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세상을 복되게 하는 일…야전복지 실천하며 사각지대 돌볼 것”

보리스님 이어 2015년부터
노인무료급식소 운영 맡아
무료급식 펼치며 자비실천

미래는 문화와 복지 시대
문화와 복지통해 덕을 베풀 때
불국정토도 저절로 이뤄질 것

사회복지원각은 1년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울 탑골공원 옆 노인무료급식소에서 소외계층을 위해 무료급식을 실시하며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노인들과 끼니 해결이 쉽지 않은 노숙인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밥 한 끼는 단순한 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스님과 봉사자들의 온정이 담긴 갓 지은 밥을 먹으며 소외계층은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든든한 힘을 얻고 있다.

따뜻한 밥 한 끼와 함께 따뜻한 정을 전하는 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보듬는 일, 밥을 나누며 소외계층의 아픔을 보듬는 일은 사회복지원각 노인무료급식소의 존재 이유다. 불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묵묵히 무료급식을 실시하며 노인무료급식소를 이끌고 있는 대표 원경스님을 12월9일 만났다.

서울 탑골공원 옆 노인무료급식소에서 무료급식을 실시하며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를 실천하고 있는 사회복지원각 대표 원경스님은 “복지는 세상을 복되게 하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무료급식을 통해 야전복지를 실천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돌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탑골공원 옆 노인무료급식소에서 무료급식을 실시하며 부처님 가르침인 자비를 실천하고 있는 사회복지원각 대표 원경스님은 “복지는 세상을 복되게 하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무료급식을 통해 야전복지를 실천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돌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원각 노인무료급식소가 문을 연 것은 1993년 가을이다. 개원 이후 보리스님이 운영해오다가 보리스님의 건강 문제로 운영이 힘들어지자 2015년부터 원경스님이 원력을 세워 현재까지 무료급식소를 이끌고 있다. 무료급식소는 개원 이후 30년 가까이 한결같이 밥을 나누며 우리사회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아픔과 함께 해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 온 무료급식이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급식 중단은 무료급식소 개원 이후 초유의 일이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도 중단된 적이 없었던 무료급식도 이번 코로나19의 광풍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올해 초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도 떡과 빵, 도시락 등 대체식을 준비해 소외계층과 함께 나눈 바 있다. 무료급식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사회복지원각 대표 원경스님은 “하루 빨리 무료급식이 재개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에게는 코로나19의 위협보다 밥 한 끼가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무료급식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료급식소 개원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현실적으로 어르신들에게 코로나19보다 당장 하루 밥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지만 국가적 위기극복을 위해 급식소의 문을 닫게 됐습니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동참해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해서 급식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맞는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보시의 참 뜻이다. “사문 바라문이나 여러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주되, 밥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밥을 주고, 음료수가 필요한 이에게는 음료수를 주며, 의복, 음식, 평상, 침구와 질병에 필요한 약품과 집, 성 등을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주면, 이와 같이 하는 것을 든든하지 못한 재물에서 든든한 것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증일아함경>에 나타난 보시의 의미다. 부처님께서는 배고픈 사람에게는 먹을 것을 주고 목이 마른 사람에게는 물을 주며 아픈 사람에게는 약을 줄 수 있는 것은 큰 복을 부르는 공덕이 된다고 설하셨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필요한 것을 나누는 일이야말로 보시가 갖는 참된 공덕이라고 할 수 있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들에게 전하는 밥 한 끼는 참된 보시의 실천이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원경스님이 무료급식소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하나, 이곳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 집도 없이 거리에서 지내는 이들, 주민등록이 말소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는 사회복지원각 무료급식소가 유일한 쉼터다. 그렇기 때문에 원경스님은 힘들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무료급식을 이어 나갈 생각이다.

“사회적으로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불교계 역시 복지 전반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복지는 세상을 복되게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살펴보면 우리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소위 ‘제도복지’의 혜택과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은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대한민국 일번지라고 할 수 있는 종로, 이곳 탑골공원 주변에는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과 노숙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 현실을 보고 ‘제도복지’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무료급식과 같은 ‘야전복지’입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봉사자들도 줄고, 후원도 줄고 있다. 현재 무료급식마저 중단한 상황이지만 원경스님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무료급식소가 어려워 질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주는 선한 마음을 지닌 불자들과 봉사자들” 때문이다. 원경스님은 “현재 30여 곳의 봉사단체에서 400여 명의 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매일 10여 명씩 하루를 책임지며 30일간 릴레이로 봉사를 하고 있다”며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애틋하고 따뜻한 마음, 그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사회를 따뜻하게 지탱하는 뿌리가 되는 것이다. 그 마음들이 있기에 어렵고 힘들어도 무료급식소가 유지될 수 있고 세상은 더 밝아지고 좋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경스님은 앞으로는 문화와 복지의 시대라며 불교계가 문화와 복지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사찰 1문화 1복지’가 평소 원경스님의 지론이다. 불교가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사회적 역할을 다 하는 길이 바로 문화와 복지에 있다는 뜻이다. 원경스님이 서울 심곡암 주지로 산사음악회를 통해 문화포교에 나섰던 이유도, 중앙승가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후 늘 복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스님은 “문화를 통한 포교, 복지를 통한 포교가 필요하다. 불교계가 외형적인 성장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질적인 성장을 모색할 때”라며 “사회를 위해 덕을 베풀지 못한다면 제대로 포교를 할 수 없다. 물을 떠나 배가 존재할 수 없듯이 세상을 떠나 불교가 존재할 수 없다. 문화와 복지를 통해 우리사회에 덕을 베푼다면 포교도 활성화되고 불국정토도 저절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 스님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원경스님은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포교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동사섭 하는 마음으로 복지 현장에 몸을 던져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복지에 대한 경험도 쌓고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성을 갖출 때 살아있는 공부이자 수행이 되고 지도자로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부끄럽지 않게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후배 스님들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말연시를 맞아 불자들을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춥고 힘들고 배고플 때일수록 나눔의 실천이 더욱 중요합니다. 나눔은 불자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함께 가야할 길이자 가져야 할 마음입니다. 그늘진 곳을 살피는 일은 종교인, 특히 불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실천이 없는 불교는 불교가 아닙니다. 코로나19로 우리사회가 힘든 상황이지만 주변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연말연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새해에는 불교도 더욱 새로워지고 새 마음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원경스님은 불자들에게 “주변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연말연시를 보내자”고 당부했다.
원경스님은 불자들에게 “주변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연말연시를 보내자”고 당부했다.

■ 원경스님은…

1983년 송광사에서 현호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84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86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조계총림선원과 해인총림선원에서 안거 수행했으며, 미국 LA 고려사 주지, 제15대 중앙종회의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중앙승가대 총동문회 기획처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 심곡암 주지, 사회복지원각 대표로 문화 포교와 복지 포교에 힘쓰고 있다.

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3639호/2020년1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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