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뚜렷하게 깨어있도록 자신을 늘 살피자

병 혹은 목숨 구제하는 의식
몸에 神氣있는 빙의 때 행해
절에서 구병시식 않고 잡신 떼려면
본인이 강한 의지력 갖고 몰입해
금강경 3·7일 독송하면 효과 있어

‘귀신 떼기’라고 해야 할까요? 구병시식에 대한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구병시식은 ‘구명시식(救命施食)’이라고도 합니다. ‘병으로부터 구제하는 의식’ 혹은 ‘목숨을 구하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몸에 신기(神氣)가 있는 경우를 ‘빙의(憑依) 되었다’라고 표현합니다. 유튜브불교대학 시청자 여러분도 ‘빙의’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최근에도 어떤 연예인이 빙의가 돼서 할 수 없이 그 귀신을 받아들여 무속인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몸에 빙의가 되면 살기가 아주 힘듭니다. 자기 정신, 제정신으로 살아도 세상 살기가 만만치 않는데, 빙의가 되어 보세요! 그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닙니다. 남의 신이 자기 몸에 들어왔으니 그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할 노릇이겠습니까! 그 얼마나 살기가 힘들겠습니까? 뭐든지 다 정상적이지 못합니다. 

어쨌든 빙의가 되면, 증세가 나타납니다. 이유 없이 몸이 아픈 수가 많습니다. 또한 시름시름 아프면서 몸이 꼬챙이처럼 마르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성한 듯이 헛소리를 지껄이는가 하면, 헛웃음을 웃을 때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잠을 시도 때도 없이 자는 수가 있는데, 반대로 잠을 전혀 못 자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는 일이 판판이도 깨질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증세, 현상은 한 가지 경우로만 나타나는 수가 있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수도 많습니다. 만일, 가족 중에 이런 사람이 생기면, 인연 있는 스님께 안내해서 보여 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구병시식으로 그 잡신을 떼 내야 합니다.
 

정법 불자에게는 잡신이 범접하지 못한다. 사진은 필자 우학스님의 ‘즉심시불(卽心是佛)’ 달마도.
정법 불자에게는 잡신이 범접하지 못한다. 사진은 필자 우학스님의 ‘즉심시불(卽心是佛)’ 달마도.

물론, 그전에 병원에 가서 정신과 선생님 등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을 먼저 들어야 합니다. 혹시 뇌의 신경전달 물질계에 문제가 있는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병원에서 그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반드시 스님들에게 꼭 인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병시식의 의식을 통해 고칠 수도 있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대부분은 정상 회복이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빙의의 주체인 신이 그 의식을 하는 스님에게 실리는 수가 아주 가끔 있습니다. 잡신이 그 스님한테 올라붙고 정작 그 환자는 괜찮아지는 것입니다. 신이 스님 쪽으로 이사를 간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스님은 곧바로 그 빙의된 사람이 하던 짓을 그대로 합니다.

참 희한한 일이지만 그런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아주 곤란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법력이 더 큰 스님이 그 스님을 상대로 구병시식을 하여 다시 떼 내 주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귀신이 달라붙는 빙의가 확실히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말로 강조하자면, 팩트(fact)입니다.

아무튼 구병시식이라는 의식을 통하면, 그러한 병에 걸린 사람을 반드시 고칠 수가 있습니다. 가끔은 엉겁결에 무속인 집에 가는 수가 있습니다만, 무속인들은 대부분 ‘그 신 받아라’라고 하는 수가 많습니다. 만약 본인이 그것을 원한다면야 신 받아서 무속인 생활을 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반드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일단, ‘신을 못 받겠다’고 하면 무속인들은 ‘그래. 그러면, 주저앉혀 주겠다’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그 잡신의 난동, 그 빙의된 귀신의 행패를 위무(慰撫), 잘 위로해서 주저앉혀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길면 한 6개월 갑니다. 6개월쯤 지나면 또 그 잡신이 발동을 합니다. 그러면 그 귀신은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니 무속인 입장에서는 경비를 더 추가할 수밖에 없지요. 음식도 전보다는 더 많이 장만해야 하고, 그 외 부속적인 것도 배 이상 더 갖추어야 합니다. 따라서 잡신을 위로해서 주저앉히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못됩니다.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질질 끌려갈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피곤하겠습니까? 

