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법정스님은 기도는 ‘인간에게 주어진 최후의 자산’이라고도 하셨는데, 기도는 왜 필요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불교는 신앙의 종교가 아니라
깨달음의 종교이자 철학
번뇌망상을 깨끗이 수거하고
청소하는 것이 ‘불교의 기도’


A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입니다. 엄밀히 말해 불교는 신앙의 종교는 아닙니다. 종교보다는 철학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불교의 기도는 신에게 바치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입니다.

물론 종교는 종교이기 때문에 기복적인 부분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만 타 종교와는 그 방법이나 목적면에서 많이 차이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꽃밭에는 나비와 벌이 찾아듭니다. 사람들도 찾아와 탄성과 기쁨을 표합니다. 웃음소리와 즐거움이 끊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쓰레기장에는 온갖 세균과 파리, 쥐들이 득실댑니다. 사람들은 멀리 돌아가거나 잔뜩 인상을 쓰고 불쾌함을 토로합니다. 꽃밭이나 쓰레기장처럼 우리들의 ‘마음의 도량’에도 마찬가집니다. 악취 나는 잡다한 번뇌 망상의 쓰레기들이 너부러져 있다면 그것들을 깨끗이 수거하고 청소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기도’입니다. 마음의 도량에 꽃을 심고 향기롭게 만들어 좋은 일들이 저절로 찾아와 넘쳐나도록 하는 수행이 타 종교와 다른 불교의 기도입니다.

기도의 영역, 기도의 세계, 기도의 힘은 이론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요소가 존재하는 듯합니다. 대자비심과 대원력심이 우주공간에 가득찬 불성과 채널이 맞추어질 때 누구나 상상하지 못했던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과학이며, 무한한 능력을 지닌 자기 스스로 만든 것입니다. 기도법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제가 널리 알리는 방법을 한 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째, 기도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실제로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하루 중 일정한 기도 시간을 정합니다. 셋째, 열흘, 한 달, 백일 등 기도 기간을 설정하고, 넷째는 염불, 경전독송, 사경, 다라니 염송, 절 등 다양한 방법 중에 자기에 적합한 기도법을 선택합니다.

다섯째는 기도 기간에 지킬 자기만의 생활규칙(계율)을 적어 약속하고 여섯째, 시간이 허락하는 한 삼귀의나 반야심경, 본인이 선택한 본래 기도수행, 108배, 참회와 발원문 순으로 진행합니다. 일곱째, 독송이나 염불 등 소리를 내어 할 때는 자기 목소리를 자기가 충분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하고 크게 합니다.

여덟째, 매번 자신만의 참회와 발원문을 꼭 만들어 낭독합니다. 아홉째, 기도가 종료되면 반드시 보시를 하거나 뭔가를 베풀고 봉사를 합니다. 기도공간은 법당이면 제일 좋겠지만, 방이든 사무실이든 작업실이든 정갈하게 하여 기도 중 마음의 평화가 집중이 가능한 어디든 좋습니다. 매일매일 행복해집니다.

[불교신문3633호/2020년1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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