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로 70분만에 베이징? 하이퍼루프 타고 유럽여행?

“저는 단지 빨리 달리고 싶다는 이유보다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 엘런 머스크, 2015년 7월 인터뷰 중에서

 

보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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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캡슐 열차, 현실이 되다 

커피 한잔 마실 시간 동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면 어떨까? 무슨 수로? 순간이동이라도 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 잠꼬대 같은 상상이 조만간 실현될 것 같다. 바로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초고속 진공 튜브 캡슐 열차 때문이다. 

영화 ‘킹스맨’에서 등장하는 한 장면과도 같다. 양복점 ‘킹스맨’에서 비밀 요원 해리가 에그시를 만나 조직의 비밀에 관해 설명해 주는 장면이 있다. 말을 이어가던 해리가 피팅룸 거울에 손을 대자 피팅룸 자체가 엘리베이터가 되어 지하로 내려간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대기하고 있던 튜브 안에 캡슐 모양을 한 열차를 타고 마주 앉는다.

탑승하자마자 캡슐은 총알처럼 땅속을 가로질러 거대한 지하 기지인 킹스맨 본부까지 도착한다. 아마도 영화는 최첨단 이동 수단으로서 비밀 조직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바로 지금 개발이 한창인 ‘하이퍼루프’의 모습이다. 

하이퍼루프는 캡슐 모양으로 설계된 열차로서 지름이 약 3.5m인 원통 튜브 안에서 초음속으로 최고 시속 1200km로 달릴 수 있는 미래의 첨단 교통수단이다. 열차는 자기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바닥으로 공기를 분사해서 차체를 공중에 뛰어 이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때 튜브 안은 진공에 가까운 상태(1/1000기압)이기 때문에 차륜과 레일 간 마찰과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열차는 시속 1200km에서 1300km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그 속도에 있어서 현재의 KTX, 신칸센, 테제베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거의 열차를 총알처럼 쏘아 보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승객이 앉는 캡슐에는 한 개에 6~8명이 탑승할 수 있다. 그리고 하이퍼루프 역의 독특한 설계구조 덕분에 30초에 한 번씩 출발이 가능하게 구상되어 있다. 그래서 캡슐당 적은 탑승 인원에도 불구하고 배차 간격이 짧아서 결과적으로 대규모 운송도 가능하다. 이제 하이퍼루프 기술로 인해 과거의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바뀌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일론 머스크와 ‘보링 컴퍼니’

지난 2013년 8월,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 자동차 사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이 초고속열차 사업의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한다. 일론 머스크가 최초 아이디어를 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혁신적인 생각이 그렇듯이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 구상이 발표되자, 대중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상반되었다. 한편에서는 열광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 생각을 비웃었고, 언론들까지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억만장자가 상상 속의 우주 열차를 현실에서 만들겠다고 한다면서 비꼬기까지 했다.

당시에 연이은 스페이스 엑스의 발사 실패와 테슬라 자동차 사업의 재정난 때문인지 일론 머스크는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일론 머스크는 하이퍼루프 구상과는 좀 차이가 있지만, 지하터널 시스템 구상을 실행에 옮긴다. 일론 머스크는 실제로 지상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 체증을 막기 위해 지하 터널 네트워크 시스템 사업에 착수했다. 

이 작업을 하기 위해 터널을 전문적으로 파는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를 설립하고 굴착 기계인 보링 머신도 개발했다. 회사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영어로 보링은 ‘구멍 뚫기’라는 의미도 있지만,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의미도 있다. 일론 머스크의 농담처럼 지겹게 땅만 판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일론 머스크가 구상한 시스템은 간단하다. 지하에 여러 층의 터널을 뚫어 지하 터널을 건설해 놓으면, 달리던 차가 지하터널로 가기 위해 이동 플랫폼에 올라탄다. 그러면 마치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듯 지하터널로 자동차를 내려놓으면, 플랫폼이 차를 실어, 신호 대기할 걱정 없이, 시속 200km의 속도로 목적지로 보낸다는 구상이다.

다시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동차를 엘리베이터로 지상으로 올려 보내면 된다. 도심 교통 체증은 물론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 교통망이 건설되는 것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뉴욕과 워싱턴 간 지하터널의 공사허가를 이미 받아놓은 상태이다. 
 

