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튜브 타고 평양 러시아 거쳐 독일서 저녁약속?

보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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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 공간의 확대는 시야의 확장

오전에 서울 강남역에서 탑승한 하이퍼튜브가 평양을 지나 점심시간 무렵 러시아 최북단의 항구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다. 비행기로는 1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하이퍼튜브는 최고시속 1200km로 대륙을 가로지른다. 오후 3시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관광과 쇼핑을 한다.

그리고 다시 하이퍼튜브를 타고 오후 5시 무렵 독일 쾰른 대성당 앞에서 친구와 만나 저녁을 같이 먹는다. 그 다음엔 숙소로 호텔을 예약해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한다. 저녁 8시쯤 되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사실 오늘은 스페인 프로축구 경기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의 라이벌전인 엘 클라시코가 열리는 날이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예매를 해두고 휴일을 이용해 관람을 온 것이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저녁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축구경기를 즐긴다는 상상, 이것이 10년 이내에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모습이다. 바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하이퍼튜브를 통해 실현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이퍼튜브가 상용화된다면, 우리의 생활패턴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할 것이다. 지금이야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전 세계가 이동이 아닌 봉쇄를 화두로 삼고 있으니, 이런 상상이 막연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 시기는 지나갈 것이고, 코로나 이후에 대한 희망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아마 최근의 하이퍼루프 유인 시험 주행 성공 소식이 더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해외여행은커녕 일상 속의 친숙한 지인들과 직접 대면 접촉하는 것마저도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화상수업이나 화상회의를 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 액정과 모니터 너머로 보는 누군가의 얼굴이나 풍경이 아닌 실제로 도시를 방문하고 직접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눴던 기억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누구나 여행했던 도시가 주는 분위기나 다양한 풍경들, 심지어 소음이나 냄새까지도 고스란히 온몸으로 느꼈던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봉쇄와 차단 이전의 일상들 말이다. 

아무리 인터넷 검색을 통해 특정 도시나 유적지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해도 직접 체험한 것만 하겠는가. 말로만 호연지기를 논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몸이 이동하면서 시야에 그 풍경과 삶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어야 비로소 경험했다 할 것이다. 장기간 격리로 인해 ‘코로나블루’라는 새로운 우울증세가 사회문제가 되는 요즘, 특히 활동하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우리 마음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 느끼게 된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지리적 한계나 장애 없이 이동이 가능하다면 우리 인식의 지평은 분명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분단 조국에 태어나서 본의 아니게 생래적으로 사실상 섬나라 국민이 되어버린 고립감 때문만은 아니다. 주어진 운명과 환경에 매몰되어 고통받을 것이 아니라, 과감히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뚫고 나갈 방법이 있다면 우리의 생각도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상상력과 현실의 간극을 채워내는 것이 바로 기술일 것이다. 

➲ 친환경 하이퍼루프 

하이퍼루프가 빠르고 안전한 것은 좋은데, 문제는 건설비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간 하이퍼루프 건설비용은 약 8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제성으로만 따졌을 때, 하이퍼루프 건설비용은 고속철의 10분의1 정도라고 하니, 비용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고속철은 15량에서 20량까지의 객차들을 연결해서 주행해야 하므로 기반시설 건설비용이 대규모로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 하이퍼루프는 한 번에 한량의 객차가 운행되기 때문에 훨씬 건설비용과 운영비용이 적게 들다 보니 요금 또한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미리 정해진 시간에 기차표 예매를 해야 하지만 필요한 시간에 즉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리고 비행기를 이용하려고 할 경우, 공항까지 나가야 하는 접근성 문제가 있지만, 하이퍼루프는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건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항공 수단과 접근성에서 큰 차별성을 가져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스마트 시티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서 큰 변화의 주역이 될 것이다. 과거처럼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간다는 개념이 아니라 강남역에서 해운대역으로 간다는 개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고려사항으로는, 하이퍼루프가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하이퍼루프는 튜브 외벽을 감싼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조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운행에 쓰일 에너지를 100% 자가 발전 시스템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즉 튜브 외벽에 태양광을 모아서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클린 에너지 자체이다.

