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창간 60주년 특별기획’
불교신문은 나의 도반 - 서울 소림사 주지 정관스님


불교신문에 대한 종도들 ‘기대’
종단 핵심종책 친절한 해설과
이 시대 불교역할 담론도 제시
“기자들 애쓰는 노고에 감사”

불교신문은 30여년 전 지방 사찰에 있을 때부터 저의 도반이었습니다. 출가수행자가 되고도 종단이 다소 멀게 느껴졌을 때 불교신문을 다리 삼아 종단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종책들을 살펴볼 수 있었으니까요. 요즘이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전국 전세계 소식을 재빨리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불교신문이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함께 공부했던 여러 선후배님들이 불교신문에 가끔 등장하면, ‘아 그곳에서 잘 사시는구나’ 라는 생각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전법과 포교에 능한 스님들의 인터뷰와 사찰 현장을 담은 기사를 보면 불교의 현 모습을 가늠할 수도 있고, 미래의 모습도 꿈꿀 수 있었습니다. 불교신문은 언제나 친근한 ‘팬’이었습니다. 
 

정관스님

지방에 살 때 종단과 다리 역할

서울에 올라와 복지관 관장으로 살면서는 다소 분주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예전처럼 여유롭게 불교신문을 탐독할만한 시간은 없었지만 예전보다 더 많은 정보들을 숙지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동중에는 스마트폰으로, 근무중에는 인터넷으로 빠른 뉴스를 접하면서도 심층적인 기획이나 특집기사는 여전히 신문을 통해 접하며 불교신문을 벗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엔 종단에서 시행하는 종책도 과거에 비해 다양하고 여러 가지 규제법령이나 예산문제 등 잘 알고 살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불교신문을 꼬박꼬박 다 훑어야 속이 시원합니다. 

불교신문이 개선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핵심종책을 알려주는 역할도 만만치 않겠지만 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친절하게 해설해 주는 임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종책에 따른 현실적 적용이나 다양한 종책들의 미비점도 과감하게 지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과 권한 강화에도 불교신문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랍니다. 

물론 한계점도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치고 나가는 기사’를 쓰는 것에도 신중함이 클 것이고 어느 한쪽의 강한 목소리에 치우친 듯 기사화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임을 압니다. 그동안 복지포교 일선에서 인연 맺은 불교신문 기자들 통해서 여러 가지 난관과 현실을 들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앞서 나갈 수도 뒤쳐질 수도 없이, 종단 종책시행 속도와 온도에 맞춰 누구보다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신문을 만들고 있음을 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신문이 한국불교를 이끄는 조계종 대표 언론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그리고 활기차고 희망 찬 기사들을 더 많이 생산해내길 바랍니다. 

열악한 언론환경에도 애써 주길

불교언론사 환경이 생각보다 열악함을 알고 있습니다. 급여나 복지수준이 열심히 일하는데 비해 그리 높지 않음을 알고 스님의 한 사람으로서 늘상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 고마운 마음도 큽니다. 이따금씩 조계사에 일을 보러 나갔다가 차를 타고 복지관으로 가다보면 전법회관 불교신문이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별것 아니지만 따뜻한 간식이라도 보내면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쓰고 있을 텐데, 스님들이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마음이라도 전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스님은 가끔씩 불교신문 직원들 위한 간식을 보내준다. 특별한 계기도 없이 피자와 치킨, 떡과 음료 등을 가득 보내주면서 불교신문을 응원한다. -편집자) 

불교신문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겐 친근한 도반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스님이 많이 있으실줄 압니다. 그러니 불교신문 기자들이 더욱 힘을 내고 신문 만드는 일에 더욱 열정을 불태워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서울 소림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전법과 포교’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 불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전법과 포교’의 방편이 필요합니다. 이런 고민은 스님들도 해야 하지만, 불교신문 기자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신문이 한국불교 조계종의 중심축이기 때문입니다. 

