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을 잘 이해하고 나서
금강경을 읽는다면
아마 다이아몬드처럼
금강경이 빛나리라 생각한다
부처에게 돌아가려면
아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윤성식
윤성식

불교를 잘 알지 못하지만 관심이 매우 많은 어떤 사람이 <금강경>을 읽고 나한테 한 말이다. “경 중에서 금강경이 최고라는데 저는 별루더라구요.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핵심 메시지가 단순해요.” 이 말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금강경은 조계종의 소의경전으로 경전 중의 최고여서 보석 중의 최고인 다이아몬드에 비교할 수 있는 경전인데 이런 말을 들어야 하다니. 6조 혜능대사는 금강경을 읽고 발심하여 출가했다는데 이러한 금강경을 이렇게 묘사하다니….’ 나는 얼떨떨했다. 그 말에 별로 좋은 답변을 하지 못했지만 그 이후 곰곰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 불자는 불교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기 때문에 금강경을 읽고 감동을 받지만 불교를 잘 알지 못하면 저런 소리를 하게 되는 건가? 혹은 아무런 선입견도 없고, 불교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하는 말이니 어쩌면 담백하게 맞는 소리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금강경은 무상(無相), 공(空)을 설한 경전으로 무상, 공이야 말로 불교의 핵심 교리라 할 수 있다. 금강경은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으로 불교의 핵심 교리를 설명하고 있어 많은 불자들이 감동을 받는 경전이다.

중국에는 천태대사가 있고 우리에겐 원효대사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불교에서 천태대사가 차지하는 위치는 대단하다. 천태대사는 불교의 후기 경전들이 <아함경>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아함경은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부처님의 직설이다.

‘대승비불설(大乘非佛說)’이라는 주장은 대승경전이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라고 부처님께 직접 들은 것처럼 서술되어 있지만 실은 후세에 그렇게 쓴 것일 뿐 부처님의 직설이 아니기에 나온 주장이다. 물론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듣고 쓴 경전은 아니지만 대승경전은 부처님 말씀의 연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불교 교리의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비불설이 아니라 불설이다.

금강경도 부처님의 육성을 기록한 경전은 아니다. 부처님 사후에 부처님과의 대화인 것처럼 저술된 경전이다. 하지만 금강경의 내용은 불교 교리의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이 감동을 받는 경전이다. 금강경의 내용 중에 다른 경전에는 없고 오직 금강경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금강경에 설해진 내용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함경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금강경에 비하면 아함경의 내용은 다소 유치해 보이기도 한다. 아함경은 초등학생이 읽는 경전이고 금강경은 최고봉에 이른 사람이 읽는 경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 아함경의 문체는 투박하고 내용이 쉽게 설해져 있다 보니 금강경에 비해 세련미나 심오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핵심 교리로 말하자만 후세 대승경전에 나타난 모든 사상의 근본은 바로 아함경에 있다. 아함경에서 뻗어나가 많은 불교 사상이 전개됐다고 볼 수 있다.

금강경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아함경은 그보다 더 하다. 마치 초등학생을 가르치듯 조금이라도 혼동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듯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게 서술하다보니 얼핏 유치한 내용의 반복 같다. 그러나 우리는 아함경에 감추어져 있는 다이아몬드의 원석을 보아야 한다. 금강경이 빛나는 다이아몬드라면 그 원석은 아함경에서 채굴한 것이다.

많은 불자는 아함경을 읽지 않는다. 설사 읽는다 하더라도 금강경, 법화경 등을 먼저 읽고 마지못해 아함경을 읽는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아함경을 읽으면서 실망할 수도 있다. 오늘날 불교는 부처님의 근본정신에서 많이 이탈해 있다. 불교가 살기 위해 부처에게 돌아가야 한다면 무엇보다도 아함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함경에는 아직도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불교의 많은 진리가 투박함과 평이함 속에 감추어져 있다. 아함경을 잘 이해하고 나서 금강경을 읽는다면 아마 다이아몬드처럼 금강경이 빛나리라 생각한다. 부처에게 돌아가려면 아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교신문3630호/2020년1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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