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불 법회 신도교육…‘한국불교 데이터 댐’ 필요”

“만약 앞으로 몇 십년간 무엇인가가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건 아마도 전쟁이 아니라 매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염병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매우 적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전염병에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 빌 게이츠, 2015년 테드(TED) 강연 중에서

 

보일스님
보일스님

➲ 코로나 블루, 레드, 블랙

현재 대한민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 속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지난 8~9월 2차 유행기의 정점을 이미 훌쩍 뛰어넘고 있다. 현재의 확산세를 본다면 신규 확진자 1000명대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인 듯하다. 정부는 12월7일 현재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2.5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이 조치가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길어질수록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은 더해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코로나 블루’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증세를 말하는데, ‘코로나’와 우울하다는 뜻인 ‘블루(Blue)’을 합친 신조어이다. 

코로나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경제 불안을 통해 증폭되면서 불안장애로까지 악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벼운 우울감 또는 우울증 전 단계라고 본다. 또한 ’코로나 블루‘에 이어 불안과 우울로 인한 스트레스가 과부하되어, 분노와 같은 감정폭발로 표출되는 ‘코로나 레드’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기서 더 진행되어, 아예 주변의 모든 것이 어둡고 암울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에서 ‘코로나 블랙’까지 등장했다. 사실상 우울증 단계라고 보면 된다. 마치 코로나 대유행이 1차, 2차, 3차를 거듭하듯이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도 점점 그 농도가 짙어지는 것 같다. 불안과 긴장이 반복되는 속에서 우울감은 전 세계를 뒤덮은 지배 정서가 되어가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정부의 봉쇄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극단적인 폭력 양상으로까지 띠고 있다. 일부 국가는 사실상 집단공황 상태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태에 대한 정보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매개인 디지털 데이터이다. 데이터는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에게 제공되고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 순간 일상 속의 행위 양식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종 방송, 신문, 인터넷 기사 등등의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에 집중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확진자수나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자료 발표,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뉴스 등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코로나 데이터 과잉의 시대에 사는지도 모른다. 사실상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잠재적 감염자라는 불안감 속에서 이미 코로나바이러스보다도 더 높은 데이터라는 벽을 공고히 쌓고 스스로 자폐적 자가격리로 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활용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면, 즉 그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즉 데이터 과잉 속에서 오히려 데이터가 심리적 장벽으로 기능하면서 자신을 격리하고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는 면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욕망을 뛰어넘어 깨달음을 추구할 정도로 강인하지만, 인연에 따라서는 너무나 외부 자극에 취약하고 위태로운 것도 사실이다. 

➲ 코로나 재유행과 데이터의 양면성 

코로나는 그 전염성 자체도 위험하지만, 그 파생 효과 역시 치명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염률을 낮추어 주지만 동시에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심지어 폐업에 이르게 할 정도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이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고 파산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다고 하더라도, 살아남은 자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파산이 우려되는 시점이고,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금융위기마저 예견되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이미 신흥국이나 가난한 나라에서 먼저 국가부도를 선언하고 있다. 시장은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경제 분야에서의 정부 개입은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대출을 규제하는 등 심하게 표현해서 돈줄을 쥐고 흔드는 상황이다. 방역조치 과정에서 정부는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수집, 처리, 저장, 활용에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공공의 안전이라는 명분에 그 당위성을 부여함에 주저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코로나를 억제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또한 향후 위법한 국가권력이나 이익집단 등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로선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했을 때, 심도 깊은 토론보다는 신속한 조치가 우선이기 때문에 다루지 못하고 지나치는 문제가 적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고 난후에는, 그간의 방역조치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었는지 냉정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전염병의 경우, 관련 데이터들을 대부분 독점하는 것이 국가권력 기관이다. 데이터 덕분에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대유행 상황에 나름의 대비를 할 수 있고, 방역시스템 구축도 최적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전염병 통제를 빌미로 한 국가기관이나 특정 이익집단의 개인정보나 전염병 관련 데이터 독점이나 왜곡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 독재’의 가능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감시와 견제만이 그 위험성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불교는 종단 차원 또는 개별 본사 단위별로라도 향후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 관리,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한국불교 데이터 댐을 만드는 것이다. 일선 포교나 교육, 종무행정 현장에서 휘발성으로 사라지는 다양한 경험의 총량은 막대한 손실이라고 할 것이다. 디지털화 된 경험의 기록은 데이터가 되어 불교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하고, 불교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한국불교는 종단 차원 또는 개별 본사 단위별로라도 향후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 관리,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한국불교 데이터 댐을 만드는 것이다. 일선 포교나 교육, 종무행정 현장에서 휘발성으로 사라지는 다양한 경험의 총량은 막대한 손실이라고 할 것이다. 디지털화 된 경험의 기록은 데이터가 되어 불교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하고, 불교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골든타임