소림사에는 ‘가족법회’를 준비중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와서 법회를 보는 기존 ‘가족법회’와는 달리 정말로 가족에 의해 가족을 위해 가족들 스스로 힐링하고 즐기고 행복을 찾아가는 ‘가족법회’입니다. 예전에는 긴 법문으로 아이들은 밖에서 기다리다 지치기 일쑤고 서둘러 공양을 하고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소림사는 사찰 문턱을 확 낮춰서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앉아 음식을 해먹고 차를 나눠 마시고 편안하게 즐길 쾌적하고 넓은 공간부터 마련할 작정입니다. 가족들이 함께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똑같은 감흥을 받고 함께 좋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법회를 활성화시킬 계획입니다. 운영이 잘 되면 불교신문에서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개종하는 어르신 볼 때마다…

노인복지관에서 오랜 시간 살다보니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인생 말년에 개종하는 사례를 많이 봅니다. 대부분 친구분들 소개에 이끌려 다른 종교를 구경삼아 갔다가 끝내 개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0년동안 불자로 살았지만 정확하고 확실하게 교리를 인지하지 못해 불안정하고 부끄러움도 있다고들 하십니다. 게다가 천주교의 경우 정규 교리교육과정을 거쳐 세례를 받는데,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는 날엔 온 가족을 ‘일등석’에 초청하는가하면, 그 의식이 너무나 장엄해서 40년 몸담은 불교보다 훨씬 마음에 울림을 줬다고 합니다. 

우리 불교는 누가 오는지 누가 가는지도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교는 관심에서 출발해야 사랑으로 이어져 결집이 되고 공동체로 발현됩니다. 불교중흥 역시 사소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갖는 ‘작은 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소림사에 주지로 부임해서도 가장 먼저 한 것은 신도님들과 그룹별로 ‘단체톡방’을 만든 일입니다. 서로가 관심을 갖고 수시로 소통하면서 작은 일도 의논하고 다같이 고민해서 결정하기 위함입니다. 사찰입구 도로환경 개선이나 사찰 내 크고작은 불사들도 그 곳에 오래 살았던 신도와 주민들과 소통없이 하기는 어렵습니다. 비록 비대면이지만 소통과 화합을 전제로 차근차근 도량을 일궈나갈 계획입니다. 

작은 사찰 큰 원력, 조명해주길

1980년대 출가한 스님들은 제 생각이지만, 상당히 열정적인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 때 출가한 스님들도 많고, 비구 스님 비구니 스님 구별없이 승가대나 동국대에서 학업에 심층적으로 매진한 스님들도 많습니다. 각자 처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도량을 잘 정비하고 신도들을 잘 챙기면서 살아가는 많은 스님들을 불교신문 역시 잘 챙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큰 사찰이나, 신도들이 정말 많은 유명한 절보다 작지만 스님들의 큰 원력으로 살아남은 사찰들을 찾아내서 잘 조명해 주면 좋겠습니다. 많은 스님과 사찰들이 불교신문과 한 가족처럼 파트너십을 갖고 살아가길 원하지 않을까요?

조계사와 총무원을 중심으로 이 지역 인근에 많은 직장인들이 불교를 위해서, 종단을 위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종사자들이 불교라는 교집합으로 자주 모여 소속감을 느끼고 연대하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불교울타리가 없습니다. 이들이 직장인이기 전에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한 불자인데, 이들을 위한 힐링과 보람을 안겨주는 장이 없습니다. 어느 사찰에 가서 큰스님 법문 듣고 오는 그런 행사 말고, 젊은 직장불자들의 현실적인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종로구청에도 불자들은 많지만 아직 불자회가 없다고 합니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불교가 해줄 수 있는 역할, 불교가 꼭 해야 할 임무를 불교신문도 함께 고민해주길 바랍니다. 

나의 도반 불교신문…. 

올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더욱 힘내고 함께 손잡고 나아갑시다.
 

정관스님은…
정관스님은 혜원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6년 수계를 받았다.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 1호’인 스님은 ‘죽음준비교육 프로그램이 노년기 죽음불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현재 제17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이며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소임도 맡고 있다.

[불교신문3637호/2020년12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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