하이퍼루프 기술을 통해 과거의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바뀌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시간, 베이징까지는 1시간10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이 유럽으로 하이퍼루프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것도 바로 실현될 수 있는 상상이 될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하이퍼루프 기술을 통해 과거의 시간과 공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바뀌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시간, 베이징까지는 1시간10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이 유럽으로 하이퍼루프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것도 바로 실현될 수 있는 상상이 될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버진 하이퍼루프’의 유인 주행시험

일론 머스크는 차로 6시간 걸리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총 614km)를 하이퍼루프를 이용하면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장담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16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비행기보다 빠르다. 출근길 집에서 나와 동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이면 이미 부산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일론 머스크가 자기 생각을 세상에 드러낸 이후, 많은 회사가 하이퍼루프의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지난 11월8일, ‘버진하이퍼루프(Virgin Hyperloop)’라는 회사가 세계 최초로 유인 주행시험에 성공했다. 이번 시험 주행에서는 실제 이 회사의 임원 두 명이 탑승했다.

튜브 자체가 500m에 불과했기 때문에 최고 속도를 172km 이내로 제한한 상태에서의 실험이었다. 15초 동안 500m 이동했고, 출발하고 나서 6.25초 만에 최고 시속에 도달했다. 이렇게 고속으로 달리게 되면, 열차 내부의 압력이 높아질 것이 걱정되는데, 이 실험에서 탑승자들은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 실험은 연구개발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첫 유인 시험 주행이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버진 하이퍼루프’는 지금까지 400여 회가 넘는 무인 주행 시험을 시행했고, 최고 기록은 시속 387km라고 한다. 상용화가 시작되면 객차 1량당 28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버진하이퍼루프’는 2025년까지 안전 인증을 받고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하이퍼루프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이 계획이 미국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두바이는 이미 세계 최초로 상용 구간에 하이퍼루프 도입을 결정한 상태이다. 2021년 개통을 목표로 올해까지 1단계 구간을 완공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중국 또한 2022년에 중소도시 ‘퉁런(銅仁)’에 10km 하이퍼루프 구간을 건설 중이다. 

➲ 한국형 ‘하이퍼튜브’ 개발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이퍼루프 개념이 일론 머스크가 처음 구상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최초 제안한 2013년보다 한참 이전인 2009년도부터 튜브 트레인에 대한 연구를 이미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100년 전에도 튜브를 통해 사람들을 이동시킨다는 상상은 만화나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했었다. 다만 사람이 캡슐에 타지 않고, 직접 튜브를 통해 오고 간다는 점이 좀 다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선도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철도기술원이 지난 2009년부터, 꾸준히 연구 개발을 진행해 왔다. 2018년에는 하이퍼루프의 핵심 장치인 0.001 기압 튜브도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 11월11일, ‘하이퍼튜브 HTX(Hyper Tube Express)’ 시험주행을 했고, 1019km를 기록하며 성공했다.

물론 축소형 튜브이긴 했지만, 초고속 열차 기술의 꿈의 기준이라고 하는 시속 1000km를 돌파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한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분리형 초전도 전자석과 추진 부상 코일, 주행 안정화 장치 기술, 아진공 튜브 기술 등은 세계 최초이거나 선도 기술로 꼽히고 있다. 

이번 시험 주행 성공을 통해 하이퍼루프 기본설계를 위한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전인미답의 분야인 만큼 자기부상 기술을 갖고 있고, 오랫동안 KTX를 운용해 온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기술 시장에서 리더 역할을 자임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24년까지는 핵심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10년 후에는 완전한 국내 상용화가 가능하리라 전망한다. 사실 이 분야는 이제 막 전 세계가 관심을 두고 개발에 열을 올리는 분야이다. 그만큼 미래사업을 선점한다는 실익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최첨단의 교통수단이 생기는 건 좋은데, 과연 우리나라에도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물론 현재의 국내 최대 운행 거리라면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통일 한국을 상정한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서울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시간, 베이징까지는 1시간10분이면 갈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이 유럽으로 하이퍼루프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것도 바로 실현될 수 있는 상상이 될 것이다. 

[불교신문3631호/2020년11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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