만일 빙의가 되었다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첫째는 무속인이 되든가, 둘째는 구병시식을 해서 신을 떼 내십시오. 그리고 신을 떼 내면, 이 신이 딴 데 가서 또 다른 행패를 부리므로 구병시식을 한 직후에는 천도재를 잘 지내줘야 합니다. 잘 천도하여 그 신을 왕생극락케 하는 절차가 마지막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빙의된 잡신이 고집이 세거나 집착이 아주 강하면, 한 번의 의식으로는 안 됩니다. 심지어 두세 번으로도 안 되는 수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스님은 일곱 번 만에 떼 내었다고 합니다. 

이 구병시식은 법당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요사채의 빈방에서 행해집니다. 빙의의 주체인 잡신이 법당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편하게 방으로 불러서 의식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의식을 진행하는 시간은 깜깜한 밤중입니다. 잡신, 귀신, 영가들은 밝은 낮에는 못 돌아다닙니다.

밤이라야 활동하기 때문에 시간도 잘 생각해서 구병시식을 해야 합니다. 의식은 꽤나 긴 편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구병시식과 법당에서의 천도의식을 연결해서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위패는 ‘책주귀신영가(嘖主鬼神靈駕)’라고 쓰는데, 빙의된 사람의 이름을 빌립니다. 예를 들면, ‘갑오생 김똘똘 책주귀신영가’ 이렇게 하면 됩니다. 

구병시식 중에는 특별한 진언들을 많이 외우게 되는데, 두 가지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소아귀진언(召餓鬼眞言)’으로 배고픈 귀신을 부르는 진언입니다. 내용은 ‘옴 직나직가 에헤헤 사바하’입니다. 또 하나의 진언은 ‘해백생원가진언(解百生寃家眞言)’으로 백 생 동안의 원한을 풀어주는 진언입니다. 내용은 ‘옴 아아암 악’입니다. 이 진언을 외우는 시간이 의식의 가장 하이라이트입니다.

이때 의식을 하는 스님들은 빙의된 사람에게 팥을 뿌리면서, 복숭아나무 꼬챙이로 때리기도 합니다. 특별한 퇴마의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몸에 붙은 잡신, 즉 영가가 모든 집착과 미련을 버리도록 스님들은 이때만큼은 아주 매몰차게 행동하며 염불합니다. 빙의된 사람 몸에서 그 영가가 완전히 떼 내어졌다는 확신이 들면, 영가 위패를 들고 법당으로 가서 천도재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식은 ‘불교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일반 신도님들은 거의 잘 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사자만 와서 밤중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절에 와서 이러한 구병시식을 하지 않고 잡신을 떼어낼 수는 없을까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본인의 의지력이 크게 요구됩니다. <금강경>을 완전히 몰입해서 3·7일 독송하면 됩니다. 즉 21일 동안 하루 10시간 이상 외운다면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잡신과 싸우느라 몸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의지박약한 사람은 초창기에 다 포기합니다.

하지만 이를 잘 견뎌내면, 신 기운은 떨어지고 몸은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저는 그러한 경우를 여러 명 보았습니다. 만일 혼자 하다가 안 돼서 포기할 정도면 근처 절의 스님을 찾아가십시오. 스님들은 <석문의범(釋門儀範)>이라는 책을 보고 간단하게 줄인 구병시식으로 거들어 줄 것입니다. 혼자 떼 내려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놔두면 빙의된 잡신이 오히려 힘을 키워서, 나중에는 정말 감당이 안 되는 수가 있으니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 기운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그 원인이나 계기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그것을 잘 알아야 빙의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삿된 데 너무 많이 다니시면 안 됩니다. ‘삿된 곳’이란 누가 봐도 감이 잡힙니다. 우선, 음침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납니다. ‘아주 오래된 고목나무 아래’, ‘시골 상엿집 근처’, ‘돼지머리 올려놓고 고사 잘 지내는 바위틈’, ‘자살이 빈번한 못’ 등의 주위는 삿된 기운이 있을 수 있습니다.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장소를 자꾸 왔다 갔다 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수가 더러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산 기도, 바위 기도, 나무 기도, 물 기도 좋아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불자는 정법 제자답게 꼭 법당에 들어가서 기도, 정진하셔야 합니다. 

