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토끼형국? 단정하게 앉아 선정에 든 수도인!

문광스님
문광스님

➲  백두대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우리나라 전체 땅은 백두산을 시조산(始祖山)으로 하여 전 국토로 흘러 퍼져 내려온 하나의 줄기인 ‘백두대간’이다. 일제강점기 때에 일본인들은 이러한 한국 땅의 기상을 왜곡하기 위해 하나의 정기(精氣)로 이어진 한반도를 억지로 분할하여 ‘산맥론’이란 것을 대두시켜 갈기갈기 나누어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백두대간’으로 설명하는 우리의 전통방식을 자연스럽게 회복하여 전국의 산악인들과 등산 애호가들은 백두대간을 구간별로 종주하는 국토사랑을 실천해 오고 있다. 

나 역시 백두대간의 주요 봉우리들을 등반하는 기도를 하다가 출가한 터라 우리 땅에 대한 칸트식의 ‘숭고’의 마음을 늘 간직하고 살아왔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한국국토의 전체 지형에 대한 설명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 토끼 형국론과 조선 맹호론

우리나라 땅의 전체지형을 평하면서 조선조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우리 땅의 지세가 노인의 모습인데 중국을 향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실학자인 이중환마저 이러한 인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는 “조선은 그 모습이 토끼가 발을 모으고 일어서서 중국 대륙을 향하여 뛰어가는 형국”이라는 ‘토끼 형국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경시와 모함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에 분노한 육당 최남선은 자신이 발간하는 잡지 <소년>지에 “조선의 형국은 맹호가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해 뛰는 형상이기에 조선은 앞으로 진취적이며 팽창적으로 무한히 발전할 것”이라는 ‘조선 맹호론’을 제시하여 자긍심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포항 지역의 ‘호미곶(虎尾串)’과 같은 지명은 토끼 꼬리라는 일본의 야유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서 쓴 말인 것이다.

➲ 우리 땅의 형국이 동물의 형상일 필요는 없다

땅의 형상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풍수학에서는 유사한 모양을 중심으로 지형을 설명하는 이른바 형기론과 물형론이라는 방법론이 발달되었다. 위에서 보았듯이 우리 국토를 노인, 토끼, 호랑이 등의 물형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조선총독부의 촉탁으로 있던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이 쓴 <조선의 풍수>를 보면 형기론으로 우리 땅 전체를 분석해 놓고 있다. 여기에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쌍룡농주형(雙龍弄珠形)과 같은 동물의 물형과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과 같은 꽃이나 식물의 물형들도 등장한다. 일제는 한국 땅에 대한 기존의 풍수지리학적 연구를 총합하여 자료를 정리하면서 정밀하게 연구를 진행했다. 그 목적은 결국 우리의 국토를 폄훼하고 잘못된 인식을 주입시켜 식민사관을 유포하려는 데에 있었다. 

한반도를 연약한 토끼의 형국으로 설명하여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고자 한 것이 그들의 최종적 야욕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한반도의 전체 지형을 두고 토끼 형국이 맞는지 아니면 호랑이의 형국이 맞는지 논쟁을 벌였던 것 자체가 일제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 갇혀 있었던 것임을 이제는 자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의 국토를 굳이 동물의 물형론에 배대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형국론에는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 옥녀단좌형(玉女端坐形), 노승예불형(老僧禮佛形)과 같이 신선이나 스님 등의 인물의 형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의 전체 형국을 선승단좌형으로 보고 그림으로 대략적으로 그려본 모습이다. 제주도는 선승이 좌선시에 쓰는 죽비로 표현해 두었다.일러스트=한성대 이상원 교수팀
백두대간의 전체 형국을 선승단좌형으로 보고 그림으로 대략적으로 그려본 모습이다. 제주도는 선승이 좌선시에 쓰는 죽비로 표현해 두었다. 일러스트=한성대 이상원 교수팀

➲ 우리 땅은 선승단좌형(禪僧端坐形)의 명당

나는 한반도 전체의 모양을 두고 많은 논쟁이 있어왔던 토끼, 거북이, 호랑이 등의 형국론을 폐기하는 대신에 새롭게 ‘선승단좌형(禪僧端坐形)’을 제시하고자 한다. 단정하게 앉아 있는 수도인이 선정에 들어있는 형국이라는 뜻이다. 한국인이 전 세계에서 공부를 최상급으로 잘 하는 나라이며, 교육열이 지극히 높은 것도 이러한 형국론으로 잘 설명되리라 본다. 

