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화가 치솟을 때 영지(靈地)로 가라”
“답답하고 화가 치솟을 때 영지(靈地)로 가라”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0.12.21 14:23
  • 호수 3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용헌의 영지순례

조용헌 지음/ 불광출판사
조용헌 지음/ 불광출판사

강호동양학자 조용헌 교수
‘인생 순례자’를 달래주는
영지 23곳 담은 ‘답사기’

“2021년 문명대전환 시기
자연의 영적 에너지 필요”

영지(靈地)란, 말 그대로 신비하고 신령스러운 땅을 일컫는다. 보통의 이론과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수천 년 이어져온 역사가 증명하는 땅이다. 한눈에도 수려하고 신비로운 풍광,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사찰과 역사적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스님을 비롯한 정신수행자들은 우주의 흐름과 기운을 느꼈고, 선비들은 인간됨과 마음의 결을 다듬었으며, 민초들은 신산한 삶을 달래며 간절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자연에 철저하게 기대어 살아야만 했던 그들은 자연에서 존재의 이유와 삶의 지혜를 온몸으로 체득하며 살아왔다. 즉 자연이 곧 종교이자 지혜의 보고요, 치료사였던 셈이다.

사주명리학 연구가로 일간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칼럼니스트인 조용헌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는 최근 펴낸 <조용헌의 영지순례>에서 “한국인들은 분노조절 장애가 조금씩 있다”면서 “분노조절이 안 되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영지를 순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강호동양학이라는 독보적 분야를 개척하며 문필가로 활동해 오고 있 저자에 따르면 영지는 분노를 삭혀주는 효과가 있는데 긴장하고 경직된 에너지, 에어(air)를 빼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법지(人法地) 지법천(地法天)’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는다는 뜻으로 땅을 본받는다는 것은 땅의 기운을 흡수한다는 의미”라며 “명당에서 올라오는 금빛 찬란한 기운, 이 기운이 척추뼈를 타고 올라와 머리를 거쳐 얼굴의 양미간으로 흘러내려 오는 맛을 느끼면 분노는 좀 사그라든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에는 인간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대자연의 에너지가 분명 있는데 이 대자연의 에너지를 맛보는 삶과 맛보지 못하는 삶은 차이가 있다”면서 “그 차이는 얼마나 너그러워지느냐에 있다. 나와 타인, 세상사에 대한 너그러움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강호동양학이라는 독보적 분야를 개척하며 문필가로 활동해 오고 있는 조용헌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는 신간 '조용헌의 영지순례'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원당암에서 바라본 해인총림 해인사 전경.
강호동양학이라는 독보적 분야를 개척하며 문필가로 활동해 오고 있는 조용헌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는 신간 '조용헌의 영지순례'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원당암에서 바라본 해인총림 해인사 전경.

더불어 저자는 자신과 인연이 있고, 이야기와 역사적 자취가 남아 있는 영지를 소개한다. 오대산 적멸보궁, 계룡산 등운암, 가야산 해인사, 팔공산 갓바위, 덕유산 영각사, 대성산 정취암, 경주 문무대왕수중릉 등 책에서 소개하는 영지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익숙한 산, 단순한 지명으로만 알고 있었던 곳에 숨은 이야기들에서 신선한 감동과 함께 옛 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지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산의 풍수와 기운을 느끼고 이야기 등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산이 나와 맞을지 자연스럽게 짐작해 보게 된다.

이처럼 40여 년 전국의 명산을 누빈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새롭게 영지를 답사했다. 전에 가 본 곳이라도 대부분 다시 방문했다. 지리산 영랑대의 경우 해발 1700미터 정상까지 15kg짜리 배낭을 메고 왕복했다고 한다. 찬 부슬비를 맞으며 온몸의 기운을 소진한 강행군이었다.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고, 더불어 그 사이 달라진 작가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정리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지리산 영랑대의 경우, 신라시대 화랑들이 이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훈련을 받았는지, 왜 하필 이 깊은 산속에서 야영을 했는지 감춰진 사실들을 밝혀냈다. 또 지리산 빗점골에서 25년째 작은 오두막에서 수행하는 스님을 만나 한담을 나누며 “한 곳에 집중하면 그것이 도(道)”라는 이치를 구하기도 했다. 멋진 풍광과 기운, 그 속에서 만나는 여러 인연들로 저자는 삶의 허무함과 고달픔을 달랜다고 고백한다. 영지는 신령한 땅이자 성스러운 장소인 만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수록된 227컷의 사진과 화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지의 신령함을 충분히 느껴진다. 저자는 “기도는 대자연과 일체가 되는 마음으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고, 과도했던 자기 욕심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기도의 목표와 초점은 저마다 체질과 환경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자기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자기정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해주는 땅이 영지”라며 “처음에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여행을 하지만, 좀 더 성숙해진 뒤에는 영지순례를 하며 스스로 깨치는 자득지미(自得之味)의 맛을 느껴보는 것이 한 차원 발전한 여행”이라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