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홍사성

세계종교사에서 불교의 출현은 혁명적 사건이었다. 불교는 전지전능한 절대신을 인정하지 않고 신의 자비를 구하는 제사를 부정했다. 종성간 성별간 차별을 비판하고 만민이 평등하다고 가르쳤다. 전쟁과 약탈과 살상과 방화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어떤 경우에도 자비를 실천할 것을 설교했다. 이 가르침은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으며 마침내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별별 요설로 사람들을 속여 왔던 외도들은 불교의 성장과 발전이 눈엣가시였다. 틈만 나면 불교를 비난하고 수행자를 박해했다. 부처님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뱀굴을 숙소로 내주는가 하면, 처녀에게 거짓임신을 시켜 명성을 훼손하려 했다. 폭력도 행사했다. 목갈라나나 푸루나 같은 제자들은 전도에 나섰다가 살해당했다.

이 같은 훼불은 역사적으로 수없이 반복됐다. 인도에서는 이슬람의 공격으로 사찰이 무너지고 승려가 살해됐다. 중국에서는 도교와 유교가 권력을 움직여 ‘삼무일종(三武一宗)의 법난’을 일으켰다. 황제들은 불상을 파괴하고 수행자를 환속시키려 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는 지독한 숭유억불이 전개됐고,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을 이유로 폐불훼석이 일어났다.

요즘 한국사회는 또 다른 형태의 훼불사건이 전개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광신적 개신교도들은 빗나간 오만에 빠져 불교를 공격하고 있다. 사찰을 방화하고 절에까지 찾아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친다. 이들에게는 내 종교가 소중하듯 이웃종교도 소중하다는 교양이 없다. 기독교 이외에는 마귀의 제자일 뿐이다. 방치하면 종교평화가 무너질 지경이다.

참다못한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최근 이례적으로 기독교를 향해 성명을 발표했다. 불교도가 교회를 불 지르고 십자가를 훼손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제발 신자들 교육 좀 잘 시키라는 것이다. 그러자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시민단체 ‘평화나무’ 등 몇 군데서 사과와 유감의 뜻을 밝혀왔다. 그러나 정작 보수교단은 꿀 먹은 벙어리다. 종교평화가 걱정스러운 이유다.

[불교신문3630호/2020년1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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