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합과혁신위원회(위원장 정념스님, 월정사 주지)1117일 서울 전법회관 보리수 회의실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스님과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소장,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이 각각 발제한 발표문을 요약 소개한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합과혁신위원회는 11월17일 코로나19로 달라진 현상을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획좌담 '한국불교 2040'을 열었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화합과혁신위원회는 11월17일 코로나19로 달라진 현상을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획좌담 '한국불교 2040'을 열었다.

불안정한 삶, 종교는 더 절박해졌다

명법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종교성 회복과 대안

코로나 시대와 함께,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모두 성과주체로 내몰리며 무한경쟁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은 더 악화됐다. 종교는 그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고 세력 확장을 통해 개인이 겪는 불만이나 사회적 문제들을 치환하고 유예해왔다. 하지만 감염병에도 불구하고, 아니 감염병 때문에 종교에 대한 요청이 더 절박해졌다. 다른 한편, 명상이나 각종 영성모임 같이 사회적 관계보다 자기내적 세계에 몰입하도록 돕는 종교활동이 주목되고 있다. 탈종교화의 일반적 경향이 코로나19와 더불어 강력해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시대 요청되는 종교적 위로는 즉각적이며 직접적이다. 사회적 성공이나 물리적 안전, 질병의 치료와 같이 기존 종교가 약속한 구원보다 심리적이고 내면적이며 관계 속에서 얻는 안심과 위로를 절실하게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삶의 불안정성과 미래의 불확정성으로 고통 받는 청년세대는 그 누구보다 종교적 위로를 구하고 또 쉽게 종교단체에 빠지기도 한다. 가장 진취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청년세대에서 가장 퇴행적인 종교에 빠지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 불교는 어떤 종교적 구원을 제공하여야 하는가? 심층적 종교체험은 문명의 편리함을 달가워하기보다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주는 평화와 기쁨을 더 선호한다. 현대문명 바깥에서 문명의 한계와 위기를 바라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지점이 있을까? 불편한 삶,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소박한 기쁨으로 충분한 삶에 대한 체험은 정신의 힘을 확충하고 더 깊은 통찰과 내적 확신을 얻게 돕는다.

그런 점에서 불교, 더 구체적으로 한국의 산사는 더 깊이 내면에 침잠하여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자연 속에서의 소박한 삶의 체험은 정신의 힘을 확충할 뿐 아니라 문명의 편리를 자발적으로 버리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진지하게 자신을 느끼고 소통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성과주체로서 내몰린 현대인들에게 내려놓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려놓고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 내려놓음으로써 자유로워진다는 사실을 체험함으로써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바로 불교는 제공할 수 있는 현대적 종교성이 아닐까?

 

돌봄 나눔의 보살행으로 전환해야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소장
박재현 신대승네트워크 소장

코로나19, 언택트 사회와 과제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를 대표하는 단어는 언택트(Untact)’.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개인문화와 5G, 빅데이터, AI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장의 무인화 등이 맞물려 생겨난 트렌드다.

코로나19는 개인적 탐··치가 만들어낸 고()가 아닌 제도화된 탐··치에 의해 발생한 사회적 고()이다. 불교는 ()’에 초점을 맞춰온 종교이다. 지금은 개인적 고에서 사회적, 제도적 고로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불교가 전통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개인의 고통을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인간은 욕구 충족을 위해 자연을 도구로 전락시켜 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구와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거대한 그물이 단지 인간의 이익을 위한 자원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인간 중심, 이분법적 세계관, 도구주의적 자연관을 해체하고, 세계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요, 그 자체라는 생태주의, 생명불교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주의, 생명불교는 연결성에 초점을 놓고 사고하며, 종교 활동을 제의 내지 축원 중심에서 돌봄과 나눔 중심의 보살행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불교 가르침 중에서 사회적, 생태적 활동에 참여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구체화된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개인의 수행을 넘어 집단적 수행과 사회적 변화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현존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통합하는 새로운 보살의 길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자도생의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집단적, 제도적 고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보살의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깨어 있는 불자로서의 보살은 세상의 문제에 참여하는 이타행이 개인의 영적 수행의 핵심이 된다. 또 내적 명상을 통해서는 자아의식을 해체하여 재구성하고, 이타행을 통해 사회적 실천을 강화한다. 결국 내적 명상과 이타행의 이중 수행을 통해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보살의 삶이다.

