴 말씀을 따로 없습니다. 다만 불교를 공부하면서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부처님께서는 가장 개혁적인 분이셨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2021년 새해를 맞아 ‘불자들이 부처님 말씀대로 살면 모두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해 봅니다.”

[불교신문3645호/2021년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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