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영
박봉영

불교인권위원회가 11월20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불교인권위원회는 1990년 당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창립했다.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불교계 내 상황과 인권의식 부재 등으로 창립장소를 허락받지 못했다. 경찰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동국대 정각원에서 기습적으로 창립해야 했다.

불교인권위원회의 출범은 10·27법난 이후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이 싹튼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불교운동연합과 민중불교운동연합의 분화이기도 했다. 불교계와 조계종단의 사회참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불교인권위원회의 역할은 결코 적지 않다. 

불교계의 시민사회 참여활동이 급증한 1990년대 활발히 활동을 전개한 단체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비전향장기수 송환운동과 사형제 폐지운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 건립 운동 등을 주도적으로 펼치는 등 나름의 성과도 이어졌다. 

이런 공로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불교인권위원회는 초라한 현실 앞에 놓여 있다. 위상은 낮아졌고 당장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30년 사이 시민사회운동의 방향과 흐름에 변화가 컸던 만큼 불교계도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불교인권위원회에만 주어진 과제라기보다는 대부분의 불교단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튼튼한 재정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비전이나 조직, 재정에 있어서 과거의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10년여에 걸쳐 국제협력개발단체들이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적 변화에 맞춘 비전을 갖고 체계적인 조직과 재정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불교인권위원회의 미래 30년도 기약하기 어려워질 것은 자명하다.

[불교신문3632호/2020년1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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