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조계종 제17대 후반기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

"종도들 민의 대표하는 만큼
소통하며 긴밀한 협치 할 것"

"활발한 입법 활동 개진 통해
종단 현안 원만하게 해결…
종도 권익 향상에 기여할 터"

종단 기틀을 세우는 입법기구이자 종도들의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기구인 중앙종회 의장에 정문스님이 선출됐다. 정문스님은 115일 열린 제219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의장으로 만장일치 선출돼 제17대 후반기 중앙종회를 이끌게 됐다스님은 선출 직후 인사말을 통해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위해 황소의 발걸음으로 정진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본격적으로 임기를 시작한 정문스님을 11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중앙종회의장 집무실에서 만나 향후 종회 운영 계획 등을 들었다.

조계종 제17대 후반기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은
조계종 제17대 후반기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은 "소통과 화합의 가치를 중심으로 중앙종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새롭게 중앙종회를 이끌게 된 정문스님의 소감이 궁금했다. 스님은 여전히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의원 스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제17대 후반기 중앙종회의장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됐다종단의 여러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활발한 입법 활동과 종도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정문스님이 구상중인 중앙종회 운영 기조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스님은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중앙종회의원 간 긴밀한 협치를 강조했다. “종회의원 스님들은 우리 종도들의 민의를 대표하는 분들입니다. 그 분들의 의견 한 마디 한 마디가 종도들의 생각과 마음인 셈이죠. 때문에 종회의원 스님들의 의견을 허투루 듣지 않고 철저히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회가 열리는 회기 때 뿐 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의원 스님들과 자주 만나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스님은 종단 집행부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행정부의 활동을 꼼꼼히 점검하는 일 또한 중앙종회의 임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입법과 실제 이뤄지는 행정이 원활히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종단 집행부와도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 부분 또한 간과하지 않고 특별히 신경 쓸 생각입니다.”

2년 전 첫 발을 뗀 제17대 중앙종회도 이제 전환점을 지났다. 정문스님과 함께 막을 올린 후반기 중앙종회에선 어떤 법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까. 정문스님은 종단과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선 안된다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를 밝혔다.

그 중 범계 행위에 대한 징계조항과 양형 기준을 정비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승려법 내에 귀속돼 있는 징계 관련 조항을 세분화해 법을 새로 만들자는 움직임은 중앙종회 종헌개정및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바 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논의가 거듭됐지만, 지난해 11월 제217회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종도들 이해와 공감을 얻기에 아직 미비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우세해 철회된 바 있다.

이런 과정들을 잘 알고 있는 정문스님은 현 스님들의 징계 관련 조항은 대부분 94년도 개혁회의 때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의 상황과 동 떨어진 부분이 다소 존재한다물론 추가적인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 등의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명확한 양형 기준 마련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정문스님은 앞선 중앙종회에서 대한불교진흥원의 설립취지를 회복하는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바 있지만 성과를 내진 못했었다면서 이번 후반기 중앙종회에서 다시 특위를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결고리가 느슨해진 종단과 진흥원과 관계 개선을 위해 나서겠다고 했다.

특히 정문스님은 불교계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데 중앙종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스님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경제적 위기와 큰 혼란을 야기하는 등 앞으로 큰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단과 불교의 밝은 내일을 위해 중앙종회가 건설적인 논의를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실 우리 불교와 종단이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다. 탈종교화 상황은 가속화되는 가운데 출가자는 감소하고 고령화되고 있다. 그 수가 줄어들고 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불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문스님은 모든 문제는 결국 스님들을 비롯한 우리들로 인해 비롯됐다고 진단하며 참회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닥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주체 또한 우리 종도들이라며 힘줘 말했다. “우리들의 문제는 우리들이 중심이 돼 해결해야 합니다. 자꾸 이런 문제를 외부 바깥으로 가져가서 해결하려 한다면, 결국 또 다른 번뇌가 생깁니다. 현재 처한 우리의 현실을 반성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를 모아야 합니다.”

이처럼 스님은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중앙종회 의장으로서 종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모두 잘 아시다시피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고, 승가공동체를 만드신 이유는 결국 전법과 화합을 위해서입니다. 중앙종회는 종단이 어려울 때마다 중추적 역할을 하며 종단 발전을 이끌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화합의 가치를 항상 가슴 속에 새기고 입법기구이자 대의기구인 중앙종회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자 합니다.”

이날 정문스님과 인터뷰를 하며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소통화합이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출가수행자로서 살아온 스님을 설명하는 수식어이기도 하다. 어느 누구보다 화합과 소통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정문스님. 앞으로 중앙종회의 모습도 기대된다.
 

정문스님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은

성타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9년 수계했다. 정문스님은 행정·입법·사법부에서 두루 주요 소임을 맡으며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 3년이 꼬박 넘게 총무원 사회부장으로 일하며 종단의 대사회 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했다. 기획실장으로 봉직할 땐, 종단 전체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 편성 및 운영에 대한 장·단기적인 과제를 수립하는데 앞장섰다. 종단의 종교평화위원장으로도 일하며 우리사회 종교편향 문제를 바로잡는데 힘썼다.

정문스님은 4(12, 13, 15, 17)의 중앙종회의원이기도 하다. 종도들을 대표해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15대 종회의원 재직 시에는 전반기 부의장을 맡아 안정적으로 중앙종회를 이끌었다. 아울러 재심호계위원으로서 공정한 심판을 통해 종단의 질서를 바로잡는데도 노력했다.

경주 연지암, 포항 임허사·보경사, 강화 보문사 등 주요 사찰의 주지를 역임하며 전법 포교활동에도 진력했다. 현재 불국사 부주지,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소임을 맡고 있다. 스님이 그간 걸어온 발걸음에 비해 비교적 언론 노출이 많지 않다. 그만큼 상을 내지 않고 맡은 역할을 묵묵히 해낸 스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불교신문3632호/2020년1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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