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대중법회며 역사가 가장 오래된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가 본지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쓴다. 

영축총림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는 12월15일 통도사 설법전에서 개막해 내년 1월12일까지 현대 최고의 강사 스님들이 법석에 올라 불자들에게 <화엄경>의 정수(精髓)를 밝힌다. 화엄산림대법회는 본지가 발굴한 바에 따르면 1910년대 구하스님 당시부터 시작했으며 1971년 12월 경봉(鏡峰)스님이 이를 복원해 지금까지 50년 간 빠지지 않고 이어졌다.

더 중요한 것은 화엄산림법회가 불교의 핵심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불교가 가야할 길을 밝힌 전법의 등불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수십 년 전 만 해도 불법(佛法)의 오묘한 진리를 밝힌 불교책이나 법문집이 많지 않았다. 한글로 된 불교서적조차 몇 권 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 땅에 정법이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 것은 조선 500년 억불로 인해 불교세가 위축돼 경전 유포가 어려워진데다 대규모 법석을 펼칠 여건이 성립되지 않은 사회적 배경 탓도 있다. 게다가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사찰을 복원하는 불사 우선, 개인 기복 우선 신앙에 기인한 바 크다. 

통도사의 화엄산림법회는 개인 기복 위주의 불교에서 정법에 기반한 대중교화로 넘어가는 일대 혁신이며 불교중흥의 전기였다. 1971년에 다시 문을 연 화엄산림법회에 부산 경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불자가 운집한 것도 정법을 갈망한 대중이 그만큼 많았음을 반증한다. 통도사 화엄산림법회는 이후 1980년대 사찰법회, 1990년대 백고좌법회 등으로 이어져 법회와 법문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는 이제 본지와 더불어 산문 밖을 넘어 세상으로 부처님 법을 전하고 디지털 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로 향한다. 통도사와 불교신문이 공동으로 화엄산림을 주제로 펼치는 신행수기 공모와 청소년 UCC 공모사업이 그것이다. 신행수기와 UCC는 화엄산림 법회가 신도들에게 어떤 변화를 주고 세상에 울림을 주었는지 보여줄 것이다.

불교의 궁극적 목적은 교화, 즉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있다. 탐진치 삼독심에 물든 욕망의 화신을 자비의 화신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법을 전하는 이유다. 경전이 부처님 말씀과 말씀을 들은 대중의 변화를 함께 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장년 이상의 나이 든 신도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신행수기와 청년 청소년들이 보여줄 UCC는 현대판 경전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화엄경>은 우리가 본래 부처이며 온 세상이 이미 깨달음으로 넘쳐나는 화엄세상이므로, 보살의 원을 세우고 행하면 부처님의 무량공덕이 그대로 현실로 펼쳐질 것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전의 꽃’이다.

아무리 어려운 고통도 부처님 원력에 의지하면 이를 능히 이겨내며, 대립과 미움, 갈등이 사라진다는 화엄의 가르침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고 서로 싸우고 미워하는 현실 세계를 치유하는 유일한 처방이다. 화엄산림 법회가 산문을 넘고 디지털을 타고 전 세상으로 향하는 이유다. 내년 1월12일까지 계속되는 화엄산림 법회와 신행수기 공모전에 많은 대중의 참여를 기다린다.

[불교신문3639호/2020년1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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