미세먼지가 배출될 여지도 없다. 그리고 날씨 변화와 무관하다. 악천후로 결항하는 비행기와도 차별되는 점이다. 이처럼 하이퍼루프는 교통, 환경, 물류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는 많다.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생기는 통신 문제나 튜브가 외부 충격을 감지하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문제 등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하이퍼루프는 튜브 외벽을 감싼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조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운행에 쓰일 에너지를 100% 자가 발전 시스템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즉 튜브 외벽에 태양광을 모아서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세먼지가 배출될 여지도 없다. 악천후로 결항하는 비행기와도 차별되는 점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하이퍼루프는 튜브 외벽을 감싼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조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운행에 쓰일 에너지를 100% 자가 발전 시스템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즉 튜브 외벽에 태양광을 모아서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세먼지가 배출될 여지도 없다. 악천후로 결항하는 비행기와도 차별되는 점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4차 산업혁명과 하이퍼루프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교통수단의 혁신과 함께 진행되어 왔다. 인류는 제1세대 선박부터 시작해서 철도, 자동차, 비행기를 거쳐 제5세대 교통수단인 하이퍼루프가 등장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각각의 수단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찬사를 받았지만, 나름의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래의 차세대 교통수단을 충족시켜야 할 다양한 기준을 제시한다. 

즉, 더 안전하고,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하고, 날씨에 둔감하고, 지속가능한 자체 동력을 생성하고, 재난에 강하고, 이동 경로 상에서 방해받지 않고, 주문형 교통수단일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하이퍼루프라고 할 수 있다. 이 조건은 고스란히 하이퍼루프의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전의 교통수단이 안고 있는 단점들은 최소화하고, 장점들은 극대화할 대안으로 하이퍼루프가 손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하이퍼루프가 상용화된다면 시공간의 개념이 변화로 말미암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소위 지방분권화 시대를 표방하지만, 서울 집값은 여전히 내려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이퍼루프가 상용화돼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20분 이내로 진입할 수 있다면, 과연 지금처럼 서울을 고집하게 될까. 부동산 가치도 변화될 것이고 물류시스템도 변화될 것이다. 사실상 이 기술은 ‘가능할까’에서 ‘언제 될까’로 바뀌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이미 그 개발과 도입을 결정한 나라들은 대부분 10년 이내에 상용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중 해저터널과 한일 해저터널 등이 이제 비로소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과거에는 그저 가능성으로만 그치던 구상이 이제 당사국 간의 이해만 일치된다면, 현실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그러나 아직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나 국민 정서 등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다. 어쨌든 하이퍼루프는 4차 산업혁명 속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혁신의 상징으로서 등장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산업혁명처럼, 이제 하이퍼루프의 개발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 초연결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초고속, 초연결은 디지털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사태가 아니다. 이제 초연결은 단순히 온라인 공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을 가로지르는 시도가 바로 하이퍼루프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장벽을 쌓아서 정권을 유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몇 해 전부터, 미국의 대통령인 트럼프는 남미 접경 지역에 장벽으로 밀입국자들을 막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도 장벽은 세워졌다. 하지만 그렇게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외치던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도 오래전부터 철책이 세워져 있고,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위적인 장벽으로 연결을 막는 시대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말 그대로 ‘초연결의 시대’이다. ‘초연결’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디지털로 연결되어 직접 대면이나 접촉 없이도 대부분의 사업과 일상을 장애 없이 영위할 수 있다는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이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가속도는 더욱 급격해지고 있다. 비대면 연결을 준비하지 못한 지난 시간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이제 다시 코로나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대면의 시기에 비대면의 시기를 준비하듯, 비대면의 시기에 대면의 시기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자는 다시는 과거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제2차 팬데믹 상황은 그러한 관점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과 비관의 두 선택지 모두에 대답해야만 할 것이다. 지나친 낙관론도 금물이지만 지나친 비관론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 낙관론의 연장선상에서 하이퍼루프 기술이 논의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하이퍼루프를 통해 디지털 공간과 디지털 공간 사이, 디지털 세계와 현실공간 사이, 그리고 현실공간과 현실공간 사이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세상이 될 것이다.

[불교신문3633호/2020년1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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