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사 '반성·위로' 희생동물 천도재 봉행
초격스님 "뭇 생명 가치 일깨우는 계기되길"
조계종 제25교구본사 봉선사가 11월25일 뭇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법석을 열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 등으로 도살되거나 매몰된 동물, 반려견과 반려묘, 로드킬로 희생된 동물을 천도하는 의식을 봉행했다. 수많은 사찰에서 천도의식이 진행되지만 희생 동물에 대한 천도재를 여는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경내 큰법당 마당에 괘불이 내걸리고 희생 동물의 위패를 모신 영단이 마련됐다.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봉선사 염불원장)의 집전에 따라 희생 동물을 천도를 발원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무하는 의례가 진행됐다.
형식은 그간의 천도재와 다르지 않았으나 내용은 달랐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불러온 무분별한 사육과 피할 수 없는 전염병, 과도한 육식, 생명 경시에 대한 반성이었고 산 채로 매몰하는 현장을 지켜본 이들에게 대한 위로를 천도재에 담았다,
봉선사 주지 초격스님은 “우리의 편의를 위해 너무도 쉽게 자연을 무시하고 환경을 파괴해온 것이 어쩌면 바이러스에 의한 재앙을 가져오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며 “오늘의 천도재가 나 하나의 소중함을 모두의 소중함으로 바꾸고 주변으로 눈을 돌려 모든 생명과 존재를 품어 안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새겼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봉선사의 천도재 소식을 듣고 생명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각종 전염병으로 인한 축산농사의 시름을 덜어주고 방역 현장의 공무원들에게도 큰 위로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도피안 봉선사 신도회장은 일체의 희생 동물의 혼을 호명하며 “좋은 국토 좋은 환경에서 환생하여 이고득락하길 기원한다”며 “마음 속 깊이 미안하다”고 참회했다.
봉선사는 이번 천도재를 계기로 생명존중과 연기 속에서 공존해야할 모든 존재의 관계를 일깨우는 동물 천도재를 매년 봉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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