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화엄산림법회, 방장 성파스님 입재법문
“화엄산림 잘 마쳐 문수·보현보살 공덕 갖추길”

“마음이 주불, 문수의 지혜 보현의 행이 다 있다
우리 안에 부처가 있고, 보살과 중생이 있으니…”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은 12월15일 경내 설법전에서 열린 화엄산림법회 입재법문을 통해 “사회와 국가가 평안해지기를 염원하는 뜻을 한데 모아 우리의 화엄산림을 잘 마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불기 2564년 영축총림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가 12월15일 입재에 들어가 2021년 1월12일까지 한 달 동안 펼쳐진다. 화엄산림법회는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구법을 위해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법사스님들을 초청해 방대한 화엄의 법문을 설하는 방식으로 열려왔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위기 상황으로 인해 동지 다음 날인 12월22일부터 온라인 법회로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12월15일 입재법문에 나선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은 “우리 자신이 소우주이고 법당이기 때문에 우리 안에 부처가 있고 보살이 있고 중생이 있고 다 있다”며 “사회와 국가가 평안해지기를 염원하는 뜻을 한데 모아 우리의 화엄산림을 잘 마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방장 스님의 법문을 요약·정리했다. 

창건 이래로 말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있었겠지만 이번 같은 일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임진왜란과 근래 6·25 전쟁 등으로 통도사에 제31육군병원이 설치되는 일까지 있었는데 코로나19는 처음이다. 우리 소임자들은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화엄산림법회를 함에 있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 위험에 처해있을수록 당당하게 큰 뜻을 품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슬기롭게 해쳐나가야 한다.  

<화엄경>은 부처님께서 설한 모든 일체법을 전부 총망라해 요약한 법문이다. 여러 법사 스님들께서 한 달 동안 화엄경에 대해 고구정녕하게 낱낱이 알려드리는 것이 화엄산림 법회의 근본 취지라 할 수 있다. 

이 경은 총 39품으로 돼 있다. 말로도 다할 수 없고 눈으로도 다 볼 수 없고 귀로도 다 들을 수 없는 한량없는 우주법계의 진리를 하나로 똘똘 뭉쳐 한 마디로 요약해 다 알 수 있도록 만든 경전이다. 얼마나 귀중한가. 그래서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라고 했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다 알고자 하려면 이 법계의 성품을 잘 관하라.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은 다 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벽에 틈이 생기면 문풍지를 발라 바람을 막으라고 한다. 마음에 틈이 생기면 마가 침범한다. 마음을 단단히 해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에 만전을 기하듯이 마장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방지를 해야 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침범 당한다.

그러려면 신심을 돈독히 해 부처님 법문을 배우고 또 배운 것을 이행해야 한다. 여기 선망부모 영가도 모셨다. 조상의 은덕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나. 생자와 사자를 모두 이 법회장에 초청해 부처님의 무상법문을 설함으로써 화엄의 세계로 이끄는 자리다. 그래서 이 자리에 함께한 여러분은 시민 중에서도 일등 시민이다. 내 자신도 잘 가꾸고 집안도 잘 다스리고 부처님 법문을 듣고 참답게 살려는 뜻으로, 오늘처럼 추운 날 법문 듣고 견성성불하려고 다 모였다. 

대방광불화엄경을 줄여 화엄경이라고 한다. 대방광불은 본지(本智)를 표한 것이다. 본질과 본뜻을 표한 것이고, 화엄경이란 것은 묘행(妙行)을 말한 것이다. 본지는 곧 평등불성이고, 묘행은 곧 본진덕용(本眞德用)이다.   

본지(本智)가 있으면 터득해서 묘행을 해야 한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보현보살은 행을 상징한다. 지와 행은 같이 가야 한다. 지만 있고 행이 없거나, 행은 있는데 지가 없어서도 안 된다. 부처님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보살로 있다. 우리 개개인도 전부 법당이라고 했다. 법당 안에 주불은 마음이 주불이고, 문수의 지혜와 보현의 행이 다 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소우주이고 법당이기 때문에, 우리 안에 부처가 있고, 보살이 있고, 중생이 다 있다. 그런 것을 화엄경 내용에서 밝혀서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한다. 

옛날에 나가서는 장수요, 들어와서는 정승이라고 출장입상(出將入相)이라는 말이 있다. 조정에서 정치를 잘하는 능란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수보살의 지혜와 보현보살의 행을 모두 갖춰야 한다. 여러분들도 만약 조금이라도 미진한 점이 있다면, 이번 법회 기간 동안 확실하게 주불과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의 공덕을 다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도 심하고 날도 추운데 왜 참석했는가. 늘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여득인신불수도면 여입보산공수래(汝得人身不修道 如入寶山空手來)’라고 했다. 사람 몸 받아 도를 닦지 아니하면, 보배산에 들어갔다가 빈손으로 오는 것과 같다. 화엄산림 법회를 한 달 동안 하는데, 빈손으로 가서 되겠나. 한 달 동안의 화엄산림법회 기간 동안 빈손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 화엄산림법회 공덕은 무량하다. 스님들이 보배를 비 쏟듯이 내려주는데 빈손으로 가면 되겠나. 이번 법회를 계기로 꼭 원력을 성취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사회도 맑고 밝아지고 나라도 평안해 질 것이다. 화엄산림법회를 통해 한마음 한뜻으로 국태민안이 될 수 있도록 깊이깊이 염원하자. 

