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배한철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시대의 정점에서 꽃피운
대한민국 대표국보 47점
함께 떠나는 ‘한국사여행’

“그 동안 몰랐던 새로운
국보의 세계 경험해 보길”

국보(國寶)는 말 그대로 ‘나라의 보물’이라는 뜻으로, 역사·학술·예술·기술적인 가치가 큰 문화재로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 문화재를 말한다. 한 시대의 정점에서 탄생한 국보는 수많은 역사의 진실과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리 바로 옆에 살아 숨 쉰다. 하지만 백제 금동대향로를 비롯해 금동미륵반가사유상, 고려청자,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대한민국 대표 국보임에도 제작된 이유, 역사적 배경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2011년부터는 문화재 분야를 취재한 배한철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최근 펴낸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는 330여 점의 국보 중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7점을 선별해 꼭 알아야 할 한국사의 면면을 한 권에 담았다. 문화재 전문기자인 저자는 수시로 박물관을 오가고 유적지로 부지런히 발품을 판 끝에 얻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국보에 쌓인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발굴했다.

배한철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보 47점을 선별해 꼭 알아야 할 한국사의 면면을 한 권에 담은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국보 제23호로 지정된 제11교구본사 불국사 청운교 및 백운교.
배한철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보 47점을 선별해 꼭 알아야 할 한국사의 면면을 한 권에 담은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국보 제23호로 지정된 제11교구본사 불국사 청운교 및 백운교.

“국보는 창고 속 골동품이 아닌 우리 선조가 거쳐 온 삶의 자취이자 역사적 징표임과 동시에 파란만장한 한국사의 면면을 생생하게 드러내주는 매개체”라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한 시대의 공력이 집결돼 탄생한 국보에는 당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모습이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다수의 역사서와 고문헌을 집약해 간판급 국보 47점을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13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1993년 12월, 부여시 능산리 고분군에서 주차장을 건설하던 중 놀라운 유물이 우연히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걸작 국보 중 하나인 백제 금동대향로다. 더러는 이 향로를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보다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금동대향로는 발견 장소가 분명해 제작 시기를 알 수 있는 반면, 반가사유상은 그러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백제 대향로는 세계 각국의 유수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무수한 초청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우물 속에 내던져진 왕의 분신’, 금동대향로 중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을 이끌었던 가토 기요마사는 숭례문을 통해 서울에 들어왔고 또 다른 왜군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흥인지문으로 진입했다. 조선총독부는 1933년 우리나라 국보(당시 명칭 보물)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며 일련번호를 부여했는데, 공교롭게도 숭례문(당시 명칭 경성 남대문)을 보물 1호로 흥인지문(동대문)을 보물 2호로 각각 지정한다. 이에 대해 임란 당시 왜군의 한양 입성을 기념하기 위한 속셈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일제는 1943년까지 순차적으로 340건의 보물을 지정했다.” (‘숭례문은 왜 국보 1호인가’ 중에서)

이처럼 이 책은 기존 역사책에서 벗어나 국보와 역사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를 흥미진진하게 전한다. 국보 발굴의 현장으로 독자를 초대하기도 하고, 국보가 제작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 국보에 숨겨진 옛 사람들의 색악과 관점까지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석굴암 본존불은 왜 일본을 바라볼까, 다보탑을 지키던 돌사자상 세 마리는 어디로 갔을까, 서역풍 불상은 왜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엉뚱한 곳에 거대한 탑이 세워진 까닭은 무엇일까 등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케케묵은 것으로 치부했던 사건도 국보라는 주제로 만나면 역사의 한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듯 선명하다.

또한 이 책에서는 여러 명작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국보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섬세히 전달해 한국의 새로운 멋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지금까지 거의 공개된 바 없는 일제강점기 이전의 국보 사진을 다수 수록하여 국보를 완전히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도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저자는 “무너지기 직전의 불국사와 미륵사탑, 사람들이 잔뜩 올라가 있는 첨성대, 곡식 말리는 중앙탑, 눈 맞는 해인사 대장경판 사진 등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국보의 모습에 과거의 필터를 덧씌워 다층적인 시간을 느끼게 한다”면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국보의 세계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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