 

개인적 영역 넘어 공공성 헌신 필요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코로나시대, 불교의 공공성

코로나19의 진행 과정에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어기고 무리하게 현장예배를 강행한 몇몇 교회들로 인하여 개신교 전체가 사회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는 현상이 있었다. 반면 이 시기 사찰들은 자발적으로 산문을 폐쇄하고 법회를 중지하면서 개신교와는 반대로 불교계 전체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시민들에게 있어서 이 선택이 불교는 공공성이 있는 종교로, 개신교는 공공성이 부족한 종교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종교학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문제가 종교의 공공성이다. 종교가 사회의 공적 가치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면서 종교의 공공성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종교가 자신만의 주관적 세계에 고립되어 외부의 공적인 문제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모든 주체가 사회적·공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불교도 이런 사회적 흐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사찰운영의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찰이 사찰의 내적 활동 위주로 운영을 해왔다. 사회를 향하여 포교를 하면서도 그 지향점은 신도수의 증가와 같은 사찰 내부의 성장인 경우가 많았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사찰은 세상에서 공적 책임성을 다하는 것을 사찰운영의 주요한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New Normal)’의 핵심은 공공성내지 공동의 선의 실현이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현장 예배와 법회를 하지 못하면서 교회와 사찰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에서도 종교들이 돌봄과 생명 같은 윤리적 가치를 사회를 만들어내는 일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이제 종교는 임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의 준수를 넘어서 모두의 번영과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질서를 수립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만약 한국불교가 사회문화적 가치의 생산과 공급이라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 뉴노멀을 형성하는 공론의 장에 참여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한국사찰은 신도와 재정의 감소보다 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국불교가 시대적 요청에 책임 있게 응답하여 한국사회의 공공성내지 공동의 선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

 

사찰마다 1000일 결사로 위기 전환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 소장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 소장

위기대응 방법의 위기와 전환의 설계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각 나라의 시스템과 실력이 드러났다. 그동안 선진국이 앞설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대응 시스템이 그렇게 앞선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위기대응에 상당히 앞선 측면이 있었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의 부정적 시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코로나19 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위기가 위기인 것이 아니라 위기를 대응하는 방법의 위기라 할 수 있다. 무엇이 위기인지 명확한 것부터 확실히 정의를 내리고 대응을 진행해야 한다.

한국불교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예로 살펴보자. 출가자 감소와 신도 감소를 보면, 출가자 감소와 신도 감소를 위기로 받아들인다. 출가자 감소, 신도 감소로 인해 여러 가지 파생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위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위기에 대한 전환을 설계하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출가자 감소와 신도 감소의 위기를 인식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불교가 안고 있는 위기의 전환에 있어서 엔진에 해당할 수 있는 동력과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도의 조직화, 전환을 위한 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불교와 한국사회 미래를 위한 기도가 각 사찰마다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1000일 결사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큰 힘이 모아지리라 생각한다.

불교는 대단히 큰 상징 자산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성철스님, 법정스님으로부터 인식하는 청정성이 상징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불교를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소이다. 상징 자산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도 국립공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한국불교가 이를 활용해서 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종교, 산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종교로 부각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종단의 입장선언과 각 교구본사에 기후대응 환경위원회 설치, 각 종교단체의 동시협력 요청, 전 세계 불교기관과 국가에 기후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제안 및 기구 설치, 대국민 설득과 동참 호소 등을 진행해 나간다면 그것 자체가 주는 도덕적 헤게모니가 대단히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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