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진자 소식, 마스크 착용, 체온체크, 거리두기 등 새로움이 일상이 되어버린 뉴노멀 시대입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어르신들은 외출도 걱정스럽다며 조심하다보니 집안에 있는 시간만큼 외로움과 고독감만 더해가고 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알기에 아우내은빛복지관에서는 조금이라도 어르신들 가까이 다가가고자 영상교육, 실시간 온라인 수업, 전화상담 등 비대면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준비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대와 달리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 활용이 어려운 다수의 어르신들은 오히려 더 큰 소외감을 느끼셔야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사회복지사가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 실시하고 있는 ‘슬기로운 집콕생활’ 모습.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사회복지사가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 실시하고 있는 ‘슬기로운 집콕생활’ 모습.

이에 위기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지난 9월부터 집에서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하여 방울토마토 씨앗심기, 인지놀이 워크북, 모빌 만들기, 퍼즐놀이 등 매주 다른 주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뭘 이런 걸 하라고 하느냐고 쑥스러움과 낯섦에 망설이시던 어르신들이 이젠 재미와 즐거움을 느껴 매주 이 시간만 기다린다고 하십니다. “나 숙제 이만큼 했어”, “다음 주는 어떤 거 해?”, “이건 잘 모르겠는데 맞게 했는지 봐줘”, “방울토마토 싹이 이만큼 자랐는데 꽃이 안 피네”, “처음엔 퍼즐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계속해보니까 쉬워졌어.” 

뵐 때 마다 자랑하시듯 쏟아내는 어르신들의 활동 이야기에 마음이 흐뭇해져 ‘다음엔 뭘 같이 해 볼까’하고 행복한 고민을 하며 돌아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도 예방되고 우울증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아주 만족해하십니다.

또 어르신과의 만남이 일회성이 아니다보니 만남의 횟수만큼 친밀감이 높아져 이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고민하고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시작 때보다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신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보다 많은 어르신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에 아쉽기도 합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 복지관은 부분적으로나마 개관을 하여 일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한동안 어르신들에겐 ‘슬기로운 집콕 생활’이 필요한 듯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규칙이 되고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슬기롭게 적응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우리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잘 이겨내실 수 있도록 새로운 복지서비스 개발을 위해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어르신들의 오늘은 ‘슬기로운 집콕생활’이지만 내일은 ‘더 슬기로운 집밖생활’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불교신문3634호/2020년12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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