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과 4차 산업, 두 개의 폭풍 충돌하다”

보일스님
보일스님

➲ 퍼펙트 스톰

해일과도 같은 파도가 집어삼킬 듯이 사방에서 덮쳐온다. 폭풍우가 미친 듯이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금방이라도 뒤집힐 듯한 황새치잡이 어선 한 척이 파도에 맞서고 있다. 구조 헬기조차도 강력한 폭풍우 속에서 안간힘을 써 보지만 역부족으로 바다로 추락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만선의 꿈을 이룬 뒤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항구로 향하던 어선은 상상을 초월하는 폭풍을 만나면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 

바로 영화 ‘퍼펙트 스톰’이다. 이 영화는 처음 발생할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수준의 폭풍우와 허리케인이 충돌했을 경우, 해상에서 벌어지는 재난 상황을 생생하게 잘 보여준다. 원래 ‘퍼펙트 스톰’이란 두 개 이상의 태풍이 충돌하여 그 힘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기상 용어이다. 

현재는 정치, 경제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특정 분야에서 악재가 겹쳐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제로 이 영화 속 이야기는 실화를 토대로 한다. 1991년 10월의 마지막 날 미국 북동부 해안에서 온대 저기압과 처음에는 약한 등급에 불과했던 허리케인 그레이스가 합쳐지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핼러윈 데이 노스이스터(Hallowen Day Nor’Easter)’라는 이름의 폭풍으로 발전한다. 역사상 가장 파괴력이 큰 폭풍 중의 하나였다. 실제로 풍속이 120km에 달했고 바다에서 파고의 높은 12m가 넘었다고 한다. 매우 이례적인 자연현상이었기 때문에 재산과 인명피해도 심각했다. 

최근 정부는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했다. 질병관리청은 중대한 고비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에게는 이제 만성화된 피로감을 호소하는 현실이다. 요즘에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재유행 상황과 그로 인해 변화된 우리의 일상을 떠올려 보면, 마치 퍼펙트 스톰처럼 두 개의 태풍이 충돌하는 것과 유사하다. 바로 갑작스레 벌어진 코로나 팬데믹 사태와 그 사이 급속도로 진행되어온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가 겹쳐지면서 더욱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 전환가속도

막연히 생각해 보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그간의 기술 혁신의 결과가 무의미해지거나 발전 속도가 더뎌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생활 속의 변화를 더욱 촉진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구조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전에 도입을 주저했거나 현실적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기술들을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에 비대면 업무나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각종 디지털 기술이 바로 그 실례다. 

이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물론 코로나 대유행 상황 이전에도 이미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분야의 혁신적 발전은 전 세계의 산업구조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도입과 활용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세계는 이전과 다른 사유와 대처가 없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코로나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개의 폭풍이 충돌하는 대전환기 속에서 과연 데이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상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액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격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우리가 방법을 찾아내는데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과연 데이터는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개의 폭풍이 충돌하는 대전환기 속에서 과연 데이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상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액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격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우리가 방법을 찾아내는데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과연 데이터는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출처=www.shutterstock.com
코로나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개의 폭풍이 충돌하는 대전환기 속에서 과연 데이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상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액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격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우리가 방법을 찾아내는데 남아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과연 데이터는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출처=www.shutterstock.com

➲ 코로나 재유행

2020년 11월30일 현재, 코로라 바이러스 질환 전 세계 사망자 수 143만9784명, 확진자 약 6129만9371명. WHO(세계보건기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질환 전 세계 현황판에는 늦가을 낙엽처럼 온통 울긋불긋 짙은 오렌지색으로 칠해져 있다. 바로 세계 지도위에 국가별로 사망자 수에 따라 농도를 달리해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너무나 생소한 그린란드 옆에 위치한 스발바르 와 얀 마옌제도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말 그대로 팬데믹 상황이고, 온 세상이 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은 대유행과 소강상태를 반복하면서 다시 2차 유행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지난 1차 대유행 당시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고, 이틀 연속으로 하루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11월24·25일 기준) 이 확산세를 멈추지 않으면 사망자가 하루에 4000명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거의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사태는 이미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추워질수록 바이러스가 더욱 활발하다는 점, 이전의 바이러스의 발생주기,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속도 등을 토대로 예측은 했지만, 여전히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어쨌든 우려했던 2차 대유행은 시작됐다. 그나마 한 줄기 빛처럼 위로가 되는 건 백신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치료제 개발도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뒤이어 러시아 등의 나라에서도 백신 시판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최종 접종이 이뤄지기까지에는 시간과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국가단위로 우려했던 소위 백신 사재기 현상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개인 간 빈부격차 이전에 먼저 국가 간 빈부격차로 인해 아예 백신 접종의 기회 자체가 주어지기도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도 더욱 더 악화일로이다. 대표적으로 아프리카 남부의 짐바브웨는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국가부도 사태에 처해 있다. 갈수록 세계는 더욱 깊은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 빅데이터, 코로나를 예견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을 미리 대비할 방법은 없을까. 여기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을 미리 예측하고 그 위험성을 알린 인공지능이 있다. 바로 캐나다의 ‘블루닷(BlueDot)’이라는 의료 데이터 플랫폼 회사이다. ‘블루닷’은 WHO(세계보건기구)나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보다 먼저 발생을 포착했고 그 전파 경로나 속도까지 예측했다. ‘블루닷’은 지난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당시의 국외선 항공권 발급 데이터를 분석해서 아시아 전역으로 코로나가 확산할 것임을 미리 경고했었다.

다만 각국 정부들이 그 심각성을 받아들이는데 온도차가 있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 회사는 감염증 전문의인 캄란 칸(Kamran Khan)이 설립했는데, 사스(SARS)와 신종인플루엔자 등 10여 년간 감염병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왔다. 이들의 주력 업무는 감염병 예측 솔루션 제공이다. 이 회사가 자랑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블루닷’은 실시간으로 전염병 알림을 보내는데, 진원지에서부터 잠복기 등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거기에 더해, 인구밀도나 항공권 발급 데이터 등을 통합해 알고리즘을 구동시킴으로써 정확한 전염병 확산경로나 그 속도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블루닷’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하고, 서울, 도쿄, 홍콩, 마카오, 타이페이로 확산할 것이라는 알림을 그들의 고객들에게 먼저 전송했었다. 그리고 이런 분석 과정 자체가 코로나 확산이 일어나기 전인 1월14일에 이미 의학저널에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2014년의 에볼라 바이러스, 2016년의 지카 바이러스의 진원지와 경로를 정확히 예측했다. 그들이 믿는 것은 오직 객관적인 데이터일 뿐, 가짜 뉴스의 진원지인 SNS 정보는 데이터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헬스맵’이라는 인공지능 전염병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은 에볼라와 메르스의 확산을 사전에 경고했었다. 최근에는 코로나 진단 과정에도 인공지능 딥러닝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수집된 흉부 데이터를 딥러닝을 활용해 분석해서 코로나 감염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기존의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방사선 촬영보다 훨씬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흉부 엑스레이를 이용한 영상판독 전문가의 정확성이 69% 수준이었다면, 이 딥러닝 알고리즘 데이터를 활용했을 경우 86%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을 지금 이 시각에도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의료 현장에 활용한다면 향후에도 의료진의 진료 부담을 덜고, 더욱 효율적으로 의료인력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항상 우려하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방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팬데믹은 새로운 변화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해 주고 있다.

[불교신문3635호/2020년12월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