둘째는 신당, 굿당의 출입이 잦으면 빙의될 수가 있습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스님과 동행하십시오. 셋째는 의지가 너무 약하고 우유부단하면 그럴 수가 있습니다. 넷째는 알 수 없는 큰 병을 앓거나, 또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큰 충격을 받은 경우입니다. 심신이 아주 허약한 상태가 되다 보니 주인 없이 떠돌던 영가, 즉 무주고혼(無主孤魂)이 달라붙는 수가 있습니다. 

다섯째는 죽은 조상이나 친지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아주 간혹 빙의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면 어느 선에서 단념해야 하는데, 매일 울면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쓰러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급기야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실리게 됩니다. 불자(佛子)라면 무상(無常)의 이치를 느끼는 선에서 끝내야지 ‘나도 데려가라’라는 식으로 너무 집착하면 안 됩니다.

빙의는 걱정할 것이 못됩니다. 마지막 한 말씀 드립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면 됩니다. 항시수원각(恒時須圓覺), 항시 뚜렷이 깨어있도록 자신을 늘 살피십시오. 관세음보살! 

* 한국불교대학 유튜브불교대학에서는 다양한 불교이야기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無一 우학 한자성어 ⑮ 汗衣生霉(한의생매)

땀이 밴 옷을 오래 두면 곰팡이가 슨다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땀에 젖은 풀 먹인 옷을 벗었는데, 일주일 이상 장마가 지속되는 바람에 즉시 빨래를 할 수 없었습니다. 비가 걷히고 또 무슨 일들로 차일피일하다가 일주일 지나서 빨랫감을 헤집어 보니 풀 먹인 옷에 곰팡이가 슬어있었습니다. ‘아뿔싸’ 저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옛일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은사 스님은 40대 중반의 연세로 통도사 주지 소임을 사셨습니다. 하안거 때 스님을 모시는 시자로 살았는데 그때도 긴 장마가 지나갔습니다. 시자(侍者)라는 소임은 ‘큰스님의 방 청소’부터 ‘서예 먹 가는 일’, ‘찾아오는 신도님 차 대접’, ‘큰스님 빨래하고 다림질하기’ 등입니다.

장마 중에 은사 스님 빨래가 나왔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즉시 세탁하지 못하고 열흘쯤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장마가 끝났음에도 바쁜 일 때문에 4~5일이나 세탁을 놓쳤습니다. 보름쯤 만에 바구니에 담긴 옷을 들고 노천 세면장에 가서 헤쳐 보니 곰팡이가 많이 슬어 버렸습니다. 참으로 기가 찼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서 당시 큰 법당 보살님과 의논하여 다시 한번 더 먹물을 들였는데, 역시 곰팡이 자국이 비쳤습니다.

마침 한 신도님이 옷을 시주해 주시는 바람에 무사히 넘어갔습니다만, 은사 스님 옷이 여러 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저는 곰팡이 자국이 있는 그 옷을 무례한 짓이었지만, 헤지고 닳아 감당이 안 될 때까지 제가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汗衣生霉(한의생매), 땀이 밴 옷을 오래 두면 곰팡이가 슨다’ 참으로 실감 나지 않습니까? 저는 마음공부도 그렇다고 봅니다. 참회할 일이 있다면 곧바로 참회를 해야 더 큰 업이 되지 않습니다. 씻을 번뇌가 있다면 즉시 즉각의 수행으로 해결해 버려야 합니다. 놔두면 번뇌의 때는 더 커져가면서 곰팡이처럼 참마음 자리에 달라붙습니다. 마음에 곰팡이 슬면 아무짝에도 쓸 수 없으니, 매일매일 스스로를 체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불교신문3632호/2020년11월2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