수많은 감염병 학자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이전부터 발생해왔던 감염병 중 하나이고 앞으로도 대규모 바이러스 감염증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과거 사스(2004년), 신종플루(2008년), 돼지 인플루엔자(2010년), 메르스(2012), 에볼라 바이러스(2014년), 지카 바이러스(2016년), 에볼라 재확산(2018년), 코로나19(2020년) 등이다. 최초 발생 시점을 보면, 우연인지 공교롭게도 그 발생 주기가 2년에서 최대 4년 사이임을 알 수 있다. 사실상 바이러스감염증의 주기적 확산은 데이터를 통해 예견할 수 있고 또한 대비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미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가 새로이 만들어낸 방역시스템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시스템 혹은 사회 전반에 걸친 대비책 등은 당장의 효과나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선다. 바로 향후 직면하게 될 미래의 바이러스에 대한 준비이면서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 수집되고 축적되는 데이터는 바로 그 열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가 낭비되거나 소실되어버리지 않게 해서, 코로나뿐만 아니라 향후의 전염병에 대비하면서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주어진 시간 말이다. 즉 현재의 대유행이 종식되고 다음 신종 바이러스 유행이 시작되기 전까지 2년에서 3년까지 사이가 될 공산이 크다.

➲ ‘퍼펙트 스톰’ 속의 불교, 무엇을 할 것인가

불교는 이 대전환기 속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우선 참고가 될만한 정부의 대책을 살펴보자. 이미 국가적 차원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코로나 시대 이후를 대비하는 정책으로 디지털 뉴딜을 내놨다. ‘한국판 뉴딜’ 이라고 불리우는 이 정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 구조가 비대면화, 디지털화되는 시기에 발맞춰 해당 분야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기반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진행한다는 프로젝트다. 

여기서 눈에 띄는 과제가 바로 데이터 댐 구축사업이다. 실제 대규모 토목공사가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구축하려는 가상의 댐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를 가두고 저장하여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한다는 구상이다. 각 분야 생산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그냥 소실되지 않도록 수집, 저장, 관리, 연계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개발,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대일본 수출 규제 상황 당시, 정부는 산업부, 환경부, 관세청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의 결합과 연계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공무원들 자신들도 놀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결국 데이터가 가장 소중한 국가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데이터가 국가 차원에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불교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사찰에서도 수시로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인해 과거처럼 산문 폐쇄, 법회 중단,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다양한 형태의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감염병 사태가 지속된다면 시간이 갈수록 신도들의 법회참석 제한으로 인해 사찰 재정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대비 없이 이대로 가다보면, 결국에는 심지어 안거 전통도 유지하거나 지탱하기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 

한국불교는 종단 차원 또는 개별 본사 단위별로라도 향후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 관리, 활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한 마디로 한국불교 데이터 댐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불, 법회의 진행, 신도의 교육과 관리, 동참금 보시도 디지털 공간 속에서 용이하게 진행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신도들의 특정 법회 선호도나 추이를 교구본사 단위별 또는 종단별로 데이터로 수집, 관리, 연계될 수 있다면, 당장 종책 수립이나 다음 해의 예산안 편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선 포교나 교육, 종무행정 현장에서 휘발성으로 사라지는 다양한 경험의 총량은 막대한 손실이라고 할 것이다. 디지털화된 경험의 기록은 데이터가 되어 불교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하고, 불교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한정된 공동체의 자원 속에서 최적의 준비를 통해 누수 없이 포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교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이중충격에 직면해 있다. 사부대중 공동체를 외호하고 붓다의 다르마를 잇기 위해서도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비가 시급하다. 

[불교신문3637호/2020년12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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