선승단좌형에 입각해서 백두대간을 살펴보면, 백두산은 한반도의 백회(百會)에 해당하고, 묘향산은 상단전(上丹田)에 해당하며, 중단전(中丹田)은 오대산이 되고, 하단전(下丹田)은 지리산에 해당한다. 태백산맥에서 부산 금정산의 범어사를 거쳐 해운대로 내려가는 장산(萇山)까지의 낙동정맥은 좌선하고 있는 수행자의 척추에 정확하게 배대된다.

선정에 들어서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잘 이루어지고 대주천(大周天)과 소주천(小周天)의 기운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져서 임독맥의 기운이 모두 뚫리게 되면 척추의 끝인 낙동정맥과 백회인 백두산의 기운이 원만히 소통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에는 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기나긴 인욕의 세월동안 닦은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 남북통일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원래의 고구려 영토인 만주와 간도, 연해주까지 우리국토의 영역으로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구려의 옛 영역은 선승이 선정에 들어있을 때 영향을 미치는 오오라(aura)와 광배(光背)의 기운 영역 안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즉, 우리 민족의 원래 무대인 고구려의 옛 영토는 선정에 들어있는 한국이 수행을 완성하여 기운을 발산하게 될 때 원상(圓相)의 빛으로 감싸 안아 광배로 포함하는 우리민족 고유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 미륵하생의 모악산과 세계인의 정신수도 계룡산 

미륵이 하생한다는 진표율사의 성지인 전북 김제의 금산사가 위치한 모악산(母岳山)은 이 땅의 거대한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미래의 성인인 미륵을 잉태하고 있는 형국으로 설명되어 왔다. 이는 동물의 형상이 아니라 도인의 형국으로 이 땅을 설명할 때에만 비로소 납득이 될 수 있다.

고래로 우리 땅을 군자가 끊어지지 않고 도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라라고 보았던 선조들의 설명과도 잘 부합하려면 수행하고 있는 도인이 단정하게 앉아서 좌선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설명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계룡산은 탄허스님을 비롯한 많은 선지식들이 세계의 ‘정신 수도(神都)’가 들어설 후천의 중심지로 지목한 곳이다. 묘향산에 상악단이 있었고, 지리산에 하악단이 있었으며, 계룡산 신원사에 중악단(中嶽壇)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정신적으로는 계룡산이 중심이 된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탄허스님은 일본의 주석은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오직 유키사와(行澤) 박사가 “앞으로 전 세계의 중심은 한국의 계룡산이 될 것”이라는 말만은 적극 인용한 바 있다. 하단전인 지리산에 기운이 모이게 되면 그 위에 위치한 모악산과 계룡산은 그 수행의 힘을 완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척추등뼈의 중심인 오대산은 한반도의 지리적인 중단전(中丹田)에 위치하여 한국의 전체 구조에서 중심이 되는 중요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오대산의 적멸보궁은 바로 우리 한민족의 척추의 중앙이자 한반도 전체의 중심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대산의 용맥 범위 안에 있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것도 예삿일은 아니며, 지금은 다시 경색국면으로 돌아가 있지만 심각했던 남북관계가 해소된 것도 평창올림픽이 계기가 되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남북통일은 서울과 평양만의 통일도 아니며, 남북 정상을 비롯한 정치인들만의 통일도 아니다. 금강산과 오대산의 통일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한반도의 백회와 회음이 하나가 되고,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이라는 국토의 기운이 완전히 소통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토의 회통은 국토 스스로가 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수행과 기도, 발원과 원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지속적인 기상이변과 재해환란이 이어지며, 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이 어수선한 이 때에 한반도를 선승단좌형의 수행도량으로 다시금 인식하고 기도와 원력으로 국민들이 단합할 때 한반도라는 거대한 명당은 새로운 저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불교신문3635호/2020년12월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