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승하며
공동체에 정체성도 부여하고 
인류 문화의 창조성 증진해와 
상호존중ㆍ지속 발전성 ‘평가’

세계 각국 수천 종목 축제 중 
1200년 역사는 연등회가 유일

스토리텔링 캐릭터 개발 비롯
디지털 정보 제공, 문자ㆍ도형
음향ㆍ이미지ㆍ영상콘텐츠 등 
미래지향 발전 방안 수립해야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한국시각 12월1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축제로 꼽히는 연등회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연등회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연등회의 문화적 학술적 가치를 연구해온 김용덕 한양대 명예교수가 유네스코 등재 의의를 해설하고 과제를 제시한 기고를 본지에 보냈다. 

 

김용덕 한양대 명예교수
김용덕

연등회 유네스코 등재 의의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연등회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가 인정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의 규정에 따르면 ‘인류의 문화적 창의성과 다양성을 입증하는 무형유산’을 대표목록에 등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형유산은 전승되면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세대와 세대에 의해 재창조되고 끊임없이 지속된다. 이를 통해서 세계가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면서 평화와 공존이 지속하는 세상이 되도록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등회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인류문화 유산으로 등재될 충분한 가치를 가졌다고 인정받았다. 다시 말하면 연등회가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승하고, 공동체 및 집단에 정체성을 주면서, 인류 문화의 창조성을 증진하고, 상호 존중과 지속 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가졌다고 평가한 것이다. 

연등회가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 어떤 효과를 가져 오게 될까?

우선 무형유산 목록에 등재되면 협약에 따라 전문 기구를 통해 유산보호에 필요한 재정 및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표목록에 등재되면 국제적인 지명도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관광자원, 고용기회, 수입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유산을 보유한 국가와 국민, 관련 공동체의 자긍심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기까지

우리나라 유형문화재는 국보나 보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으며, 무형유산은 국가중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다.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의 현황을 보면 불교문화재가 대부분이어서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불교가 우리 문화에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문화형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는 이러한 통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한편, 국가무형유산으로 등재한 종목은 280 종목 정도 되는데, 이중에서 불교와 관련되는 종목은 겨우 7종목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최근 7~8년 동안에 연등회, 수륙재, 불복장 등이 국가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만큼 불교계가 불교무형문화에 대한 가치와 의의를 인식하지 못했거나 소홀했음을 반증한다.

연등회는 2012년에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받았다. 연등회야말로 1200년이 넘는 풍속으로 자리 잡을 만큼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문화재 등재가 늦어졌는지 반성해야 한다. 

아직도 불교의 무형유산 가운데 국가문화재로 등재할만한 가치와 의의를 지닌 유산이 많다. 시급히 등재를 서둘러야 할 종목으로 다비, 바루공양, 점안, 가사불사, 생전예수재 등이 있다. 특히 발우공양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고유한 무형유산임이 틀림없다. 다비의식도 불교국가에서 거의 화장하는 풍속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엄격한 의식절차를 따라서 장례의식을 치르는 나라는 없다. 

이들 문화유산이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것은 틀림없는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면 밟아야 하는 절차가 우선 국가문화유산 등재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심사에서 공동체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전승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이 되려면 적어도 자국에서 문화유산으로 인정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12월1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은 2019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연등행렬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12월1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은 2019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연등행렬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

연등회는 806년(신라 경문왕6)에 왕이 황룡사에 가서 연등을 보고 백성들에게 잔치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그 이전부터 연등행사가 있었을 것이다. 

‘고려사’에는 연등회에 대한 기록이 많이 보이는데, 왕실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호화롭게 장식한 산대에 연등을 밝히고 줄타기 솟대타기 가무 등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조는 불교를 억눌렀지만 이미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은 연등회를 강제로 중단시키지는 못했다. 초파일 연등회에 불교를 배척한 유학자들마저 남산에 올라 장안을 밝힌 연등을 보고 시와 글을 남길 정도였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에 보면 집집마다 가족 수대로 긴 장대에 연등을 매달아 대문에 내걸고, 아이들은 초파일 전 깃발을 날리며 집집마다 방문하여 연등 구할 돈을 모으는 호기놀이를 벌였다. 밤에 종로는 인파가 몰려다니며 날이 밝을 때까지 즐겼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연등회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축제로 자리 잡아 오늘까지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적 축제가 되었다. 세계에는 수천 종목의 축제가 있으나 1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축제는 연등회가 유일하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페라하라축제, 리오축제, 에딘버러축제, 기온마츠리 등도 역사가 수백 년에 불과하다.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연등회를 가진 우리는 이 하나만으로도 문화민족임을 인정받아 마땅하다. 연등회가 세계유산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연등회가 우리나라에서 판소리이후 스물한 번째로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연등회

문화는 고정되어 있는 박제가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와 같다. 그러므로 가꾸고 보살피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유네스코에서 종목을 지정할 때도 창의적 전승력이 있는지 유무가 종목지정의 중요한 평가 요소다. 

연등회를 50여년 지켜보면서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름을 느낀다.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 해마다 초파일 연등회가 되면 타종교에서 길거리에 내 걸린 연등 줄을 자르고, 민원을 넣어 훼방하였다. 그러나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이러한 행태는 사라졌다. 연등회가 국가에서 인정한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또 연등회가 눈에 띄게 활력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고 참여하는 사찰과 신행단체들도 자긍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다양한 장엄등과 행렬등이 해마다 개발되며, 문화한마당 등 행사도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연등회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서울에서 열리는 연등회만을 지정한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지방과 각 사찰에서 벌어지는 모든 연등회를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지방마다 열리는 연등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 지방마다 특색을 살려서 연등회를 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역시 우리민족은 창의성이 뛰어난 소질을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

연등회가 창의적으로 전승하는 배경에는 ‘연등회보존회’가 있다. 연등회보존회는 각 지방에서 요청하면 연등만들기, 지화만들기 등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을 비롯해 각 학교에서 등만들기 교육을 꾸준히 해오고 있어서 연등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고 있다.

연등회가 세계유산인 만큼 세계인들이 알도록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미 연등회 문화마당에서 ‘외국인 등만들기’ 무대를 설치하여 많은 외국인들이 등을 만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본다. 각자 만든 등을 가지고 가도록 함으로써 체험관광의 영역을 열고 있다. 이미 문화마당에는 스리랑카, 몽골, 네팔, 티베트, 태국, 라오스, 미얀마, 인도, 베트남, 일본 등 10여 개의 나라가 부스를 마련하여 자국의 불교를 보여주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근로자들이 이날은 자국의 부스를 찾고 해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이는 약속장소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았다. 연등회는 이러한 면에서 이미 국제화 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여러 나라 관광청에 협조를 구하고 연등회를 홍보하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연등회를 통해서 콘텐츠를 개발하는 영역도 중요하다. 스토리텔링, 캐릭터개발, 디지털정보 제공, 문자, 도형, 음향, 이미지, 영상 등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등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되새기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에 스스로 참여하고 즐기면서 우리문화의 우수성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하는 일이다. 

[불교신문3640호/2020년1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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