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백승권 지음/ 조계종출판사
백승권 지음/ 조계종출판사

전무후무한 수행 원력
아홉 스님 인터뷰 통한
천막결사 90일간 이야기

“하루하루 사부대중 정성
감사하는 시간으로 채워”

추운 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건설현장 흙바닥이었다. 회주 자승스님, 선원장 무연스님, 입승 진각스님, 한주 성곡스님, 지객 호산스님, 지전 재현스님, 정통 심우스님, 시자 도림스님, 다각 인산스님 등 아홉 스님들이 작은 비닐하우스를 법당으로 삼아 90일간의 무문관 정진을 마쳤다. 노숙 무문관도 역사에 없던 일이었지만 더구나 홀로가 아닌 9명이 같이 무문관 정진에 임한 것은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수행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기이한 풍찬노숙 정진이 이루어졌는지, 이 시대에 종교의 의미가 무엇인지, 수행자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사람인지, 굳게 닫혀있던 문 안의 이야기가 백승권 작가의 아홉 스님 인터뷰를 통해 펼쳐진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현재 글쓰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주)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 대표를 맡고 있는 백승권 작가가 최근 선보인 <상월선원>은 “공부하다 죽으러 왔다”는 스님들의 천막결사 90일간의 이야기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백승권 작가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동참한 아홉 스님의 인터뷰를 통해 치열했던 구도행을 담아낸 '상월선원'을 최근 출간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백승권 작가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동참한 아홉 스님의 인터뷰를 통해 치열했던 구도행을 담아낸 '상월선원'을 최근 출간했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인제 백담사 무문관을 다녀온 뒤 홀로 노숙 수행을 생각했다. 서울역이나 탑골공원 근처에서 노숙자들과 같이 하면서 고통을 같이 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았고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는 결과가 따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결국 위례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뜻을 같이 하고자 하는 아홉 스님들이 모여 천막결사가 시작됐다.

당시 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게 무슨 수행이냐”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었다. 과연 그럴까? 수행이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본질은 어느새 잊고 특별한 사람이 정갈한 방 안에 조용히 앉아있는 그 모습만을 수행이라고, 우리는 어느 순간 착각하고 있던 것 아닐까? 비닐하우스 천막법당 밖에서 결사스님들을 지원했던 환풍스님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의문에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다녀가신 분들은 다들 감동받아서 눈물 흘리고, 또 찾아오고 응원해주었어요. 직접 보지 않고 들은 것만으로 아무렇게나 얘기하는 사람과 내가 직접 보고, 내가 실제 참여한 사람은 다릅니다. 한 철이라도 불자님들과 함께해서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펜스에 달려 있는 리본이나 소원등을 보고 저 소원들이 다 이루어졌으면 하고 기원했습니다. 그 소원들이 다 이루어지려면 스님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죠. 저절로 그런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그렇다면 불자들이 스님들과 같이 기도하면서도 신명 나는 신행생활을 할 수 있는 현대적인 포교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상월선원에서 정진했던 스님들의 생활은 어땠을까? 첫째,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둘째, 공양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셋째, 옷은 한 벌만 허용한다. 넷째,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다섯째,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째, 묵언한다. 일곱째,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 정진에 임하기 전 스님들이 각오한 생활규칙인 청규 7항에 90일간의 치열했던 구도행이 엿보인다.

풍족한 식사, 따뜻한 잠자리, 내가 누구라는 걸 드러내는 옷, 무엇이든 말하고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주어지지 않을 때,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일까. 수행이란 내가 무엇을 먹고, 입고, 어떻게 자고 말하는지 순간순간 자각하는 것이라는 뜻이 청규 7항에 담겨있다. 즉 그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어느 누구에게는 억지스럽게 보일 수 있는 천막결사 상월선원을 시작했던 것이다.

상월선원 정진을 이끈 자승스님은 “상월선원에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신 사부대중께 감사하다”면서 “하루하루가 사부대중의 정성과 원력에 감사하는 시간으로 채워졌고 나아가 수행의 종풍이 자랑스러운 우리 종단임에도,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정진을 소홀히 한 것을 깊이 돌아보는 순간들이었다”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어 “안거마다 제방의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공경하고 존중한다”면서 “해제마다 쌓이는 수행의 결실들이 승가는 물론 사부대중 모두에게 널리 전해지고 한국불교를 선도해 나가기를 서원하며, 더불어 사부대중 모두가 함께 공덕을 회향해 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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