삼국통일을 완성한 문무왕은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해 동해 바다에 재로 뿌리라고 했다.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했다. 오랜 전쟁으로 나라 살림은 절단 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해 현실에 충실하려고 했던 분이다. 중국은 대왕이 되는 날부터 묘를 장만한다고 하는데, 전 세계를 통틀어 이런 예는 없다. 신라 문무대왕 같은 분은 정말 대단한 거다. 지금처럼 시국이 어려울 때는 그런 뜻도 한 번 생각해 보자.      

모든 진리를 말하는 것이 바로 화엄산림이다. 그런 뜻으로 이 시국에 (화엄산림의) 뜻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일도 모두 성취되고 우리 사회와 국가가 평안해지기를 염원하는 그런 뜻을 한데 모아 우리의 화엄산림을 잘 마치도록 하자.  
 

영축총림 통도사는 12월15일 경내 설법전에서 화엄산림대법회 입재법회를 봉행하고 30일 동안 이어지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 화엄산림법회 어떻게 진행되나?

“불지종가 통도사, 화엄법석 열어 건강한 대한민국 발원”

우리나라 대표하는 선지식들
온라인 법당서 ‘화엄의 법석’
유튜브로 실시간 라이브방송
내년 1월12일까지 동참하길…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가 코로나 전염 상황의 엄중함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통도사는 12월18일 주지 현문스님을 비롯한 대중 스님들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영상을 통한 온라인 법회를 중심으로 화엄산림법회를 이어가야 한다는데 대중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동지(12월21일)까지만 재가불자들이 동참하시는 법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임시결정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 변화에 자발적으로 대응해 12월22일부터 유튜브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와 네이버 밴드 ‘화엄의 숲’을 통해 실시간 라이브방송으로 법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위패가 모셔진 설법전 법당에는 사중 스님들과 종무소 소임자 스님들, 그리고 통도사의 강원, 율원의 대중스님들이 동참하여 화엄 법사스님들과 함께 불공과 법문, 시식을 여법하게 이어나갈 예정이다.

일반 재가불자들은 유튜브에서 ‘세계문화유산 통도사’를 검색하거나 네이버에서 ‘화엄의 숲’을 검색하면 제 시간에 실시간으로 법회에 동참할 수 있다. 주지 현문스님은 “통도사는 코로나 시대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화엄산림대법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불지종가로서 사회적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길 통도사 사부대중의 마음을 모아 발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화엄산림법회는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의 <화엄경> 현담 입재 법문을 시작으로 12월24일 전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선지스님(십주품), 25일 통도사 염불원장 영산스님(법행품), 26일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초발심공덕품 명법품), 27일 전 통도사 주지 정우스님(불승야마천궁품 야마천궁게찬품), 28일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십행품 십무진장품), 29일 통도사 강주 인해스님(승도솔천궁품 도솔궁중게찬품), 30일 전 백양사 강주 선행스님(십회향품 1~5), 12월31일 전 통도사 승가대학 교수사 광우스님(십회향품 6~10)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지식들의 법문으로 꾸며진다. 

앞서 12월16일부터 23일까지 전 통도사 율원 교수사 도암스님, 전 쌍계사 강주 반산스님, 전 동국대 이사장 법산스님, 전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용학스님, 전 송광사 율원장 도일스님, 22일 통도사 율원장 덕문스님, 조계종 고시위위장 지안스님이 화엄의 법문을 설했다.  

새해 첫 날 2021년 1월1일에는 전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십지품)을 시작으로 2일 송광사 율주 지현스님(십정품), 3일 전 직지사 주지 자광스님(십정십통품 십인품), 4일 전 동화사 강주 양관스님(아승지품 여래수량품), 5일 전 해인사 강주 해월스님(제보살주처품 불부사의법품), 6일 울산 백양사 주지 산옹스님(여래십신상해품 여래수호공덕품), 7일 통도사 전계사 혜남스님(보현행품)이 법문한다.

8일에는 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스님(여래출현품), 9일 해인사 율주 경성스님(이세간품), 10일 전 해인사 강주 수진스님(입법계품), 11일 전 통도사 강주 우진스님(입법계품)이 법문하며, 12일 회향 법문은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이 입법계품으로 설한다.

산림법회(山林法會)는 신라시대 선덕여왕 때 자장스님이 시작했으며 지금의 화엄산림법회는 극락암에서 경봉스님이 1927년 12월8일부터 1928년 1월3일까지 21일간 신도들과 함께 화엄법석을 마련한 것이 시초다. 통도사는 이 법회를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왔다. 그간 법회 기간 동안 적게는 1000여명에서 많게는 5000여 명이 운집할 정도로 우리나라 최대 대중법회로 자리매김했다. 

정리=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3640호/2020년1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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