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념스님
법념스님

경주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를 타면 4시간 걸린다. KTX가 훨씬 더 빠르지만 버스가 많이 저렴해 거의 이용하는 편이다. 아끼는 게 몸에 배어서다.

문이 닫힌 버스 안은 통풍이 되지 않아 마스크에 김이 서려 답답하지만 벗을 수가 없다. 게다가 춥다고 난방까지 틀어놓아 실내공기가 더 혼탁해져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불편하기 짝이 없어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눈은 더 말똥말똥해진다. 참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어 체념해버렸다. 

원효가 지은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에 보면 “배슬여빙무연화심(拜膝如氷無戀火心) 아장여절무구식념(餓腸如切無求食念)”이라는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절하는 무릎이 얼음 같아도 불을 그리워하지 말고 주린 창자가 끊어질 듯해도 먹을 것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언제부터인지 선원에도 문화의 혜택을 누려 여름엔 덥다고 에어컨을 틀어 문을 닫고, 겨울엔 난방이 샐까봐 커튼까지 치고 문을 닫는다. 너무 편해서 어디 제대로 참선을 참구할 수 있겠는가 싶다. 공부가 들어오려 하다가도 도망갈 듯싶다. 옛 선인들은 역경 속에서도 깨달음을 궁구했거늘. 

‘사돈 남 말 하듯 한다’고 하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조금 불편한 것도 참지 못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주제에 남의 말을 할 처지가 아니거니…. 참을성이 모자란 탓이거늘. 말은 쉬이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어렵다는 걸 새삼 느낀다. 

<산사의 향기>라는 계간지에 동자부처님이 하얀 마스크를 쓰고 빙그레 미소 짓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우리도 부처님 같이 웃으며 마스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일순 불평불만을 가졌던 마음이 스르르 사라지는 듯하다.

이젠 전 지구인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누가 지금 같은 마스크 대란이 올 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코로나19는 지구의 환경을 잘 지키지 못한 대가로 받은 혹독한 벌이 아닌가 싶다. 눈앞에 보이는 편리함,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이 빚은 결과이기에 다 같이 책임을 통감해야 될 성싶다. 누구 한사람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에.

언제쯤 마스크를 벗게 되려나하고 기다릴 게 아니라, 나부터 솔선수범해서 지구의 환경보호에 참여하는 길밖에 없을 듯하다.

[불교신문3631호/2020년11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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