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닦은 공덕 이웃에 돌려 다함께 성불
어떤 일을 잘 마무리하고 성취한 것 지칭


수년간 원고쓰고 강의하고 방송하면서 포교하고…
늘 정진의 끈 놓지 않음에 대해 마음속 깊이 감사

선행스님
선행스님

자기가 닦은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 다 함께 성불(成佛)하기를 바라는 것이 회향(廻向)이라 하는데, 통상 어떤 일을 마무리하고 성취한 것을 두고 그렇게 이른다.

어느덧 1년의 연재를 마감하게 되었다. 10년 전. 지금과 같이 1년간 연재하면서 몸부림치듯 애태우며 마감하다 보니 피부병으로까지 이어져 연재하는 내내 정기적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마감했을 때는 그동안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는 느낌에 이제 더 이상 어떠한 글도 쓸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본사에 방이 정해지는 순간, 마치 고향을 찾은 것 같은 안도감과 함께 지난날을 되짚어 보며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회상하면서 지나온 흔적을 조금은 정리하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공교롭게 불교신문사로부터 재가인(在家人)들의 신행에 보탬이 될 글을 제의받고 선뜻 응하긴 했어도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뒷방에서 끙끙대듯 겨우 원고를 쓴 지 5개월이 지날 무렵 얼떨결에 사중의 포교국 소임을 보게 되면서 뜻밖의 활력소가 되어 너무나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불교대학 강의와 사중의 회보 편집하는 일을 주로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원고가 이루어졌다.

불교대학 강의를 준비하면서 새삼 새로운 공부를 하는 심정이었고, 그동안 몇 차례 재가인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어렵다는 말을 종종 들었던 터였기에 호의적 반응을 보고 그 어느 때보다도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막연하게 여겼던 회보 편집 일이 그렇게 여러 과정을 거치는 줄 미처 몰랐기에, 창작하는 이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만 같았다.

이렇게 또다시 연재할 수 있었던 것은 10년 전 연재한 이후의 생활이 바탕이 되었지 싶다. 2011년 한 해. 시내 포교현장에서는 사찰마다 웬만큼 불교기초교리를 공부했으리라는 짐작에 <법화경>을 강의하면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 실행했는데, 예상외의 호응으로 값진 체험을 했다. 2013년 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심정으로 대만에 잠시 어학을 공부하고는 그동안 가르치는데 익숙했던 태도를, 배우는 자세로 정신무장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귀국 후 어느 날 문득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낙담한 심정으로 무작정 배낭을 지고 나섰을 때는, 불교를 위해 열의를 다하는 거사님을 만나 출가인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움을 느끼고 열흘 여 만에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일도 있었다. 출가하여 30년이 되던 2015년. 백장암 선원에서 1년간 납자들을 외호하고 통장에 4만원 잔고를 들고 걸망을 졌을 때는, 새롭게 출가하는 심정이었다. 

2016년. 조그만 텃밭을 일구며 여생을 보내겠다는 각오로 찾은 곳이 고향 근처 조용한 암자였다. 가까운 지인들을 대상으로 매주 <법화경>을 강의하며 1년쯤 지나, 늘 마음에 두었던 천태스님의 <법화문구>를 정리하여 5개월여 방송을 하고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마음을 움직일 즈음 가까운 도반 스님의 권고로, 2년간의 생활을 접고 본사인 통도사 선원에서 1년을 지냈다. 곧바로 본사에 방이 정해져 지난해에는, 2006년에 4개월여 방송했던 <원각경>을 요약 정리하여 다시 2개월여 방송하고 연이어 이렇게 연재를 하게 되었다.

지난 10년이 마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것만 같다. 다행히 밖에서 말하는 바닥이라고 생각할 때,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도하는 계기가 되어 정진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연재를 마감하기까지 여러 조언과 끊임없는 성원을 해주신 사부대중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어떻게 지낼까. 분향세발과여생(焚香洗鉢過餘生), 곧 예불하고 공양하며 여생을 보낼 생각이다. 훗날을 기약해 본다. 

[불교신문3641호/2020년12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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