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교구본사 중 처음으로 월1회 자비순례 진행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오른쪽)이 선운사 자비순례 첫 시작을 격려하며 주지 경우스님에게 죽비를 선물했다. 김형주 기자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오른쪽)이 선운사 자비순례 첫 시작을 격려하며 주지 경우스님에게 죽비를 선물했다. 김형주 기자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위해 대구 동화사부터 서울 봉은사까지 21일간 511km 대장정을 마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결사정신이 교구본사로 이어지고 있다.

교구본사 중 처음으로 매달 1회씩 자비순례를 한다고 밝힌 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주지 경우스님)는 본격적인 순례 시작에 앞서 11월28일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대중과 경내서 예비순례를 했다.

이날 예비순례에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을 비롯해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고창 선운교육문화센터 원장 법만스님, 총도감 호산스님, 순례단장 원명스님(조계사 부주지) 외에 호남지역 교구본사 주지 스님도 참석했다.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 조계총림 송광사 주지 자공스님,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 법상스님은 선운사 자비순례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원했다. 특히 회주 자승스님은 만행결사 정신을 이어 자비순례를 시작하는 선운사 대중을 격려하며 경우스님에게 죽비와 단주를 선물했다.

당초 선운사는 제24교구 본말사 스님, 신도들과 순창 강천사부터 만일사까지 18km를 행선하며 자비순례 시작을 알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첫 출발을 12월로 연기했다.

대신 선운사 스님과 신도들, 만행결사 순례대중과 준비모임 성격으로 선운사 주차장을 출발해 도솔암까지 10km를 왕복하며 행선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순례의 길을 늦춰서도 안 되고 정진을 멈춰선 안 된다는 회주 스님의 의지에 감화돼 내린 결정이었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과 선운사 스님들.
도솔암으로 오르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과 선운사 스님들.

12월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추어진 날씨,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순례대중은 사회적 거리를 지키고 묵언하며 도솔암을 향해 올랐다. 출발 한 시간여 만에 도솔암에 도착한 사부대중은 보물 제1200호 도솔암 마애여래좌상을 친견하고 내원궁을 참배했다. 이어 산내암자인 참당암을 거쳐 선운사 대웅전에 도착하는 것으로 순례일정을 마무리했다.

선운사 자비순례의 시작은, 사부대중이 함께 미래불교를 만들겠다는 만행결사의 정신을 잇는다는 점에서 뜻깊다. 지난 10월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산중에서 고답적으로 머무르는 불교를 벗어나, 중생의 곁으로 다가가는 움직이는 불교, 적극적인 불교, 활기찬 불교를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묵언하며 가사를 수하고 여법하게 행선하는 스님들, 그 길을 함께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습은 불자들의 신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평등 공양을 실현하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부대중 공동체가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모범을 보여줘, 한국불교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받았다. 수행과 신행공동체의 새로운 양상을 제시한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교구본사로 확장되는 것은 상월결사 정신을 통해 불교가 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도솔암으로 향하는 자비순례 동참 대중
도솔암으로 향하는 자비순례 동참 대중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또한 자비순례가 불교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기대를 안고 있다. “오늘날 한국불교가 처한 어려움을 인식하고 더이상 불교가 산중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속에서 월1회 자비순례를 기획했다”는 경우스님은 지난 10월 부안 내소사에서 월명암까지 걷는 준비모임을 시작으로 매월 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경우스님은 “2600년 전 부처님께서 그러셨듯이 오늘 자비순례는 도량 내 머물던 수행과 포교가 밖으로 나가는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지역민의 삶 속으로 다가가 나를 위한 기도와 수행이 아닌 이웃과 사회를 향한 기도와 수행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비순례의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동국대 기획부총장 종호스님은 자비순례 동참대중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바로 변화하는 불교사의 현장임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행선을 통해 한국불교가 대중과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한국불교의 새로운 수행문화와 공동체문화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월결사는 훗날 정혜결사 백련결사 봉암사결사처럼 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구본사 차원에서 처음으로 열린 자비순례에 함께하며 응원해준 상월선원 만행결사 총도감 호산스님은 “대구를 출발해 서울 봉은사, 위례 상월선원까지 511km를 회향한 이후 선운사에서 자비순례 첫발을 내딛었다”며 “불교가 중흥되고 국난 극복될 때까지 사부대중을 이끌어주는 회주 스님에게 감사드리고, 상월결사 정신이 지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솔암 내원궁을 참배하고 오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도솔암 내원궁을 참배하고 오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경내 행선을 마치고 회향하는 모습.
경내 행선을 마치고 회향하는 모습.

선운사=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